(2016/02/16)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표회

들어가는 말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한국교회는 원로목사1) ‘원로목사’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계속 시무하던 목사가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원로목사로 추대된 목사를 말한다. 원로목사는 공동의회에서 투표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예우는 지 교회 형편에 따른다.(예장통합 헌법 제2편 정치 제27조 7항 참조).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이 보다 첨예한 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신학적 원인 등 교회 내외의 다양한 원인들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교회들이 많이 있으며, 그런 교회들마다 갈등 당사자들과 가족 뿐 아니라 교회구성원 전체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이런 갈등은 평생 목회에 헌신했던 원로목사의 명예를 한순간에 실추시켜 본인과 가족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고, 후임목사의 목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 후임목사가 목회본질에 열정을 쏟지 못하고 사임하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물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한국교계와 신학계의 현실이다.

원로목사가 은퇴 후에도 후임목사의 목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 할 경우 후임목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임목사가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원로목사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거나 단절하려 할 경우 역시 갈등의 소지로 작용한다. 기실 담임목사 리더십이 교체되고 정착되는 과정은 상당한 과도기 상태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을 이양하는 원로목사와 리더십을 이어받는 후임목사, 그리고 이전의 리더십과 결별하고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해야 하는 교우들은 모두 리더십 이양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진지한 협력과 기도가 필요하다. 리더십 이양 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원인을 살펴보고,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 유형을 통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추출해 내며,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회윤리적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2) 본고는 본 발제자가 “은퇴목사와 후임목사, 어떤 관계인가?”(일시: 2011년 6월 13일, 장소: 대구내당교회, 주관:목회윤리연구소) 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사례별로 살펴본 은퇴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 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내용(이 내용은 저널 목회와 윤리 2호와 목회윤리에 수록됨)을 현 상황에 맞게 수정한 것임.

 

이슈의 원인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간의 갈등 상황은 교회 내 분쟁의 양상을 띠면서 교회가 정체되거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혹은 교회가 분리되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상황은 처음에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개인적 갈등에서 비롯되지만, 후에는 장로그룹, 안수집사그룹, 권사그룹 등 교회의 중직자 그룹들과 연계되어 그 갈등이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960~70년대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꾸준히 목회를 계속해 온 관계로 후임목사 청빙이 교계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1960-70년대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들 상당수가 은퇴에 직면하게 되자, 이런 교회들에서는 자연 후임목사를 청빙하게 되었고, 후임목사 청빙 문제로 인해, 은퇴 예정인 담임목사와 장로그룹 사이, 장로그룹 사이, 혹은 장로그룹과 안수집사그룹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소한 50:1 혹은 100: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새로 청빙된 후임목사가 목회를 시작하면서 은퇴한 원로목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갈등 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목회 정치학적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서는 사례분석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 현상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 첨예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갈등 상황의 원인은 원로목사가 후임목사의 목회철학이나 목회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거나 제대로 섬기지 않는다는 감정적인 이유도 있다. 또한 후임목사가 목회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로목사의 이전 목회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처음에 사소해 보이던 갈등을 방치할 경우,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곧 교회 내에서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후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대결양상으로 발전하여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례분석

다음은 은퇴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3) 각 사례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지만, 부분적으로 필자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및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추출해 내고자 한다.

 

사례1) 신학적 차이로 인한 갈등

출석성도 800 명 내외의 전통적인 교회. 담임목사는 정년은퇴를 하여 원로목사로 추대되고, 청빙위원회를 통해 후임목사가 청빙되었다. 원로목사가 교우들에게 초점을 맞춘 교회성장 중심의 전통적인 목회를 지향해 온 반면, 후임목사는 상당한 학문적 식견의 소유자로 사회선교에 초점을 맞춘 목회를 시행했다. 이렇게 원로목사와 다른 목회 지향점을 가진 후임목사의 목회 방향은 자연 원로목사의 목회를 일정부분 부정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자 원로목사는 영향력 있는 시무장로 및 일부 교인들과 함께 후임목사의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교회 내에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후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이 팽팽하게 맞서 갈등상황을 빚었고, 결국 후임목사는 청빙된 지 수 년 내에 교회를 사임해야 했다.

- 분석:

1) 이 사례에 등장하는 교회의 교우들은 교회성장과 교우들의 개인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원로목사의 목회에 익숙해져 있었던 관계로, 지역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후임목사의 사회선교 중심의 목회를 쉽게 수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사회선교 중심의 목회방향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후임목사의 이러한 목회방향은 원로목사 자신이 평생 동안 헌신해 온 목회를 거부 혹은 부정하는 모습일 뿐 아니라 교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모습이라 판단하여 교회 내의 영향력 있는 장로 및 교회 내 일부 세력과 손잡고 후임목사를 비방하는 일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례는 후임목사가 담임목회를 시작할 때 자신의 목회방향과 이전의 원로(은퇴)목사가 시행해 온 목회방향 사이에 놓여 있는 ‘단절성’에 초점을 과도하게 맞추기보다는, 둘 사이의 ‘연속성’을 찾아 그 연속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목회에 직간접적인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은퇴한 목사에게 마땅히 요구되는 바이기 때문이다. 

4) 이 사례에서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의 목회방향 중 자신이 계승해야 할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이해를 갖고 급진적 변화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회에 대한 교우들의 수용성 여부를 고려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후임목사가 아무리 이상적인 목회철학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목회환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모든 사역은 교인들의 눈높이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2) 신학적 차이로 인한 갈등

담임목사가 정년 은퇴하여 원로목사로 추대되었고 40대 초반의 후임목사가 담임목사로 청빙되었다. 교우들은 후임목사에게 교회의 부흥과 발전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교회 내의 복잡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몇 해가 지나도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견고히 확립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원로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후임목사는 자신의 리더십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과도하게 원로목사-의존적인 목회를 시행했다. 또한 원로목사입장에서는 후임목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후임목사의 목회에 직간접적인 개입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원로목사의 개입은 후임목사의 리더십 부재가 더욱 부각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교우들의 후임목사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비록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후임목사의 리더십 부재 현상은 (부교역자들을 포함하여 교우들의) 후임목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다시 교회 내 여러 그룹들 간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실망과 반감이 극대화되자 후임목사는 교회를 사임해야 했다.

- 분석:

1) 이 사례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후임목사의 목회에 대한 원로목사의 목회적 개입은 교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 새로 청빙 받은 후임목사로 인해 교회가 보다 활력을 되찾고 이전보다 더 좋은 분위기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사역에서의 변화가 일어나거나, 후임목사의 인격과 설교와 삶을 통해 교우들이 깊은 감동을 받거나 하는 등의 긍정적 변화를 통해서 후임목사의 리더십은 견고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후임목사는 목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3)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원로목사의 조언은 후임목사의 목회 전반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는 후임목사가 과도하게 원로목사-의존적 목회를 시행함으로,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사실이 후임목사가 장로그룹과 교우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4) 후임목사의 과도한 원로목사-의존적 목회는 과도한 원로목사-배타적 목회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두 유형 모두 후임목사가 담임목사 직을 수행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임목사가 뚜렷한 목회적 소신과 원칙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목회를 하다 보면 눈치목회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도 후임목사 자신은 원로목사의 목회적 경험을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교우들은 후임목사가 원로목사의 눈치를 보는 목회를 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후임목사는 교우들이 자신을 “원로목사의 부목사”로 청빙한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5) 후임목사 리더십 문제는 상당부분 후임목사 청빙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원로목사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장로그룹이 상대하기(대하기)가 쉽다는 이유로 후임목사가 청빙될 경우, 후임목사는 원로목사나 장로그룹의 눈치를 보는 목회로 전락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절차와 과정을 통한 후임목사 청빙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 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례3) 긍정적 사례

원로목사는 교회에서 25년동안 목회를 하다가 조기 은퇴한 경우로, 오랜 세월동안 장로들과 교우들의 존경을 받는 목회를 했다. 후임목사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원로목사가 은퇴하면서 65세 이상 된 장로들도 함께 은퇴했다. 원로목사는 은퇴 후에도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에 그대로 출석하고 있지만, 후임목사의 목회사역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후임목사는 그 교회의 부교역자 출신으로 이전에 원로목사를 자신의 담임목사로 모신 적이 있는 교우들로부터 인정받는 검증된 목회자였다. 비록 원로목사가 현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후임목사는 원로목사로 인한 목회적 부담이 전혀 없이 목회를 수행하고 있는 케이스. 현재까지 후임목사는 13년 이상 원로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목회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다.

- 분석:

1) 한국교회 상황에서 원로목사가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에 그대로 출석하면서 10년 이상 동안 후임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본 사례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그리고 교우들의 공동노력으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목회적 딜레마에 빠질 때 마다 조언을 구했고, 후임목사는 문제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이 사례는 후임목사와 원로목사 사이에 신뢰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 원로목사가 후임목사를 그리고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려해 왔다는 점, 원로목사가 담임목사로 재직 시 및 은퇴 후에도 교우들로부터 인격적으로 존경을 받았던 점, 그리고 후임목사가 청빙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교우들의 신임을 받아온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교회 전체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이 사례는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자신의 목회적 멘토로 존경하면서도 원로목사-의존적 목회가 아니라 후임목사-책임적 목회를 수행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또한 은퇴한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목회에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마음과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경우라 하겠다. 향후, 원로목사가 시무하던 교회에 계속 출석할 경우, 후임목사와 원로목사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소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교회 상황에서 이 사례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사례분석에서 나타난 갈등원인들

1) 목회철학의 차이

- 후임목사와 원로목사 사이에 목회철학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례1)에서처럼, 원로목사의 ‘교회성장 중심’의 목회철학이 후임목사의 ‘교회의 사회적 책임 중심’의 목회철학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목회철학에 대한 이해 차이는 후임목사가 원로목사의 목회를 부정하거나 원로목사가 후임목사의 목회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갈등을 빚을 수 있다.

2) 목회방식에 대한 이해 차이

- 후임목사와 원로목사의 목회방식에 대한 이해 차이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로목사의 심방중심의 목회에 익숙해져 있던 교우들은 후임목사의 설교(준비) 중심의 목회, 선교 중심의 목회, 혹은 지역사회봉사 중심의 목회에 반감을 가질 수 있고, 이런 목회(방식)에 대한 이해 차이는 후임목사와 원로목사 간 그리고 후임목사와 교우들 간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목회방식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목회자의 출퇴근 문제, 예배형식의 문제, 교회조직 운영의 문제, 회의진행 문제, 및 목회자의 시간사용 문제 등을 비롯하여 목회사역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고 이런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3) 심리적 차이

- 오랜 세월동안 담임목사 직을 수행해 온 목회자가 은퇴를 하면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평생 교우들의 주목을 받던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허탈감과 공허함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후임목사는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목회에 대한 비전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후임목사의 이런 열정은 자신의 목회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교회에서의 현실적인 상황과 결합하여 과도한 헌신을 강요하는 차원까지 나아간다. 결국 은퇴 후의 허탈감을 겪고 있는 원로목사와 과도한 헌신을 강요당하고 있는 후임목사의 심리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양자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4) 교우들의 시각 차이

- 원로목사는 수십 년간 교우들과 쌓아온 친분을 하루아침에 단절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원로목사가 교회를 떠난다 해도, 교우들과의 친분을 완전히 단절하라는 것은 비인간적 요구라 여겨질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한 교우를 친구로 방문하거나 자연스런 친교 초청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후임목사의 리더십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선에서 행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목사는 교우들과의 교제에서 교회의 방향과 결정에 영향력을 주는 대화는 삼가야 한다. 교우들 역시 원로목사와 함께 했던 세월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을 수 있다.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이런 향수를 잘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우들은 후임목사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하고 후임목사가 부임한 후 교회에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한다. 원로목사는 이러한 교회의 변화에 대해 감사하고 후임목사와 교우들을 축복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나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과도한 칭찬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람직한 관계 유지를 위한 과제

원로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

1)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정서상 교회의 중직들이 원로목사를 찾아가 교회 일을 상의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교우들이 교회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원로목사를 찾아가는 것은 (비록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 문제를 내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원로목사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일 수 있지만, 후임목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에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으며, 교회 전체 차원에서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로목사는 목회에 관한 한 자신의 역할을 완전히 후임목사에게 이양했다는 사실을 수용할 필요가 있고 교우들에게도 이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2) 원로목사는 은퇴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 원로목사가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에 그대로 출석하는 것은 후임목사에게 목회적 부담을 줄 수 있고 교우들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원로목사가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 교우들과의 모든 인간적인 관계, 개인적인 관계를 단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로목사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비인간적인 요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와 교우들을 위해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

3) 목사는 은퇴 이후에 직면할 복잡한 심리적 감정에 대해 예상하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가 은퇴를 하면 오랜 세월동안 한 몸에 교우들의 주목을 받던 환경에서 자신을 향한 모든 관심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미리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예상외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목사는 은퇴 후에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4) 교회는 은퇴를 앞둔 목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 많은 목사들이 은퇴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음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원로(은퇴)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의 문제에 다시금 관여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런 관여는 후임목사와의 갈등이나 교회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은퇴 예정인 목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며, 교회는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후임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

1)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를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는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거부나 무시가 아니라 원로목사가 훌륭한 목회를 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교회의 좋은 전통과 유산이다. 그런데 후임목사가 이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교인들의 원로목사에 대한 향수를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존경을 표현하며 그 분의 사역의 장점을 계승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자세와 노력은 자연스럽게 원로목사와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신뢰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기본적으로 교우들은 후임목사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차별성 있는 목회를 기대한다. 교회 내에서는 후임목사에게 원로목사의 목회를 계승하는 차원에 대한 기대와 원로목사의 목회와 구별되는 새로운 목회적 차원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교회 내에서 요구되는 교우들의 이러한 두 가지 기대를 잘 인식하고, 교회의 맥락과 교우들의 기대 및 자신의 목회철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러한 두 가지 기대를 어느 정도로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여 목회사역을 감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후임목사의 이런 노력은 결국 원로목사와의 건전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교회 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 후임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자연스럽게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확고히 서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과정이 급격하게 나타날 경우, 후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원로목사가 평생 동안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온 터 위에서 자신의 목회가 열매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교우들에게도 이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4) 후임목사가 빠른 기간 내에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에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 뿐 아니라 일반교우들과 중직들의 욕구, 원로목사와 함께 해 온 교회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 등을 잘 고려하여 목회에 있어서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잘 조절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맥락을 무시한 채 급격한 변화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후임목사가 교우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의 과도함 때문으로 여겨진다. 교회의 중직자들 역시 후임목사에게 교회의 변화에 대한 과도한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로서의 권위와 역할을 인정하고 은혜롭게 목회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

5) 후임목사는 교회의 특별행사나 명절 등에 원로목사를 초청하여 설교나 축도를 할 기회를 제공해 드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원로목사의 공로를 인정해 드리는 모습은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어 교우들에게 교회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교회 전체에 화합과 평화 그리고 섬김의 자세를 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원로목사가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우들과의 교제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후임목사가 배려한다면, 후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교우들이 숙고해야 할 사항

1) 교우들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심리적 정서적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회의 중직들은 원로목사의 고독감과 후임목사의 목회적 부담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교회들의 경우, 리더십이 교체되고 새 리더십이 정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행하는 중직들의 잘못된 언행과 태도가 원로목사/후임목사 사이의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 교우들은 목사가 현직에 있을 동안에 수년간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목회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교육을 받을 기회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은퇴를 앞둔 목회자가 은퇴 이후의 삶을 보다 활기차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이는 교우들의 원로목사-의존적 태도 및 교회분쟁의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3) 원로(은퇴)목사 부부에 대한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원로(은퇴)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 중에는 원로(은퇴)목사에 대한 교회의 경제적 예우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우들 사이에 원로(은퇴)목사의 예우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연령별 직업별로 은퇴와 관련한 교우들의 인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목회자 연금에 가입하여 은퇴 후에도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나가는 말

지금까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살펴보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문제는 결국 한국교회가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과 흐름에 귀를 닫고 종교개혁자들이 주창한 날마다 개혁하는 교회로서의 자기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그리고 교우들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때 비로소 갈등의 공동체가 화합과 평화의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은 또한 “원로(은퇴)목사가 은퇴 이후에 어떻게 보다 의미 있는 생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후임목사가 새로운 교회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공고히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교우들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다차원적 관심이 필요하다. 향후 은퇴하는 목사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늘 세미나를 계기로 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안내가 교단 차원 및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 문제는 복음전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단지 교회 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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