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6)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표회

머리말

한국교회가 130년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담임목사 세대교체는 목회현장의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간의 갈등 문제 역시 여기저기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간의 갈등은 비단 오늘날의 한국 교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보다 훨씬 기독교 역사가 깊은 서양에서는 담임목사가 물러날 경우 후임 목사를 위해 원로목사는 교회가 있는 도시에서 100마일 이상 떠나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이것만 보아도 원로와 담임의 관계는 딱히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사항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한 목사에게 교회를 위임하여 맡길 때, 거기에는 동역자들과 더불어 주의 교회를 섬김으로 다스리게 했습니다. 즉 목사는 홀로 목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역자들과 함께 가는 것이며, 또 그 기쁨을 소유해야 합니다. 그 동역 가운데 담임목사와 원로 목사의 관계야 말로 더욱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 십자가 사랑위에 세워진 교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명을 맡기시기 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의 중심을 확인 하신 후에야 자신의 양떼를 맡기십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가문이나 능력을 보고 자신의 양떼를 맡기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관점은 오직 베드로의 중심,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가?’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향한 사랑을 십자가 위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이후 모든 사역자들은 그 사랑의 감격에 힘입어 주님의 교회를 일구어왔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처음부터 주님과 우리의 상호간의 사랑위에 세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자신의 양떼를 맡기신 사명이 오늘날 목회자들과 교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를 시무하는 목사는 교인들로 하여금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교인들에게 흘려보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조국의 목회적 환경에서 원로와 담임의 관계를 ‘시어머니’와 ‘며느리’관계로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양자가 부담스럽고 껄끄럽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원론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주님이 보시기에 선한 모습은 아닙니다. 우리 주님은 원수와도 사랑할 것을 말씀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야 말로 상호간에 형편을 살피고 예의와 친절로 대하는 모습이 합당합니다. 그럼에도 자주 들려오는 목회자의 리더십 계승에 있어서 불편한 소식은 오늘날 목회적 필드가 얼마나 말씀의 본래적 의미와 멀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교회 속 가장 가시적 사랑의 관계

사랑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랑이라는 것은 글이나 제도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타인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몸으로 체득할 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의 본질이 ‘사랑’이라면 교회 속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가장 가시적인 관계도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되어야 합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주님이 말씀하신 사랑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할 때 교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눈으로 보는 축복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지역교회가 있기까지에는 원로목사와 교인들의 수고와 헌신이 녹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원로목사와 교인의 관계에는 사랑과 연민이 있습니다. 담임목사는 이를 인정하고 그 사랑의 관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비전을 기대하고 동참해서 교회의 도약을 원합니다. 원로목사 역시 이를 존중히 여기고 후임 목사의 비전이 자리 잡아 가도록 기도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것은 원로와 담임이 예수님처럼 서로 섬기는 자리로 내려갈 때 가능한 것입니다(마20:28).

 

3.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현실적 제안

원로목사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사역하고 제도적 혹은 법적으로 목회 일선에서 물러난 목사를 의미합니다. 목회 사역에서 본다면 장기간 담임목사로 시무했고 나이가 많아 물러난 목사를 일컫습니다. 담임목사라면 제도적으로 현직 담임목사이고 은퇴하신 분의 후임으로 부임한 목사입니다. 교회가 리더십 교체의 시기를 맞이하면 은퇴와 청빙과정에서 필연적인 긴장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역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다음 세대로의 리더십 전환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긴장에 실패하면 교회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더욱 서로를 존귀히 여기며 주 안에서 사랑하여 교회의 샬롬(shalom)을 이루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종들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십 전승의 순기능적 차원에서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존경과 사랑의 대상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가 와해되거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악한 세력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영적인 문제는 교인들 사이를 갈라놓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결국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불편한 관계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영적이고 신앙적인 차원과 목회적 차원에서 후임 목회자는 원로목사를 진정한 선배로, 영적인 아버지처럼 대해야 합니다. 후임인 담임목사는 원로목사의 생애와 사역을 귀하게 여기고 교인들에게도 아름다운 평가를 해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원로목사의 목회하던 방법이나 제도를 조급히 바꾸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 사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후임목사는 전임목사의 목회 토양 위에 서서히 자기의 목회적 비전을 심어 나가야 합니다. 목회의 철학과 비전을 당회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공유해 나가야 합니다. 성경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은 뿌린 그 씨앗이 결실을 거두듯이 시간이 가면서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원로목사는 담임목사를 주를 위해 헌신한 신실한 후배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적인 아들로 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회 역사 위에 새로운 목회 철학과 양육이 절 접목되고 뿌리 내리도록 후원해야 합니다. 교인들이 혹 의문을 가지거나 못 마땅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지도에 잘 따르도록 권면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부장적 문화권의 영향이 원로 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나 리더십 교체에 역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담임과 원로목사 모두 이런 부분들을 스스로 경계해야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원로와 담임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바탕 될 때 양자 간의 영적 순기능은 꽃을 피울 것입니다.

둘째, 필요한 사안의 목회적 조언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결국 한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원로목사의 길이 바로 담임목사의 길이고, 담임목사의 길이 바로 원로목사가 한 평생을 걸어온 길입니다. 담임목사는 아직 젊기에 명석한 판단력과 강인한 추진력이 있고, 원로 목사에게는 담임목사가 가보지 못한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개체 교회 역사 속에 주님이 섭리하신 은혜의 경험입니다. 이 경험에서 나오는 원로목사의 조언은 현대의 틀에 박힌 지침을 뒤집고 우리 교회 토양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임목사는 원로목사의 은혜롭고 노련한 경험을 참고하여 교회의 현실적 필요나 민감한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담임목사는 노련한 경험으로 뒷받침되는 원로목사의 조언을 힘입어 지혜롭게 주님이 세우신 교회를 더욱 잘 섬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임목사는 원로목사의 조언을 은혜의 통로로 감사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로목사 또한 담임목사가 하는 일이 뒤를 이어 성령을 의지하며 애쓰는 후임자인 것을 기억하고 전적인 지지와 기도 가운데 조언하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워진 담임목사가 소신껏 목회를 할 수도 없고 당회나 교회 앞에서 그의 지도력이 약화되거나 결국은 교회와 하나님의 일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셋째, 따뜻한 위로자

은퇴한 목회자들이 겪는 아픔이 많겠지만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은퇴 목사에게 가장 힘든 것이 고독과 사역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목회에 전념했지만 은퇴 후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은 은퇴목회자를 정신적으로 고독하고 우울하게 합니다. 게다가 신체적 변화는 우울증, 무력감을 유발시키고, 환경적 변화는 적응능력을 떨어뜨리며 삶의 연속성을 단절시킵니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로 가족관계를 하나 둘씩 퇴거시키고, 정들었던 교회와 교단과 동역자들과의 관계를 축소시키기 때문에 소외와 소독감은 증폭됩니다. 목회의 최전선에서 하나님이 나라만을 위해 기관차처럼 달리던 목회자는 은퇴이후 종종 자아감 상실, 허탈감으로 나타나는 영육간의 탈진(burnout)을 경험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떠난 교회의 교인들을 대면하여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설명하고 기도요청 조차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들이 은퇴이후 예배드릴 곳조차 마땅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적 현실입니다. 은퇴 이후 목회자들에게 찾아오는 고독과 우울감에 대한 모색은 앞으로 한국 교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로목사의 고충을 들어줄 수 있고 은퇴 후 제도적 방편을 마련하고 보살펴 드려야 할 사람은 후임목사이어야 합니다. 이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노인기는 발달심리학적 주기이론에서 볼 때 자아통합과 절망이 공존하는 시기이며 신학적으로는 삶의 축복과 구속을 재현하는 자기실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후임 목사는 은퇴한 이후에도 전임목사를 심리적, 제도적으로 위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원로목사에게 주어지는 상담사역과 노인사역이 새로운 목회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후임 목사가 원로 목사를 위로하고 평생의 목회적 노고를 인정할 때 이것은 교회 전체의 질서를 세우고,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결론 : 담임과 원로, 주님의 사역을 이어가는 거룩한 인프라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불화와 갈등으로 피차 괴로워하며 교회를 어렵게 하거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담임목사는 원로목사를 공경하고 존귀히 여겨 그가 가진 많은 경험과 교회에 대한 사랑을 담임목사의 목회에 활용하여 주님이 사랑위에 세우신 교회를 더욱 잘 섬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원로목사는 담임목사의 위로와 사랑 속에서 주님이 부르신 날까지 담임목사를 도와 주님의 교회를 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느보산에서 모세가 40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리더십을 전수하는 장면은 목회자의 은퇴와 지도력이 어떻게 연속적으로 계승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전통입니다. 마치 가족이 서로 헤어질 수 없는 것처럼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사이도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줄 믿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한 길을 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나라를 위하여 세우신 주님의 교회 속에서 십자가의 사랑을 교인들에게 강론하기 전에 교인들이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담임과 원로 목사가 서로 주님의 은혜 안에서 진심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세상과 다른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세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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