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개혁은 교회를 넘어

임성빈(장로회신학대) 노세영(서울신학대) 총장은 13일 Refo500 국제포럼의 사회개혁 부문 주제발표에서 한국교회가 거룩성을 회복해 사회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요인으로 신앙과 신학의 실종, 지도력 상실과 세속화 및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앙의 공공성과 공공신학의 토대를 확립하고 평신도 전문가들의 역할을 존중하며 이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교회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선교 친화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개혁을 위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총장은 또 ‘나부터’ 돌아보는 겸손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헤게모니적 야망보다 세상을 섬긴 예수님을 닮기 위한 겸손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신앙공동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라”고 주문했다.

김주한(한신대) 교수는 논찬에서 임 총장의 발제에 대해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반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안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 총장이 제시한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영역별 과제’를 언급하며 “교회와 사회의 관계성을 ‘집단 지성’으로 설계해 나가자는 제안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대형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부각됨으로써 대중매체들이 교회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하며 “교회 내 적폐들을 철저하게 청산하는 게 선행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 총장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종교사적 측면에서만 이해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루터는 개혁의 과정에서 독일어 성서 번역으로 ‘소통의 혁명’을 선도했으며, 이를 통해 평신도 교육 제도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또 “루터는 대중 찬송을 예배에 도입해 전문 찬양대에 매몰돼 있던 찬송을 교인들에게 돌려줬다”면서 “평범한 민중이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런 사회개혁이 인문학과 과학, 예술의 발달에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노 총장은 거룩성을 담보한 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룩성을 담보한 뒤 사회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면서 “루터는 종교개혁의 성공을 위해 농민을 외면하고 영주를 선택해 결국 중세 봉건사회의 정치와 경제적 모순까지 개혁하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이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말테 루터대 교수는 논찬에서 “노 총장이 농민봉기를 서술할 때 ‘루터의 사회개혁은 그의 종교개혁 뒤편으로 물러나고 말았다’고 했지만 루터는 종교개혁 당시 복지사회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많이 했고 초기 자본주의도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별·세대·사상의 차이 외에 유교적 전통에 기인한 위계질서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들”이라며 “한국교회가 사회개혁을 하려면 유교적 위계질서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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