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o500 국제포럼 참석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2층 컨벤션홀에서 콘라드 라이저 보쿰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라이저 교수 오른쪽은 사회를 맡은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과학기술의 무한한 발전이 가져올 풍요로운 미래인가, 아니면 인간성과 종교적 영성의 후퇴인가.’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13일 국민문화재단과 국민일보 공동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Refo500) 국제포럼에서는 종교개혁의 영성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함없이 제시돼야 한다는 비전이 선포됐다.

주제 강연을 한 콘라드 라이저 독일 보쿰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세계화의 물결이 문화 간 갈등과 영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회로 개신교 원리를 재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신교 원리란 하나님의 은혜라는 값없는 선물로써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상에 근거를 둔다”며 “교회는 이 원리에 입각해 세계화 물결과 신자유주의 사상에 맞서 ‘오직 은혜’의 종교개혁 정신으로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콘라드 라이저 독일 보쿰대 명예교수

라이저 교수는 “지금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서양문화와 그 뿌리가 되는 개신교를 향한 도전에서 기인한다”며 “개신교회는 이에 맞는 영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오순절 운동과 은사주의 운동의 전 세계적 확산을 새로운 종교개혁의 징후로 설명했다.

그는 개신교회의 철저한 갱신도 당부했다. 라이저 교수는 “교회와 회중, 그리고 그리스도인 개개인은 때때로 현 상황에 만족해 비판적·예언자적인 힘을 잃어버렸고 저항하지도, 바꾸려 하지도 않았다”며 “이제부터라도 루터의 사상과 유산으로 돌아가 루터가 말하고 행동한 것처럼 분명하게 맞서야 한다. 그래야 오늘이 변혁의 카이로스(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저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독일과 한국, 세계의 개혁교회들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역사적 전통인 개신교로부터 연유한 그 갱신과 변혁의 힘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님나라를 위해 ‘항상 개혁하는’ 힘으로 여전히 살아있습니까.” 

국제포럼에서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실질적 개혁 제안도 이어졌다. 이상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은 국민일보가 실시한 ‘교회와 사회개혁을 위한 개신교인 및 목회자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개혁할 과제 10가지를 제시했다. 10개 개혁 과제는 ‘교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개혁’ ‘공교회로의 개혁’ ‘목회자의 자질 개혁’ ‘교회 내의 소통부재 개혁’ ‘교회 내 양극화 개혁’ ‘갈라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향한 개혁’ ‘앎이 아닌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개혁’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교회로의 개혁’ ‘사회적 섬김을 다하는 교회로의 개혁’ ‘평화통일을 견인하는 교회로의 개혁’ 등이다. 

최갑종 백석대 총장은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일탈 행위’의 이면에는 ‘왜곡된 복음’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분석하고 참된 복음주의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윤리를 포함한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제대로 가르쳐서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개혁 분야에선 임성빈(장로회신학대) 노세영(서울신학대) 총장이 각각 발제했다. 임 총장은 사회개혁을 위한 교회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건설적 역할은 교회의 교회다움으로부터 시작되며 마무리된다”며 “개교회주의를 넘어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섬김 사역에 더욱 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총장은 구약 예언자들이 당대 사회를 변화시키는 메신저였던 것처럼 한국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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