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은 폭염이고, 가마솥더위이고, 열대야이며 살인적 더위이다.
신문은 강원도 홍천의 최고 기온이 41도로(8월 1일) 76년 전 최고였던 대구의 40도 기록을 깬 ‘기록적 더위’란다. 
더위를 피하는 요령도 가지가지이다.

서울 도심 복합 쇼핑몰에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몰캉스(쇼핑몰+바캉스)’라는 말이 생겼고,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을 두고는 ‘백캉스’(백화점+바캉스)라 한단다. 나의 피서는 또 다르다. 지난 6월에 캐나다에 갔다가 7월 31일 귀국했다. 아무리 더워도 대한 사람은 대한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돌아왔지만 불볕더위는 큰 고통이었다. 나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으로 달려가니 ‘노캉스’(노인타운. 노인회관+바캉스)라 할 수 있겠다.

8월 3일. ‘노인건강타운’ 이야기다.
혹서로 인하여 프로그램을 며칠간 중단하고 휴강에 들어갔지만 일부 시설(도서관 포함)은 이용 가능하다. 담당자가 8시 30분에 나와서 시원한 도서관 문을 열어준다. 나보다 고령인 분들이 많은데 모두 정신 집중해서 책 읽는 모습이 무척 존경스럽다. 글을 쓰거나 성경을 필사하는 분들도 보인다.
집을 비운 기간에 배달된 한국문인협회 『한국 문학인』을 챙겨왔다. 글을 읽으며 필사도 한다. 배우는 것이나 본받아야 할 일이 많고, 글쓴이의 주의 주장도 생각해본다. 10시쯤에는 빈자리가 없다.

수영장도 가득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헤엄을 칠 수 없는 분들이 걷기 칸에서 앞사람 어깨를 붙잡고 나란히 걷거나 혼자 움직이고, 자유 수영을 하는 여러 칸에는 노인들 가득 물 반 사람 반이다. 자주 만나서 얼굴이 익은 몇 분도 거기 계실 것 같다.
식당은 한가한 편이다. 11시 30분, 식당에 내려가니 줄이 벌써 짧아졌다. 배식을 일찍 시작 한 것 같다. 식판을 내밀고 먹거리를 받는다. 시래깃국에 배추김치, 부추무침과 고등어 두 조각 올라온 간단한 식단이지만 1식 1천5백 원(자기 부담) 식사가 감사할 뿐이다. 누가 땀 흘리며 노인들 점심을 끼니마다 챙겨주겠는가. 가족처럼 섬겨주는 직원들과 봉사자들 모두가 고마울 뿐이다.

요즘, 무더위 소식이다(경향신문).
41.0 홍천, 한반도 공식 최고기온. 대구 40도 76년 만에 깨졌다. 서울도 39.6, 역대 ‘최악 폭염’ 이런 제목 아래 해설을 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오후 강원 홍천의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갔다. 1942년 대구의 40도 기록이 76년 만에 깨진 것이다. 홍천과 함께 강원 북춘천, 경북 의성, 경기 양평, 충북 충주 등 5곳이 이날 40도를 넘겼다. 서울은 39.6도를 기록했다.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참 더운 날씨이다.

캐나다에서 시원하게 지내다 들어왔다. 학교 종강 날에 맞춰서 다니는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위와 딸이 예약한 국립공원 로키산맥에서 캠핑도 즐긴다. 7월 21일 우리 4가족과 옆집 가을이네 식구와 어울려 5시간을 달려 로키산맥을 찾아갔다. 워터파울 호숫가(Waterfowl Lake)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장소에 두 번째 오는 것이다. 2주 전에는 밤 기온이 뚝 떨어져서 고생을 했었다. 새벽 기온이 0도 가깝게 2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였다. 트레일러에 들어가 두꺼운 옷을 입고 이불을 덮었지만 새벽에 깨어나 더딘 아침을 기다려야 했었다. 딸이 며칠 전부터 나이 더한 아버지를 걱정해서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주의를 주었다. 머리 위로 만년설 영봉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곳이었다. 75세 고령에 한 밤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튿날, 가을이네 가족과 함께 8명이 일행으로 나섰다. 보우 서밋 룩아웃(Bow Summit Lookout. 2315m) 하얀 눈이 남아있는 눈밭까지 등산했다. 나무가 마지막으로 서있는 곳에 고운 꽃들을 품고 있었다. 로키산맥 야생화들이다. 하늘 가까이 천사들을 위해 꾸며놓은 하늘 정원인가 싶다. 만년설 빙하 녹아내리는 눈밭에서 로키의 눈물을 받아먹고 하얗게 꽃을 피운 웨스턴 아네모네(할미꽃이라 부르는)는 벌써 늙어서 하얀 머리카락으로 변신했고, 빨갛기가 인디언의 선혈인 듯 인디언 붓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손톱보다 더 작은 예쁜 종 모양의 꽃들이 평화의 종을 울리고.
산봉우리를 지나가는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진한 옥색으로 고인 페이토 레이크(Peyto Lake)를 바라보며 땀을 식히는데 멀리서 다가온 구름이 스쳐 지나가며 시원한 눈을 내려주는 것이 아닌가. 7월에 눈 맞기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날 밤. 늦도록 장작을 쌓아 불을 피우며 얼굴을 마주하고 10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두툼한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청바지에 새로 구입한 오리털 조끼를 껴입었다. 노인 우대로 배정해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리에 들었다. 야영 성공이었다. 깊이 잠들었다가 아침 5시가 넘어서야 단잠에서 깨어났다. 지난번에 들었던 늑대 울음소리도 듣지 못했다. 곰도 나타나지 않고.
눈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아침 햇살을 받은 로키산맥 영봉들이 인사를 한다. 돌아오는 길 오전 기온은 17도, 더운 날은 27도까지 오르지만 지하실을 이용했다.

빛고을노인타운 문학반에서 만난 문우들의 문학 동아리 ‘은가람’
황 목사 캐나다 간다며 여비 챙겨주신 문우님들. 다시 만나면 무더웠던 여름 지낸 이야기, 마음에 남아있는 방학 추억들, 재난을 겪었던 이야기들도 나누리라.
8월 7일 입추. 어쩔 수 없이 여름 더위가 지나가고 있다. 태초로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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