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중앙교회 이야기

2017년 9월 1일 금요일 정오.
소록도중앙교회 예배당 높은 종탑 스피커에서 울리는 찬송가 소리가 소록도 섬에 울려 퍼진다. 고요한 솔숲을 지나고 바닷가를 가로질러 막힘없는 바다로 자유롭게 멀리멀리 퍼진다.
잔잔한 종소리가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고향을 떠나 이 섬에 들어와 평생을 살아온 한센인 들의 슬프디 슬픈 숨결처럼 내 마음에도 깊은 서러움으로 파고든다.

일제 때부터 있었던 정오기도회가 언제부턴가 사라졌다가 2016년부터 일부 교인들에 의해 회복된 것이다. 소록도교회를 섬겼던 천우열 전도사가 고령으로 은퇴하고 소록도에 주저앉아 살게 되면서 교역자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 매일 정오에 맞춰 모이는 ‘정오기도회’를 자원하여 맡고 나선 것이다. 30여 명이 기도회에 모였다.

소록도(小鹿島)라는 지명(地名)이 '작은 사슴, 어린 사슴' 아닌가. 글자 그대로 영적인 목마름으로 늘 헐떡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사람들이 소록도 교인들이다. 모이면 찬송하고, 개인이나 병실마다 기도 모임이 있고, 5개 교회가 영혼의 호흡처럼 은혜를 갈망하는 교회. 거기 정오기도회가 회복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성교회만 정오기도회가 모이고 있었다. 여성도들 20여 명(몇 분은 장애가 심함)이 모여 장인심 권사의 인도로 기도모임을 가졌다. 얼마 전까지 20여 명이 모였으나 병원에 입원하고, 돌아가시고 해서 지금은 10여 명이 모인다. 분위기가 썰렁해진 것이다. 그래도 기도회를 쉬지 않고 주님과의 만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실하고 아름다운 믿음으로 모임을 쉬지 않았다.

중앙교회(김선호 목사)도 정오기도가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하며 다음 방문 때는 나도 참석하리라 말했었다.

오늘(9월1일) 9시30분 광주를 출발하여 소록도중앙교회에 도착한 것은 11시 30분. 이미 교인들이 나와 찬송하고 있었다. 넓은 예배당이지만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않았다. 찬송하고 통성기도를 드리는 그런 분위기다. 고령이고 장애자들도 여럿이다. 먼저 인사하면서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정오기도는 110년 전인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부흥회에 은혜 받기를 사모하며 선교사들이 정오 기도를 드렸는데 그 때 성령의 역사가 임하고 예배가 뜨거워지고 회개 기도가 터졌습니다. 그 때부터 교회들마다 정오기도회를 가졌는데 그 대표적인 교회가 손양원 목사님이 계시던 여수 애양원교회였고 또 그분의 영향으로 소록도교회도 기도회를 가졌던 것입니다. 웬일인지 중단 되었던 기도회를 다시 시작했으니 여러분의 기도와 찬송 그리고 ‘아멘’하는 이 모임이 소록도 성도들의 영혼을 깨우고 성령이 강물 같이 흐르는 역사가 될 것입니다. 이 기도회가 소록도만 아니라 물 건너 육지로 번지고 믿음이 식어진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며 북한 땅에까지 뻗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모두 상기된 분위기가 되었다.  

오늘은 기도회를 내가 인도했다.
모인 인원은 30여 명. 찬송가 356장(옛 찬송가 사용) ‘성자의 귀한 몸’을 부르고 요한복음 13장 34절로 38절을 함께 읽고 ‘서로 사랑하자’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씼으신 일, 종이나 하인이 하는 일 아닌가. 그리하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말씀하신 것처럼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소록도 사람들의 황혼의 삶을 서로 돕고 사랑하자고 말씀했다. 지극히 작은 소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 하셨으니 바로 그러한 사랑의 교제가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 말씀했다.

황이남 권사의 대표기도가 참으로 절절했다.
세상과 사람들을 원망하고 불평할 그런 분들이 범사에 감사하고 나라와 교회와 세계 선교 그리고 교역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 손이나 끊어진 손목을 잡아 드렸다. 목발을 짚으신 분, 전동차를 타는 분, 장애를 입은 불편한 몸이지만 은혜 충만한 얼굴들, 천사의 얼굴이라고 말해도 좋은 것 같다.

미국 텍사스 포트워쓰한인장로교회를 시무하다 은퇴한 임무광 목사와 광주바이블칼리지 이환수 학장이 동행했다. 이분 들은 신성교회 기도와 설교를 맡아주었다. 초행에  큰 은혜와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소록도 오는 날이면 하늘을 날듯 마음이 편하고 행복합니다. 마음 푹 놓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잘 나고 못 나고가 없어요. 윗자리나 아랫사람 차별이 없어요. 부자도 가난한 자도 없지요. 비록 병든 몸뿐이지만 믿음 안에서 영원한 천국 소망으로 살아가니 모두가 순수합니다. 올 때마다 은혜는 제가 받습니다. 그래서 20년이 넘게 여길 다니고 있습니다. ” 내 이야기를 드리며 오늘은 행복했다고 서로 기뻐하며 돌아왔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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