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3) 교갱협 제10차 영성수련회 10주년 기념포럼

1996년 3월 한국교회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그것은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이하 교갱협)의 탄생입니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의 뜻있는 목회자들이 모여 교회의 갱신과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모은 것입니다. 당시 한국교회는 총회장선거와 교단통합 및 분열, 교회 일치와 연합사업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습니다.

총회장 선거는 돈 선거로 이미 일반사회에서 조차 그 권위를 상실했고 교파 이기주의에, 교세를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통합과 분열로 많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연합과 일치는 우리의 생명이요 진정한 포도나무인 예수그리스도의 한 지체라고 강조해온 교회들이 교파이기주의와 이념에 빠져, 그리고 지도자들의 권위주의가 함께 작용해 복음의 순수성을 향유하지 못한 채 표류하던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의 지도력은 떨어지고 민족의 영성과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도 힘을 잃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러한 때에 출범한 교갱협은 오랜 가뭄을 해소해주는 소낙비였습니다. 당시 취재기자로 연합기관과 여러 교단, 그리고 교회의 현장을 두루 취재하고 다니던 저는 교갱협의 탄생을 매우 의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보수신학의 장자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예장합동에서 교회의 갱신을 이루겠다고 목회자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그러했습니다. 또한 교갱협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이 깨끗한 영성과 성실함, 열정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교갱협의 탄생 취지가 한국교회의 비전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습니다.

교갱협은 지난 10년 동안 창립 취지에 따라 목회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갱신을 통한 지도력의 회복 및 교회일치(Unity),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주의 종으로서 목회자들의 의식변화 및 교단의 구조 갱신(Renewal),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과 봉사(Diakonia)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나름대로 평가합니다.

시대상황을 정확히 분별하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목회자들의 영성을 개발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개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목회자 세미나와 영성훈련, 각종 자료집 출간 등을 통해 성경적 기독교세계관과 영성이 바탕이 된 교회공동체, 그리스도의 생명력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공동체, 민족과 세계 앞에 빛과 소금이 되는 신앙공동체의 구현에 힘써 왔다고 봅니다. 당시 돌로 바위치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끊임없이 교단의 갱신을 요구해 선거제도를 변화시키는 혁신을 이뤄 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이와 함께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기독교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며, 타 교단의 갱신 그룹들과 연대해 분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기독교문화와 윤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교갱협의 10년은 한국교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25개의 교단의 수장으로 구성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하는 기초를 놓았다는 것도 큰 성과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갱협은 몇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첫째, 목회자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어 평신도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교갱협은 교회갱신과 변화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교갱협은 목회자들 사이에 또 하나의 엘리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갱협 소속 목회자들은 성공한 목회자, 지식이 있는 목회자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갱협의 목표와 방향성에 동조하지 못하는 목회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교회일치를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기존의 교회 제도권에서 보다 설득력이 있고 변화와 갱신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점입니다. 즉 제도권의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과 친밀감 있게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교갱협이 추구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공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공동체에서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매우 불안한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팽창 속에서 이념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보수적 신앙 진영에서는 더욱 보수화 되고, 진보진영은 더욱 민족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신학적인 일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한국교회는 또한 대 사회적 리더십이 크게 약화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목소리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교파분열, 교단이기주의, 목회자의 영적 리더십 약화 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신앙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을 잘 훈련되고 성령이 충만한 지도자로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섬김의 가치를 추구해 온 교갱협은 이 일을 더욱 지속적으로 추구하되, 평신도 지도자 양성과 성령운동을 통한 교회갱신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고들 말 하지만, 21세기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이끌고 갈 영성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분명하게 정리하기 않고 있습니다. 교갱협이 이것 까지도 정리해 나갔으면 합니다.

현실적으로 한국교회의 일치와 교회갱신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지만 우리의 영원한 길이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뜻을 모은다면 이 일을 이룩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0년동안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를 이끌어 온신 옥한흠 목사님과 또 함께 한국교회의 변화와 갱신에 헌신해온 많은 목회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교갱협의 발전을 기원하며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사람에게 이 자리에서 소견을 발표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교갱협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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