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3) 국민일보 Refo500기념 국제포럼

I. 시작하는 말

2017년 한국교회는 다른 세계교회와 마찬가지로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했다. 단 한 번 밖에 경험할 수 없는 역사적인 해가 밝아오면서 한국교회는 이 기념비적인 해를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에 대해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역사적인 해를 맞이했을 때 대대적인 연합행사는 치렀지만 정작 사람도, 매뉴얼도, 새롭게 달려가야 할 방향성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달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2007년 한국교회대부흥 100주년이나, 2015년 한국기독교 선교130주년 및 광복70주년과 같은 귀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연합하여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피드백은 거의 항상 이랬다. “행사만 남았다.”는 것이다. 행사 이후 연합기관들은 두 개에서 세 개로 나누어졌고, 대 사회적인 사역에서 더욱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난맥상을 드러냈다.

그래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에서는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난 한 해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 - 각 교단으로부터 듣는다”를 주제로 네 차례의 ‘열린대화마당’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과 단체들이 2017년 한 해를 어떻게 준비하는 가를 점검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결집된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와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몸부림쳤다. 그래서 목회자들과 신학대교수 교계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비그리스인인 일반언론사 종교전문 기자를 비롯해서 비목회자들의 입장 등을 다양하게 경청했다. 당연히 치열한 내부적 토론도 이어갔다. 그 결과 확인한 것은 공교회로서는 2016년 9월 총회 이전까지의 상황으로 5개 교단(5개 교단은 기독교한국루터회,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였다.) 정도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고, 기관으로는 종교개혁의 신학적인 국제적 네트워크인 REFO500 정도만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500년 전의 종교개혁 정신인 ‘Sola’의 정신과 실천이 교회지도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임을 감안할 때 너무 제한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 나마 다행스러운 일도 있다. 국민일보와 CBS가 공동으로 지난 해 중반부터 한국교회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나부터 (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공모선정한 일이다. 499주년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에 선포식을 한 이후에 종교개혁의 정신이 신학적 담론이나 교계지도자들만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현장과 성도들의 삶을 바꾸는 삶의 개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고 고무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결국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일과성 행사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교회와 성도들이 종교개혁의 정신에 입각한 공동체와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전략적으로 논의하고, 도출된 결과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하며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해야할 절대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가죽을 벗겨내는 듯한 아픔이 있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바꾸어야 할 것은 바꾸고, 실제적인 변화의 열매를 세상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할 때 2017년은 한국기독교 역사에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과연 무엇을 개혁해야 할 것인가?

지난 한 해 한목협 열린대화마당에서 논의되고 발표된 개혁을 향한 담론들과 과제들, 그리고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FEBC극동방송 교계전망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한국교회의 개혁과제, 그리고 국민일보에서 국제포럼을 앞두고 진행한 <교회와 사회개혁을 위한 개신교인 및 목회자 여론조사 결과>(이하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시급한 개혁과제를 정리해 보고자한다.

 

II.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

과제1. 교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개혁

주님이 머리이신 교회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가 주인공이신 순수한 복음만을 소유하고, 복음만을 전할 사명이 있는 공동체다. 그러나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한 현재의 한국교회는 세속화와 물질주의에 경도된 공동체로 인식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한국 개신교인들(900명)과 목회자(100명)들에게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 또는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순위로 두 가지를 선택하도록 질문한 결과는 이렇다. 먼저 신교인들이 인식하는 한국교회의 과제(1+2순위 기준)로 꼽힌 것은 41.9%의 응답률을 보인 세속화/물질주의였다. 이어서 ‘목회자의 자질부족/사리사욕/욕심’(38.0%)이 가장 높게 지적되었다. 목회자들의 응답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역시 교인 응답자들처럼 ‘세속화/물질주의’가 ‘목회자 자질부족’과 각각 33.0%로 최우선의 개혁 과제로 꼽혔다.<표1>

주님의 교회는 세상의 제국을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므로 오직 진리의 복음만을 전하고, 복음에 근거한 교회를 세우고, 복음만이 지배하는 교회질서를 만들고, 복음에 합당한 나그네의 삶을 세상 속에서 살아내도록 성도들을 양육해야할 필연성이 있다. 이런 사실을 대변하듯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가 향후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미래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한 개신교인, 목회자 모두 ‘기독교적 진리와 신앙을 전파하는 교회’라는 인식(개신교인37.1% / 목회자 44%)을 보여 주었다.<표2>

이런 응답의 결과는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한 오늘의 한국교회가 500년전 종교개혁자들이 진리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 놓았던 것을 다시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강단설교나 교회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 속에 기복신앙이나 물신주의와 같은 세속적 요소의 척결이 무엇 보다 중요한 교회개혁의 과제인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제2. 공(公)교회로의 개혁

한국교회가 개(個)교회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평가는 어제 오늘 받았던 평가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회 대부분의 사역이 수적 성장에 집중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교인들의 교회 수평이동이라는 자연스러운 시스템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는 예외로 치더라도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회들은 교회를 찾아와 등록하는 사람은 신앙유무를 막론하고 그들을 환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존교인에 대한 태도다. 신앙생활을 해 왔던 기존 교인의 경우 이전 교회에서 어떤 이유로 교회를 옮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동안의 신앙 여정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생략된다. 당연히 이전 교회의 수고와 헌신에 대한 배려 역시 거의 생략되고, 이른바 그 교인의 수평이동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교회는 교회 상호간의 공적(公的) 질서가 무너지게 되었고, 무질서한 수평이동의 현상은 심화되어 교회는 이단들의 유입조차도 자연스럽게 방조하여 결국 그 먹잇감이 되고 마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공(公)교회의 질서와 권위 상실은 소속감 없이 기독교인이라는 자의식만 있는 이른바 ‘가나안교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현실과 분명히 불가분리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한목협이 2012년에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결과’와 추이 비교를 위해 금번 <설문조사>에서 현재 교회 출석률을 알아보기 위해 교회에 다니는지 질문해 본 결과 개신교인의 83.2%가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응답했고, 출석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6.8%로 나타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 2012년 한목협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교회 출석률은 89.5%에서 83.2%로 6.3%p 감소한 추이를 보였다.<표3>

이 같은 결과는 기독교인이지만 교회 출석하지 않은 가나안교인이 10.5%에서 16.8%로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지난 5년간 가나안교인이 6.3%p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다른 교회야 어떻게 되든 말든 무조건 내 교회만 수적으로 성장하면 된다는 공교회 의식결여는 앞으로 한국교회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난 해 한목협이 ‘종교개혁500주년 한국교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서 한 발제자는 무엇 보다 중요한 공교회성의 확립을 위해서 “교인들이 교회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밟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성도로서의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교인 이명증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서 교계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이 같은 주장은 2016년 9월 6일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목협 제34차 열린대화마당에서 이세령 목사(예장고신 복음자리교회, 한목협 공동총무)의 발제에서 제기되어 관심을 끌었다.)

 

과제3. 목회자의 자질 개혁

목회자의 도덕성과 자질은 교회의 성숙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목회자 관련 추문은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물론이고, 교회 밖 사회가 목회자의 자질을 염려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교회 목회자의 자질에 대한 점수가 어느 정도 낮은가에 대한 인식은 금년 초에 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서 일반언론사 언론인들 182명과 교계언론사 언론인 43명(총225명)을 대상으로 리서치한 결과에서 여실히 나타난다.(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는 2017년 1월 6일 ‘한국교회에 대한 언론인 의식조사’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 불교, 천주교 중에서 어느 종교지도자의 자질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비슷하다’는 응답이 38.2%로 가장 높았고, 무응답이 23.1%였다. 그리고 종교별로는 차례로 ‘천주교’지도자가 31.1%로 가장 우수하다는 응답을 보였고, 그 다음 ‘불교’가 4.9%, ‘개신교’ 지도자가 2.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표4>

그 자질을 의심받고 있는 목회자들의 말씀사역을 비롯한 모든 섬김과 교역활동이 무슨 효력이 있으며, 교회의 성숙과 성장에 무슨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사실은 금번 <설문조사>의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개신교인이면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가나안교인(151명)을 대상으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를 질문해 본 결과 ‘목회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어서’ 27.3%, ‘시간이 없어서’ 21.9%, ‘교인들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 17.2% 등의 순으로 나타나 교회 출석하지 않는 이유로 목회자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 역시 지난 2012년 한목협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목회자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계속 상승해서 목회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교회를 멀리하는 주된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표5>

결국 교회의 본래 모습을 되돌리고 거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계신 하나님 말씀의 원리와 기준에 근거하여 죄를 책망하고 다스리는 데 필요한 권징과 치리가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않는 목회자의 도덕성과 영성, 지성, 인격, 사회성 자질의 함양은 한국교회가 종교개혁500주년에 반드시 짚어야할 개혁과제임에 틀림없다. <신학교육의 개혁 필요성>

 

과제4. 교회 내의 소통부재 개혁

금번 <설문조사>에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시무하는 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장년, 대학/청년부, 교회학교 등 교인수의 성장 추세를 물어 보았다. 그 결과 장년 교인수의 경우 ‘늘어났다’는 응답이 38.0%, ‘비슷하다’ 45.0%, ‘줄어들었다’ 17.0%로 나타났다.(리서치를 실시한 지앤컴에서는 이 같은 조사결과는 조사 대상자들이 한국교회 평균보다는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해서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대학/청년층의 경우 감소(33.0%)가 증가(30.0%)보다 약간 더 높았고, 교회학교는 감소(37.0%)가 증가(29.0%)보다 많이 높은 결과를 보였다.<표6>

이 수치를 보면 현장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청년들부터 낮은 연령층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청년층 이하가 교회를 향해 왜 점점 떠나려고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 청년들이 꼽은 한국교회 개혁과제들 가운데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제가 바로 ‘교회 내의 소통부재를 개혁하라’는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가 2017년 벽두에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청년들이 외치는 10개 과제’(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는 2016년 3월 19일에 계획수립을 위한 모임을 가진 후 2017년 1월 8일에 10개 과제를 발표할 때까지 ‘모두 11차에 걸친 지난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노(Know)답 about 개혁과제> 팸플릿에서 경과과정을 밝히고 있다.) 중에서 7번째로 외친 과체가 “일방적인 결정은 이제 그만! 함께 소통하라.”인 것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청년들은 특히 한국교회 전체 교인의 약 70%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정책수립이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적시하고, 특정인이나 소수그룹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 소통, 공유할 수 있는 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실천하는 교회라고 밝히고 있다. <직제개혁>

 

과제5. <대형과 소형>교회 내 양극화 개혁

빈부에 의한 경제양극화,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이념과 의식에 의한 양극화, 세대 간의 양극화, 남과 북의 극한 대립은 한국사회의 문제가 곧 양극화의 문제인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양극화의 문제는 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회내부를 들여다보아도 비슷한 양상이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의 양극화로 인한 목회자 생계비의 양극화를 비롯한 다양한 양극화 문제는 양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사회에 한국교회가 대안공통체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양극화 현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설문조사>에서 대형교회와 소형교회 간의 양극화 정도를 질문해 보았다. 그 결과 개신교인 및 목회자 모두 ‘심각하다’(매우+약간)는 응답이 90% 이상으로 월등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매우 심각하다는 절대적 응답이 개신교인의 경우 64.7%, 목회자는 70.0%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양극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큰 것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표7>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막아서고, 그 어느 공동체 보다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공동체는 분명히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고 자신을 섬길 수 있는 십자가의 정신을 가진 교회다. 그러나 한국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내부적인 양극화 인식정도가 이 정도라면 한국교회는 한국사회를 향해 설득력 있는 공동체가 전혀 아니다. 그러므로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분명한 개혁과제는 ‘내부의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과제6. 갈라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향한 개혁

최근에 어느 교계언론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이제 너무 식상한 주제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문제는 한국교회가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개혁의 아젠다이다. 그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는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는 그 어느 종교 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번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물어본 결과 개신교인의 경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77.8%로 높게 나타났고,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은 20.4%로 나타났다. 목회자의 경우는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응답이 69.0%,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견해가 31.0%로 나타나 영향력 비율이 개신교인 보다는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표8>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 한국교회 밖의 사람들은 그 영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보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서 실시한 리서치에서 일반언론사 언론인들에게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질문해 본 결과는 0.5%의 ‘모름’ 응답 외에 응답자 67.6%는 ‘잘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을 보였고 31.9%만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표9>

한국교회가 많은 일을 하고 큰 영향력을 가진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바로 한국교회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하나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한국교회에 대해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를 지적해 달라고 하면 “한국교회의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이 하나 되어 전략적으로 사용되기만 해도 우리 사회는 크게 변화 될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한다. 분명히 이단대처나 남북통일대비, 인공지능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희망으로 열어가는 일, 그리고 대 사회적으로 연약한 이들을 더욱 온전하고 힘 있게 섬기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문제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기구적이든 화학적이든 연합운동의 최일선에서 있는 지도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희생이 그 무엇 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과제7. 앎이 아닌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의 개혁

한국교회 개신교인들은 스스로의 거룩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금번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 개신교인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윤리/도덕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물어본 결과 먼저 개신교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신들의 윤리/도덕 수준에 대해 ‘비슷하다’ 53.9%, ‘높은 수준이다’ 14.2%, ‘낮은 수준이다’ 29.1%로 일반인 대비 상대적으로 더 윤리의식이 낮은 수준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반면에 목회자들은 ‘비슷하다’ 52.0%, ‘높은 수준이다’ 37.0%, ‘낮은 수준이다’ 10.0%로 개신교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개신교인들의 윤리수준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 두 그룹간의 인식 차이가 크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0>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났을까?

목회자들은 영적 공동체 내에서 활동하는 성도들의 모습만을 보고 그들의 도덕성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복음에 합당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교인들은 스스로를 돌아 볼 때 힘과 경쟁이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비그리스도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도덕성과 거룩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 <설문조사>의 결과로 분석된다. 결국 삶의 자리에서 오직 말씀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살아가는 앎을 행동과 실천으로 구현해 내면서.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정의와 공평과 사랑이 넘실대는 선한 세상에 대한 소망을 가진 그리스도인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중요한 개혁과제인 것이다.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교육 필요>

 

과제8.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교회로의 개혁

그리스도인은 하늘을 소망하면서 동시에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하늘바래기의 삶을 사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한국교회는 과연 한국사회를 향해 열린 교회일까? 그리고 한국교회는 세상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공동체일까?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 수행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교회가 ‘교회 밖 세상과 잘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한 긍정비율을 물어본 결과 신교인들은 35.4%가 긍정응답률을 보였고, 목회자들은 46.0%가 긍정응답률을 보였다.<표11>

교인들과 목회자들 사이에 편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양쪽 응답 모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긍정응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국교회는 잠자는 숲속의 거인이 사는 집과 같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예배당 중심의 공동체, 자기들 끼리만의 천국을 가지고 있는 교회로 남아있는 이상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 소망의 그루터기로 결코 인식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어떻게 하면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고, 활짝 열려있는 공동체로 자리매김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필요>

 

과제9. 사회적 섬김을 다하는 교회로의 개혁

한국교회의 사회적 섬김과 봉사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 열기가 뜨겁고 실제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한국교회가 개교회적으로, 또 필요에 따라 연대해서 행하는 모든 사회적 섬김과 봉사가 실효적 열매를 거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극단적인 양극화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사회가 당면한 빈부격차 등 양극화 정도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개신교인 및 목회자 모두 ‘심각하다’(매우+약간)는 응답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개신교인의 경우 73.1%, 목회자의 경우 63.0%로 교인들이 더 양극화의 심각성을 약간 더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2>

분명히 주님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향해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극한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 시국 속에 서로에게 반복적인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한국교회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분열과 대립으로 내 몬 장본인이 바로 한국교회의 책임인 것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교회는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연약한 이들이 눈물 흘리는 사각지대와 소외지대를 향해 그 곳이 어디이건 더욱 순수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대하여 어떻게 섬기고 봉사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또 하나의 과제인 것이다.

 

과제10. 평화통일을 견인하는 교회로의 개혁

2017년 한국사회와 교회 앞에 놓인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남북의 평화통일이다. 그러나 금번 <설문조사> 결과 한국교회 교인들의 남북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의식은 이렇게 파악되었다. 개신교인들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그렇다’(매우+약간)는 긍정적 응답이 65.4%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별로+전혀)는 부정적 견해가 27.5%로 3명 중 2명 정도만 통일 당위성을 피력했다. 반면에 통일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은 ‘그렇다’(매우+약간)는 긍정적 응답이 94.0%로 압도적으로 높아 교인들보다 훨씬 깊은 통일에 대한 신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3>

십자가의 복음이 이방인의 막힌 담을 헐고 하나되게 하였듯이(엡2:14-16) 남북의 막힌 담은 복음의 능력이 드러나야 하는 장이다. 그러므로 갈수록 광기를 더해 가는 핵무장과 자유 없음과 공포, 그리고 굶주림의 도가 더해 가는 북한 대중들을 위해 한국교회는 모든 예배와 집회를 통해 끊임없이 함께 기도하고 통일을 방해하는 사회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찾아내야만할 무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통일에 대해서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가?’를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금 한국교회 개신교인들과 목회자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먼저 개신교인들은 21.6%만이 ‘그렇다’(매우+약간)고 답변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별로+전혀)는 견해는 68.0%로 응답되어, 긍정적 의견에 비해 부정적 의견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통일준비가 잘되고 있다’(매우+약간)는 의견(52.0%) 정도로 교인들 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입장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절반 정도나 되는 48%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표14>

 

<표14> 한국교회의 통일준비 평가

사실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성장을 했고, 최소한 물량적으로만 따져도 상상할 수 없는 복을 받은 영적 공동체다. 왜 하나님께서 이런 유래 없는 복을 허락하셨을까? 그 이유는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살 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교회가 보고 있는 고통당하고 눈물 흘리는 이웃, 지금 억압 가운데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이웃인 북한을 섬기라고 주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현실적인 개혁과제는 고통 받는 우리의 동포요 이웃인 북한의 대중들에게 어떻게 사랑의 섬김을 다해 평화통일의 초석을 만들 것인가에 귀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III. 닫는 글

교계지도자 한 분으로부터 이런 뼈아픈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바둑기사는 바둑이 끝날 때마다 복기를 한다. 아마추어는 복기를 하지 못한다. 자신이 왜 여기에 돌을 두었는지 그 까닭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복기가 안 되니까 똑같은 수를 놓고도 깨닫지 못한다. 한국교회가 신앙의 성숙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마추어적인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자기반성에 인색한 공동체일수록 쉽게 와해된다.>

자기반성에 익숙한 공동체라야만 소망이 있다는 말로 들렸다. 선교 13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긴 한국교회를 돌아 볼 때 어찌 앞서 열거한 개혁과제만 있겠는가? 리더십과 국가운영의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목회자들의 정치참여 문제도 있고, 동성애에 대처하는 문제도 있고, 교회를 떠나는 정도가 아니라 적대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는 이 시대 마지막 미전도종족으로 불리는 청년선교의 문제도 있고, 인구절벽을 맞이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회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듯한 교회학교의 어려운 현실도 있고... 여러 가지 개혁과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 들어와 종교개혁 500주년의 아젠다를 설정해 가는 여러 담론을 펼쳐 가는 과정 속에서 한목협의 입장과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덧붙여 가장 많이 겹치는 개혁과제들을 정리해 보았다. 더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에 이미 들어온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반드시 실천하여 새롭게 비상하는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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