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에서 쉼을 의미하는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다. 논과 밭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잠시 나무 그늘에 들어와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곧 쉼은 자연으로부터 얻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 곧 의식주를 위한 모든 것을 줄 뿐 아니라 쉼까지도 주는 고마운 것이다. 현대인들도 대부분 휴가 때는 자연으로 나아가 여행한다. 자연 유람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쉼을 얻는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쉼을 자연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쉼의 날을 정하시고 그날에 모두가 쉬어야 한다고 명령하심에서 비롯되어진다고 말한다. 성경에서 안식일은 인간 법(法) 중 최고의 법이다. 곧 쉼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구약 성경에서 안식일을 일컫는 말로 사밧(shabbath)을 사용하는데 이 낱말은 '끊는다' 혹은 '멈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님이 끊어주지 않거나 멈추게 하지 않으면 인간과 자연은 멈출 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한다. 멈출 줄 모르는 인간에게 멈추게 하는 법을 준 것은 올무가 아니라 축복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빨리빨리’ 뛰어왔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할 때도 있었고, 그런 하루하루를 휴일도 없이 일함으로써 부(富)를 축적해 왔다. 가난과 부족은 쉼을 스스로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대신 부가 축적되어 감을 보면서 그것으로 만족해하며 쉼을 대신하는 가치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젠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고,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가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놀이를 한다고 쉼은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쉼의 의미와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충전의 시간이다. 성경의 하루는 저녁에서 시작하여 아침으로 가서 다시 저녁을 맞으면서 다음 날이 된다. 곧 저녁의 쉼부터 하루는 시작된다. 성경은 쉼이 노동보다 앞선다. 창세기에서 안식일은 일 주간의 마지막 날이지만 실제로 인간이 창조된 날이 여섯째 날이기에 인간의 첫날은 안식일부터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흙에서 빚어 지으셨기에 그 연약함을 아시고 안식일부터 첫날을 맞이하게 하셨다고 보여진다. 동시에 그것은 그다음 날부터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이루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휴가는 나무 그늘 밑에서 마냥 세월을 보내는 늙은 호랑이의 모습이 아니다. 휴가는 쉼을 통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꾼이 가지는 충전(充電)의 시간이다.

또 하나는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 그 목적을 담고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일을 마친 다음 함께 쉼으로써  그날은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중요한 날이다. 가장 기본 공동체인 가정을 위해서 휴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이 휴일을 통하여 각자 하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둘러앉아서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놀이를 통하여 가족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서로를 맺어가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사회의 가정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안식일을 명령할 때 “네 문(門) 안에 유하는 객”이나 “남녀 종들”에게도 안식을 주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해서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공동체를 세워나갈 기회를 갖도록 했다. 심지어 모든 가축에게도 안식게 하라고 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도모하셨다. 비록 고대 사회에서 이루어진 법들이지만 오늘의 노동자 인권과 경제 민주화 그리고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탁월한 법이 곧 안식일 법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이런 의미와 목적을 갖고 휴가와 쉼을 가진다면 더 풍요한 사회와 정의롭고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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