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삼중고를 겪은 헬렌 켈러의 글 중에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흘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에는 내가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볼 것입니다.
제일 먼저 나를 가르쳐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겠습니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나는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하고 해질 무렵에는 노을이 지는 강변에 서서 아름다운 황금빛 저녁노을을 눈이 아프도록 바라보겠습니다.
그날 밤에는 아마 잠이 오지 않겠죠?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바라보겠습니다. 찬란하고 웅대한 빛의 파노라마와 함께 태양이 잠자고 있는 지구를 깨우는 광경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박물관으로 달려갈 겁니다. 거대한 공룡과 맘모스의 화석들. 또 그동안 손의 감각으로만 알고 있었던 조각상들의 율동적인 아름다움도 직접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겠습니다.
아, 얼마나 감격적일까요?

셋째 날엔 아침 일찍 큰 길로 나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그냥 앉아서 정신없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겠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내 눈에 담아둘 작정입니다.
내가 볼 수 있는 셋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날 저녁에 극장으로 달려가서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과 쇼윈도의 상품들을 구경하겠습니다.

한밤중이 되면 조용히 무릎을 꿇고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헬렌 켈러의 소망은 우리들이 언제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지극히 소박한 것입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고, 언제든 축복의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행복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합시다. 볼 수 있을 때 더 많이 기뻐하고, 감사하고, 서로 소중히 여기며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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