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조 장로 이야기(2)

‘내 집보다 ’하나님의 집‘ 예배당을 먼저 건축해야 합니다.’ 이런 믿음으로 살았던 성도들이 있었다. 삼천리반도 방방곡곡, 섬마을 점점이 세워진 교회의 역사를 들추어보면, 이런 미담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북쪽의 만주 땅 까지도.

효암曉岩 백남조白南朝 장로((1913.-1988. 부산부전교회). 그도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예배당 건축을 위해 집을 팔기로 작정했었다. 다행히 집을 팔지 않고도 헌금을 드렸다. 그 때 그 일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순결한 믿음을 지켰던 그는 1953년에 장로가 되었다. 지역 노회를 섬기는 일에도 헌신적이었다. 사업도 귀중하지만 하나님의 영광, 내게 맡긴 사명에 신실했다.

나중에는 총회(대한예수교장로회)의 부름을 받았다. 1961년에(46회) 총회 부회계를 맡았고, 신학교 이사회에도 속했다. 그때, 총회가 합동측과 통합측으로 나뉘면서 합동측 신학교는 용산역 부근 한 건물을 교사로 사용했다. 학교를 건축해야하지만 부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 장로는 한국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좋은 목회자를 많이 양성해야 할 것이요, 그 일을 위해 신학교를 세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1964년, 총회 후에 이사회가 부산 노진현 목사(이사장) 집에서 모였다. 신학교 건축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백 장로가 이사장을 개인적으로 만났다. “노 목사님, 누군가가 신학교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할 텐데, 제가 미력하지만 학교 부지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했다. 깜짝 놀랐다. 반갑지만, 어찌 그 큰일을 개인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백 장로는 광목을 표백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큰일을 결심한 것이다. 사실은 가족도 공장 안에 있는 집에서 불편하게 살고 있었다. 노모를 위해서라도 새 집을 지으려 했던 계획은 미루기로 한 것이다. 내 집보다는 선지학교를 건축하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서울 사당동에 총회신학교 부지(1만8천 여 평)을 매입하여 헌납했다.

사당동에 신학교 기공예배(1965)가 드려지고 총회신학교(총신대학)의 새 역사가 열렸다. 계속해서 기숙사와 신관이 들어서서 한국교회 교역자 양성의 요람이 되었다.

1982년에는 경기도 용인에 22만 4천 평을 확보하여 별도의 양지캠퍼스를 준공하였다. 백 장로는 총신대학 초대 재단이사장을 시작으로 제6대 재단이사장까지 21년간(1967-1988) 믿음과 헌신과 성실로 총신대학교와 총회신학교를 섬겼다. 교수들을 섬기고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매일 낮 12시, 가정기도를 드릴 때면 신학교를 위해 기도했다 한다.

백 장로는 열 살 때 떠났던 고향(경북 성주)에도 초등학교를 건축해서 배움의 터를 만들어주었고 예배당도 건축했다. 이런 백 장로의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호황을 누리던 백흥화학은 새로운 화학섬유산업이 일어나면서 사양길에 놓였고, 새롭게 설립한 회사도 순탄하지 못했다. 1970년에는 부도가 나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부도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릎으로 드렸던 기도이다. “주여, 다시 한 번 주님의 사업을 하다가 돌아가게 하옵소서. 이 자리에 이것으로 끝난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할 길이 없아오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뜨거운 눈물이고 거룩한 서원이었을 것이다. 아들이(백성기 장로) 회사를 맡아 문제를 풀어갔다. 대를 이어 풀어가는 무거운 십자가의 짐을 그분 밖에 누가 알랴.

자리에 누어버린 효암. 1988 올림픽성화가 타오르던 9월10일,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육신은 고향 곰짓골로 돌아갔다.

총회신학교 기공예배(1965. 3.)로부터 반백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국내외 목회자를 키워냈는가. 헌신의 사람 백남조 장로 그리고. 그의 가족들 믿음과 희생과 헌신이 참으로 아름답다.

교회마다, 단체마다, 시대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했던 성도들, 하늘에서 해같이 빛날 충성된 분들이 있었다. 교회는 이들을 잊지 말고 기념할 일이요, 감사할 일이요, 본받아야 할 일이다.

- 참고 <믿음의 사람 효암 백남조-총신대학교출판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