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25년까지 정읍의 초등학교 학령인구 예상치를 근거로 저출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9년이 경과한 지난 연말 교과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한 것을 확인하고 당황스러웠다. 이런 흐름은 정읍만의 현상이 아니다. 오늘 우리는 청년 취업이 힘들고 그래서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니 출산을 기대할 수 없는 소위‘3포 세대’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연령이 계속 늦어지는 것 역시 예삿일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다. 인구절벽이 코앞에 다가온 마당에 2006년부터 8년간 66조 원을 쓰고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출산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며칠 전 아들의 전역으로 우리 가정은 3대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제 당분간 직계 가족 중에서 군대에 갈 사람은 없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대로 가면 국방도 용병에 맡기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미 우리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고, 3백년 후에는 한반도에 5만 명 정도, 아예 전멸할 것으로 예상하는 절망적인 글을 읽은 적도 있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몇 가지 정책을 제언하고 싶다.

첫째, 병역과 출산장려정책을 연계하자. 가령 일찍 결혼해서 25세까지 두 명의 아이를 출산하면 6개월 정도, 27세까지 세 명의 아이를 출산하면 공익근무요원이나 산업체 근무요원으로 병역특혜를 주는 것을 검토한다면, 저출산 극복에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부족한 병역자원 확보를 위해 모병제를 적극 검토하자. 과도기에는 병장에게 하사관에 준하는 대우를 해서 복무연장을 유도한다면, 숙련된 병력확보와 청년 취업난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자녀 가정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군필자 가산점에 대한 찬반양론이 여전하지만 이걸 다자녀 가정에 적용시켜야 한다. 두 자녀를 기본으로 자녀가 많을수록 공무원 시험, 취업, 승진, 아파트입주, 의료보험 등에 가산점을 단계적으로 늘려 가면 저출산 극복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에서 여직원이 임신하면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결국 그만두게 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젠 그런 상사와 경영진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승진 등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 회사에 주던 세제상의 혜택을 박탈하고, 경영진에게는 형사책임까지 묻는 강력한 징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3대 가정을 늘려 육아와 교육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입학시즌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줄을 서서 추첨을 대비하는 풍경은 서울 같은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이 바닥인 정읍도 대기자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수시설에 대한 정원확대는 물론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동시에 소위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야기된 세대 간의 단절, 저만 아는 이기주의 등 교육상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면 3대가 같이 사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 3세대 동거 가족에 대한 세금감면과 의료보험, 3세대가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주택보급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늘려가는 방법으로 정책을 시행한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일과 육아문제 해결, 전인교육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대적 과제가 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일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시민의식의 전환, 미래의 고통을 노장청 세대가 분담해서 해결해 간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저출산 문제도 점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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