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이미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식구라도 지켜야 할 책무가 있기에 비관적인 심정으로 필을 들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잠잠하고, 청년들이 떠나가 버린 현장을 보셨습니까? 구름떼처럼 모이던 집회와 요란하던 전도주일은 예전 추억이 되었습니다. 교회 오시라고, 예수 믿자고 전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반 기독교적이며, 냉소적인 사회 풍조가 SNS.와 젊은 층에서는 주류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서양 기독교의 추세에 비추어 한국교회 성장의 정체와 침체를 경고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엄연한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울에서 중간 정도의 보통 교회 목사인 필자 역시, 수년 전만 하여도 우리 교회는 괜찮겠지 하는 낙관론을 가졌었습니다.

세계 교회사에 경이로운 업적을 남긴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 앞에서, 우리는 너무 교만하였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민족 사회에 마치 우리가 잘나고 잘해서 성장한 줄로 자랑하며 속고 있었습니다.
현 한국교회 상황에서 필자는 보다 시급한 여성 성도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한국교회의 주류는 여성층입니다. 아무리 정치하고 호언장담하는 남자 어르신들이 부정을 하려고 하여도, 각종 예배시간에, 기도회 때마다, 크고 작은 전도와 봉사현장에, 심지어 헌금하고 헌신하는 일군들은 절대다수가 여성들입니다. 교회를 끝까지 지키고 순교자적인 신앙으로 일편단심 희생하는 이들은 여성입니다. 한국교회에 여 성도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떠난다면 유지 관리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희생을 잊지 못하는 2세대들이 대부분 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교 문화의 잔재인 가부장적인 권위를 앞세워 이들을 무시하고 홀대하지 않았습니까? 수년전 전국의 여성단체가 궐기한 사건의 단초를 본 교단의 증경 총회장님 한 분이 제공했습니다. 지금도 예장 합동 교단이라면 여성계와 의식을 가진 이들에게는 아주 무식하고 뒤떨어진 전근대적인 집단으로 꼽습니다. 고전14:34을 앞세워,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 하라.” 이것이 진리입니까? 그 억지 해석도 진리입니까?

여성은 열등한 피조물이 아니라 동등한 반려자입니다. 굳이 창조의 언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금 가정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공로를 크게 인정하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는 헌법과 전통의 미명 아래에서 여성배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아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무망하다면 딸자식이라도 교육을 잘 시켜서 가업을 잇게 하지 않습니까? 나라의 대통령도 여성을 배출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교단에 비하여 합동은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고 자타가 공인합니다. 96회 총회에서 여선교사들에게 성례권만이라도 허용하자는 청원을 하고 총회에서 가까스레 결의를 하였으나, 노회 수의를 거치라는 단서 조항 때문에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사실 총회 결의만으로도 충분히 실시 가능한 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총회 법에는 선교사의 조항에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거나 차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에게 순종과 헌신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응분의 지도력을 세워주어야 합니다. 여성들이 가진 장점을 십분 살린다면 교회가 달라집니다. 당회와 노회와 총회가 달라질 것입니다. 흑백논리로 싸움 박질하고, 노(老)타리 클럽의 오명을 벗어버리고, 부정부패의 악연도 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보여 줄 수가 있습니다.

필자는 수주 전에 판교의 ‘○교회’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님이 여성입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결혼식에서 상당한 충격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청년 2,000명 출석, 10여 년 간에 주례한 부부들 가운데 이혼 사례가 전무하다.’ 문제없는 청년들이어서가 아니라 문제가 많이 있음에도 신앙 안에서 나누고 치유받고 섬기며 세워주는 모성애적인 리더십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 목사님도 본 교단 소속 교회 출신이었습니다.

필자는 현재 총대도 아니며, 총회와 산하기관에 아무 직책도 없기에 자유로우며, 가정과 교회에서 여성들의 헌신과 재능을 눈 여겨 보았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하고 열린 마음으로 강청 드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명분과 기존의 관행에 매여서 현실에 둔감하고, 내일을 준비하지 못함으로 더욱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낭패가 없어야 하겠습니다. 본 교단의 소중한 여성 지도자들이 교단을 떠나고, 그로인하여 엄청난 손실을 본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총신대 신대원의 여학생 진학을 보아도 해를 거듭할수록 질적으로 양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본 교단의 여성 정책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제100회 총회에서 획기적인 변곡점을 기대합니다. 특히 여성 지도력에 새 힘과 영감을 부여하는 과감하고도 폭 넓은 진전을 소망하며, 여성계도 참여하는 상설 여성 기구를 출범시킴이 좋을 것입니다. 총회장님과 임역원, 그리고 총회를 위하여 안팎에서 섬기며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여러분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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