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닐 앤더슨 저, 오종향 역, 아가페북스, 2012-09-26, 208쪽, 10000원
세상은 미움과 대결의 양상이다. 반목과 투쟁의 시대이다. 세상에 상처를 받아와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아픈 영혼들로 가득하다. 세상은 사람들의 상처가 나을 틈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분리와 차별로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 분노살인이 많아진다. 복수심 가득한 증오의 열정으로 칼을 갈며 산다.

인류가 죄와 허물로 죽었을 때, 이 타락한 세상의 자연적 질서 안에서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체적 특성, 직업,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 결국은 이에 따른 다른 인간에 대한 차별과 무시, 교만과 멸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계급주의, 엘리트주의, 남성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등의 인간차별의 결과가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고 오셨다.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질문 중 하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것이다. 영화 <밀양>에서도 그 혼란상이 드러나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서 가해자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적으로 그것은 권장할 만하지가 않다. 가해자가 또다른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것이다. 용서는, 그 사람이 마귀나 짐승이 아니라 회개와 회복이 필요한 사람임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 화해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위하여 한 걸음을 더 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화해는 칭의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에 근거하고 있다. 화해는 양편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용서와 달리 화해는 잘못한 측에서 원치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화해는 양쪽 모두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화해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 우리를 흠이 없고 거룩하게 드리려는 것이다.

화해가 이런 것이라면, 화해는 위대하고 숭고한 사명이며,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이 맺어야 할 열매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한다면 우리는 하나님과 화해 속에서 살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바른 관계의 정립 곧 화해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화해가 일어나려면 한국인의 뿌리 깊은 <우리의식>을 한번씩 벗어나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우리 중의 하나’로 여길 때 화해는 가능해진다. ‘그들 중의 하나’로 인식할 때는 화해는 요원한 일이 된다.

참된 화해로 나아갈 때에 어떤 장벽들이 있어서 어떻게 제거할 것이며, 어떻게 감정적으로도 용서를 할 것이며, 어떤 기도를 할 것이고, 어떤 체크리스트를 점검해야 할 것인지 하는 부분들이 찬찬히 정리되어 있다. 일독하며 자기를 살핀다면 화해자 예수를 새롭게 만나리라.

그러잖아도 교회 내의 갈등, 교계의 분열, 한국사회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아가는 것 같은 이 시대에 우리는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복음은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고.

답은 분명하다. 그리스도의 은혜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온전케 하는 능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번역하는 것이 나의 삶에 화해의 기초가 많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화해에 대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이 책은 화해에 대한 성경적인 레시피이다. 각자 맛있는 화해 요리를 하기 위한 원리와 순서를 찬찬히 제시했다. 잘 적용하면 최고의 요리를 맛보리라. 적용하지 않는다면 소용 없다. 문제는 화해의 적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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