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누가 나에게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생명과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 참,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 중에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좋으냐 사람이 좋으냐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두 질문이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기에 좋아하고, 사람은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마는 엄마이기에 좋아하는 것이고, 아빠는 아빠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년 열 두 달 중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면서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이 들어있다. 물론 이 날들은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어떤 점에서 오늘날은 세분화 전문화를 너무 많이 시켜놓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세대 간의 단절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세대통합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세대통합복지를 이루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대통합을 위한 시도는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어느 세대도 만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일컫는 오월에 접어들자, 안타깝게도 행복한 가정의 소식보다는 불행한 가정의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범죄…, 부모에 대한 자녀의 범죄…. 그 가운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각종 SNS에 사진 한 장과 사연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사연인즉슨, 2011년 10월 터키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는데, 구조팀이 한 젊은 여성이 살던 집 주변에서 생존자를 찾던 중 폐허가 된 흙더미 속에서 무릎을 꿇고 상체는 앞으로 기울이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단다. 집이 붕괴되면서 그 무게로 인해 그 여성의 허리와 머리는 부러져 있었단다. 구조팀이 흙속으로 생존여부를 확인하니 이미 죽어있었단다. 그래서 그 여성을 포기하고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철수를 하려는데 구조팀장이 그 여성의 자세가 이상함을 느껴 다시 다가가서 팔 아래 흙을 파내면서 공간을 확인하더니 소리를 치기 시작했단다. “아기가 있다!” 그러자 구조요원들이 몰려와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니 꽃무늬 담요에 둘러쌓인 생후 3개월된 아기가 있는데 그 아기는 잠들어 있었단다. 의료팀이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담요를 펴자 그 속에서 휴대폰이 나왔고, 휴대폰에는 이런 메시지가 찍혀있었단다. “아가야 만약 살아남거든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저께는 70대 며느리가 지금은 치매에 걸린 103세된 시어머니를 50년 넘게 모시고 사는데 이번 어버이날을 기념해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그 분은 추운 겨울 날에도 연탄 두 장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키신 시어머니셨고, 연세가 들어가시면서 치매증세가 심해지는데도 직접 모시면서 살아왔단다. 그러면서 “시어머니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후회될까 싶어서 그냥 잘 보살피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라고 했단다.

우리 네 가족…, 네 가족 중 나와 아들과 딸의 생일이 이틀 간격으로 5월에 들어있다. 물론 여태까지 나는 음력을 생일날로 지켜왔지만 이제 양력으로 지키기로 하고 한날에 세 명 몰아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는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딸래미 생일이기도 한 8일을 세 식구 생일날로 삼아서 오붓하게 지냈다. 아니 아니 난 오붓하게 지내지 못했다. 이웃 동네에 있는 아울렛에 가서 세 시간 이상 뒤를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어버이날이 어버이날이 아니었고, 생일이 생일이 아니었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아들은 엄마를 업어주고, 딸은 아빠에게 뽀뽀를 해주게 한 값(?)이었다. 아무래도 내년엔 작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부모의 자녀 사랑? 자녀의 부모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이유가 없다. 자식이 잘 났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들을 사랑하고 못 났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부모가 잘 났기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고 못 났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부모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는 그렇게 자식을 사랑하면서 진이 빠져가고,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먹으면서 자라는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공부방 아이들이 어르신들께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로 드리고, 어르신들 역시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드렸다. 또 하나의 가정을 추구하는 우리 교회의 정신을 살리는 퍼포먼스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정신의 실천이 일회성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생명과 가족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아 그 생명의 에너지를 가족의 가족됨을 회복하는데 쏟고, 다시 그 가족의 생명의 에너지를 교회를 가족 공동체로 회복하는데 쏟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 사회가 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그런 점에서, 오월의 여러 기념일 중 ‘가정의 날’을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운동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답이지 싶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