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 정통 스포츠카를 표방하며 지난 2008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 첫 달에만 무려 1000대가 팔려나갔다. 이듬해는 스포츠카라고 믿기지 않는 7011대 판매로 기념을 토했다. 하지만 황금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출시 불과 2년 뒤인 2010년에 2789대로 곤두박질치더니 그 다음 해부터는 1568대, 1262대, 385대, 330대로 급격히 추락했다. 쿠페의 시련은 아직 끝난 게 아닌 듯하다. 지난달에는 겨우 19대 판매에 그쳤다. 불과 5~6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쿠페는 ‘제네시스’란 이름만 빌렸을 뿐, 특별한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마니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본기와 성능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 편의사양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어느 틈엔가 주 고객층들의 마음과 발걸음까지도 떠나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 년은 역사이래 가장 잘 먹고 잘 산 황금기였다. 그 지위는 어느 때보다 높았고 주변국들과의 관계 또한 대등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이렇게 만만하게 본 적이 고구려 이후 1500년간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런데 이 특별한 황금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격랑(激浪)의 발원지는 중국이다. 작년 7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중국 방안(中國 方案·Chinese Solutions)’과 ‘일대일로(一帶一路·新 Silk Road)’는 미국 중심의 전후(戰後) 국제질서와 맞부딪치려는 ‘현상 변경’ 전략이다. 이 격랑 앞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우리를 바라보는 맹방(盟邦) 미국의 표정 또한 점점 굳어지면서 최근 일본과 손을 꽉 잡아 버렸다.

한국교회, 백여 년 전 마치 제네시스 쿠페처럼 이 조선 땅에 등장했다. 초기, 비록 그 숫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대중의 눈길을 빼앗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길선주 주기철 김병조 조만식 백낙준 박형룡 한상동 등이 키를 잡은 ‘거룩한 무리’호(號)는 세상을 향해 충격파를 던졌다. 그 뒤를 이어 바통 터치를 한 한경직 김창인 김준곤 등이 주역이었을 때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1200만성도’ ‘민족의 복음화’란 당찬 외침에 당장이라도 이 한반도에 ‘하나님나라’가 건설되며, 전 국민이 신자화(信者化)될 것 같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30년, 오늘의 한국교회는 과연 어떠한가?

지난 2007년 상암벌에서 열렸던 평양대부흥100주년기념예배를 기억하는가? 그 축제 현장에서 설교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마치 피를 토하듯이 ‘주여, 내가 죄인입니다’고 울부짖었다. 도대체 무엇을 내다본 탄식이었을까? 한국교회 황금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각성과 자성,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불과 일년 전 4월 16일 아침 9시 50분, 모두가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를 응시했었다. 한결같이 ‘괜찮겠지, 잘 되겠지’하며 말이다. 헌데 한번 기울기 시작한 그 큰 배, ‘어, 어’ 하는 순간 서서히 뒤집히더니, 지금은 ‘304명의 꽃’들을 품은 채 바다 속 깊은 뻘 속에 괴물처럼 누워버렸다. 한번 기우뚱하며 하향곡선을 그리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 지금 영적 임진왜란 앞에 직면해 있다.

교세감소, 교인고령화, 주일학교퇴락, 교회신용도추락, 종교선호도꼴찌, 젊은이들의 외면, 복음왜곡, 물량주의, 기복주의, 새신자등록저하 등 ‘10대 징후’가 뚜렷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훼괴한 괴변만을 늘어놓던 선조,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원균은 보이는데 정작 믿고 따를 이순신은 보이지 않는다. 맥없이 침몰되던 칠천량해전(漆川梁海戰)의 함선들은 보이는데, 명량해전(鳴梁海戰)에 투입된 12척의 배는 아무리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없다. 구중궁궐에서 호화로운 비단으로 온 몸을 휘감은 채 나라를 위한답시고 으스대던 부사 김성일, 도원수 김명원같은 이의 ‘태평가’는 들리는데 현장에서 거북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나대용, 전라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최호, 사도첨사 김완같이 전쟁의 물줄기를 돌린 충직스러운 면면들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학자들은 한국교회가 2028년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복음은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는 망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10년의 시한부생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이 마지막 골든타임 10년을 놓치지 마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중요한 분기점에, 특히 교단설립 100주년 총회를 앞두고, 여기에 광복 70년이란 역사적인 해에 전국의 ‘목사 장로’들이 기도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이 모임은 공공연히 ‘총회전초전’이라 불렸다. 한국교회 황금기가 저물고 있는데, 탄 배가 분명 기울고 있는데 금년에도 이 불명예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을 하늘 중천에 붙들어 매셨던’(수 10:14) 그분 앞에 부르짖는 오늘의 여호수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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