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사>를 대표 집필한 숙명여대 이만열 교수를 초청하여 성경번역과 반포에 대한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강의 후 차를 마시면서 “총장 한 번 하시고 은퇴하셔야죠?”했더니 “이경숙 총장 참 잘 했습니다.”는 의의의 답이 돌아왔다. 민주화에 대한 분명한 소신으로 해직 된 경험도 있고, 나중에 장관급 국사편찬위원장까지 지낸 분이라 마지막으로 총장 한 번 하고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이경숙 전 총장은 4선 총장으로 숙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분이다. 우리 총신대학교도 가능성 있는 사람, 역량 있는 분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 총장 하고 싶은 마음 갖는 것조차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할 수는 없다. 학교 구성원을 하나 되게 하고, 산적한 현안을 해결함은 물론 학교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총장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동료 교수들과 학교 구성원, 동문들로부터 두루두루 존경 받고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모교의 총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숭실대학교에서 기독교사회학 전공 신학석사 과정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런 연고로 숭실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편이다. 이효계 전 총장은 숭실대학교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다음 총장으로 선출된 분이다. 수락하기 전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모교의 총장 제의를 수락하고 싶다. 다만 4년간의 연봉은 학교발전기금으로 내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겠는가.” 부인과 장성한 자녀들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4년 임기 동안 받을 수 있는 5억 원이 넘는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약정하고 총장 직무에 들어갔다. 신임 총장의 통 큰 결단에 교수들과 동문들도 적극 호응,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전 총장 임기 동안 숭실대학교도 많은 발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 총신대학교에도 이런 미담의 주인공이 나온다면 전국교회로부터 아낌없는 지지와 칭찬을 받을 것이다.

99총회 당시 지금의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필자만 해도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소송 등 극한의 대립으로 가지 않도록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한 적이 있지만,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미래이기 때문이다. 총신대학교 법인이사회가 정년 지난 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한 일로 폭발된 작금의 사태는 제100회 총회 전에 해결해야 한다. 기념비적인 100회 총회를 맞이하려면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맞이할 100회 총회를 파행으로 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지난 99회기는 선배들이 만들어 온 역사라면 100회 총회 이후는 우리와 후배들이 같이 써 가야 할 공동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법인이사회는 개혁성향 인사를 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운영이사회의 추천절차를 지키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총회 측에 대한 화해의 몸짓으로 볼 수는 없을까? 그 두 분이 평소 법인이사회보다는 소위 총회 측에 가까운 분이라고 보는 필자의 입장이 맞다면 더욱 그렇다. 법인이사회 측이 절대로 잊으면 안 되는 장면이 있다. 제99회 총회 현장에서 총신개혁에 대해 보여준 절대 다수 총대들의 뜨거운 열정은 일회성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법인이사회 측이 사립학교법에 기대 버티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전국교회의 협력을 받아 총신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개현신학의 보루로 만드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자기를 비우시고, 낮추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빌2:5-8)가 모든 주의 제자들이 따라야 할 주님이라고 부끄럽지 않게 설교하려면 결단해야 한다.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 십자가의 고난과 승리하신 부활을 묵상하며 다시 하나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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