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리더들의 핵심 자질

▲ 앤디 스탠리 저, 윤관희 역, 국제제자훈련원(DMI), 2004-12-30, 219쪽, 8500원
이 책의 첫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저자가 정말 ‘알고서’ 쓰는 사람임을 간파하여야 했다. 그는 현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알고 있었고, 과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리더로서의 지금의 나와 예전에 리더로서 내가 지나왔던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지난 유월 초, 나는 조금 늦게 교회의 단기 선교 팀에 합류하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담당자에게 의사를 타진해 보았다. 내가 맡고 있는 부서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선교를 가겠다는 결정이 늦어져 있던 터이었다. 그런데 비교적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달되어왔다. 합류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쪽에서 안 된다고 제시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으나, 사실은 그곳의 리더가 나를 경계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 팀의 젊은 리더는 교역자인 내가 합류할 경우 자신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까봐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나이도 나보다 십여 년 이상 어리고 이제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나를 못 가게 하기 위하여 전방위로 로비를 하고 다녔고, 심지어는 음해성 루머까지 퍼뜨리기까지 하였다.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에 너무 일찍부터 집착하는 그의 모습을 씁쓰레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앤디 스텐리가 쓴 이 책의 첫 구절을 떠 올렸다.

"젊은 리더들이 혼자 힘으로 모든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 그러나 처음에는 당연하고 필요한 듯 보일지라도 결국, 이러한 태도는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17p)

나를 반대하고 나선 그 친구에 대해서 당연히 좋은 기분을 갖기 어려웠지만, 그러나 나로 하여금 그것보다 더 서늘하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던 것은 바로 그 젊은 리더 속에 투영되어 있는 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 역시 아직 젊은 리더 그룹에 속하는 나이이기에 그런 실수를 동일하게 반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사실상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내가 객관적으로는 어떤 리더일까에 대하여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사역을 해 왔던 내가 언제 어떤 리더십의 그림자에 빠져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세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러한 자각을 통하여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교회를 포함한 나라 안팎의 모든 공동체가 바로 이 리더십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준비된 리더, 성숙한 리더를 찾고 있었다. 좋은 지도자와 훌륭한 지도력에 대한 갈급함은 특별히 지금 이 시대만의 유별난 요구가 아니라, 모든 역사를 통하여 일관되게 나타나는 필연적인 아우성이었던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꼼꼼하게 다시 읽기를 시작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과 그로 인해서 촉발된 리더십의 위기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다. 이미 그의 다른 책을 읽고 절실히 경험한 것이지만, 탁월한 명성을 날린 바 있는 아버지 찰스 스텐리의 아들답게 저자는 명쾌한 통찰력으로 리더십의 중요한 기초에 대하여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을 정성스럽게 읽어나가다 보면 자주 반복되는 - 음악으로 치면 라이트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 문구 하나가 눈에 띄는데,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고 저자가 지향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정의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따를만한 지도자’라는 개념이다. 저자는 능력, 용기, 명확성, 훈련, 인격이라는 다섯 가지의 핵심 자질을 미래 리더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다섯 가지의 기초는 비록 암시적이지만 철저히 그 사람을 ‘따를만한 리더’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고만고만한 리더를 많이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저자는 철저히 가르치고 준비시켜서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만드는 그런 탁월한 리더를 구비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본문을 이루는 다섯 가지의 요건들은 저자의 그러한 투철한 의도를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무게 있는 의미와 유용성으로 건져질 수 있다.

그렇다면 ‘따를만한 지도자’란 무엇인가? 그것은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 지도자를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사실상 직책과 직위에 의해서 그냥 리더가 될 수 있다. 시간에 의하여 순리적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성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때로는 탁월한 성취와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괜찮은, 그리고 업적을 남기는 리더가 된다고 해도, 그것은 따를만한 리더가 된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성과를 낳는다는 것은 따를만한 지도자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따를만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성과와 지위 외에 또 다른 자질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저자는 그것을 일컬어 ‘인격’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격은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몇 명의 경영학자들이 ‘따를만한 리더의 특성’에 대해서 조사한 설문결과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 리더에게 궁극적으로 요구한 덕목은 바로 ‘청렴’과 ‘정직’ 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직은 능력, 지성, 그리고 격려보다 더 우선시되었다. 정직은 바로 인격을 의미하는 상징어로 사용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리더가 ‘훌륭한’ 사람이기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인격을 강조하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소름이 끼치도록 지도자의 인격에 대한 책임감과 나아가 사명감마저 느끼게 한다.

“당신을 따르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당신이 따를 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이기를 원한다. (…) 사실 당신을 따르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보다 당신의 인격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180p)

사람들이 자기 자신들보다 나에게, 아니 구체적으로 나의 인격에 더 희망을 걸고 있다는 이 말은 정말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얼마나 제대로 된 한 사람을 갈급해 하고 있는가. 이런 기대는 결국 예수님에게 쏟아 부어지던 바로 그 기대가 아니던가? 사람들이 실제로는 나라는 한 사람의 인격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바로 그 기대는, 이천 년 전 그리스도로 오셨던 한 사람에게 온 우주가 주목하며 숨을 죽였던 바로 그 염원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것은 한 공동체가 그리고 작은 가정이 그리고 더 나아가서 교회와 민족이 한 사람의 지도자를 바라보며 간절한 구원의 소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기대에 대한 책임감과 그것을 위한 준비가 미래의 리더를 자임하는 모든 자에게 엄격히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전제 조건을 의식하면서 글의 구조를 따라가 볼 때, 저자는 의도적으로 인격이라는 요소를 다섯 가지 자질의 맨 마지막에서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처음에는 리더십의 가장 보편적인 원리인 능력을 강조하다가 점점 능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본질적 자질들로 옮겨간다. 그가 강조하는 다섯 가지의 리더십의 핵심 자질들을, 또 다시 그 중에서도 핵심만을 골라서 요약하면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1) 능력 -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으려면, 철저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겸허함이 있어야 한다. 성공은 마약과 같은데,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성공한 리더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강점을 알 수 있다.

2) 용기 - 용기란 행동을 의미한다. 리더를,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 통찰력이 아니라 행동하는 용기이다. 리더는 필요한 변화에 도전하고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방관자로 남게 되는데, 리더는 이것을 깨뜨려주어야 한다.

3) 명확성 - 리더십의 현장에는 언제나 일정 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다. 따라서 리더십의 목표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제거가 아니라,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진하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리더십의 목표를 착각하면 안 된다. 사람들은 바로 그 불확실성 때문에 리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4) 훈련 - 리더들은 남들의 지도를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리더일수록 가르치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교만 때문이다.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충고를 거절하였다. 왕이 그런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은, 그가 결국 백성들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준다. 기꺼이 훈련을 받고자 하는 리더의 자기부정의 자질, 이것은 리더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5) 인격 - 인격이란 ‘어렵지만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올바른 일을 하려는 다음 세대의 리더로서 우리는 옳고 그름과 관련해서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 소망과 독립되는 옳고 그름의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선악의 절대적 기준은 바로 하나님과 성경의 가치관에 뿌리박고 있다. 인격은 성경적 세계관을 절대적으로 믿고, 그것을 위해서 기꺼이 대가를 치르는 힘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게 들었던 생각은, 언제나 좋은 책은 부피를 초월하는 자체의 무게를 지녔다는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사람이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은 필요한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일 것인데, 들으려 하지 않는 리더의 오류가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을 견딜 수 있었다. 그의 글은 짧지만, 양보가 없다.

작던 크던, 훌륭하던 그렇지 못하던 어쨌든 현재 리더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리더십이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시켜준 저자에게 감사와 신뢰를 보내고 싶다. 바라기는, 어서 빨리 저자의 다음 책이 나와서 포장을 뜯고 첫 장을 열어 책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 주기를, 그래서 그의 통찰력의 깊은 바다로 함께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친절하게 인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제 나는, 유익한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뿌듯한 포만감에 취하여, 한 여름 곧 시작될 흐릿한 장마의 하늘을 향하여 한 줄기 만용의 소리를 외쳐보고 싶다.

“빛이 있으라!  리더가 되라!”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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