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마감할 날이 다가오면서 결산을 위한 설교를 준비하다가 금년 한 해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좋아하고 미워하며 살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내 삶의 중심이 핵심가치를 위한 일이었다면 금년 한해도 나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그러나 핵심가치에서 벗어났다면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금년에도 나는 실패한 것이다.

가치란 사전적으로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값이나 중요성을 말하고, 핵심가치란 개인이나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이다. 개인의 좌우명이나 가정의 가훈, 또는 교실 칠판 위에 걸려 있던 급훈이나 기업의 사훈 같은 것이 바로 핵심가치(core value)다.

전에 <지킬 건 지킨다>는 카피로 끝나는 한 자양강장제 광고가 있었다. 달콤한 데이트를 하던 청춘남녀가 갑자기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연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여자의 집이었다. 집 안에 걸어둔 “통금시간 밤 10시”라고 쓰인 액자가 클로즈업되면서 <지킬 건 지킨다>는 카피로 광고는 끝을 맺는다. 아무리 시간가는 줄 모르는 달콤한 데이트일지라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지킬 건 지키는 핵심가치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할 때 개인은 그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되고 공동체는 추구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핵심가치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핵심가치는 매 순간 판단의 기준이 되고, 우리가 왜, 무엇을, 어떻게 할까?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의 행동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핵심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고전 같은 사례가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사다. 존슨앤드존슨사는 1982년에 미국 시카고의 어느 정신병자가 그 회사의 유명한 제품인 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하여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임스 버크 회장은 즉각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한편 빠른 시간에 미국 전역에 깔린 타이레놀 전량을 수거했다. 이 과정에 들어간 비용이 100억 원이 넘었다고 한다. 범인이 잡히고 오해가 풀렸고 존슨사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제품을 쉽게 뜯을 수 없는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하고서야 판매를 재개했다고 한다. 그 결과 존슨앤드존슨사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신뢰도는 절대적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우리는 우리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모든 소비자에게 책임을 진다>는 그 회사의 핵심 가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사는 1887년에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도 살아 남아있다.

최근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우리나라 모항공사의 땅콩리턴 사건처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은 부녀가 나와서 사과를 시도했으나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데만 급급했다. 중요한 것은 사과에 실패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핵심가치 실천에 회장부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사훈이 이렇게 소개되었다. 세계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 최상의 운영체제, 고객감동과 가치창출, 변화 지향적 기업문화다. 그런데 정작 지도부부터 핵심가치는 슬로건에 불과했다. ‘고객감동과 가치 창출’ 이 한 가지 핵심가치만 인식했어도 그들은 달랐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처리하는데서 본질이 들어난다. 그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가 아니라 비행사(非行社)로 전락했다. 핵심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피부는 핵심가치이고 화장품은 피부를 위해서 있는 부수적인 가치다. 피부가 없으면 화장품은 쓸모없다. 화장품을 피부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면 화장품은 우상이 된다. 몸은 핵심가치고 옷은 그 핵심가치를 위해서 존재한다. 옷을 위해서 몸을 상하면 안 된다. 그런데 날씬한 옷을 입기위해서 몸을 학대하는 것은 인생을 잘못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나 가족이 핵심가치이고 집이나 돈은 그것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자신의 명예나 돈을 위해서 사람을 해치고 가족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생을 잘못 산 정도가 아니라 실패한 것이다.

몸보다 더 중요한 핵심가치는 생명이다. 그런데 그 생명을 주시고 다스리는 분이 예수님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핵심가치다. 아니 절대가치다.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로 착한 일을 하게 하시며, 끝까지 그 일을 이루실 예수님이다. 예수님이 있으면 모든 것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있어도 예수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예수님이 절대가치라는 사실을 실감나도록 경험한 적이 있다. 며칠 전 새벽에 결산 설교를 준비하며 묵상하는 중에 주님이 나에게 이런 생각을 주셨다. “2014년12월31일 저녁12시에 내가 죽는다면?” 이런 생각으로 시작된 나의 묵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내 인생의 최후인 죽음 앞에서 예수님 외에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함께 할 것이 없었다. 예수님만이 나에게 절대가치요 영원한 가치였다. 그래서 금년한해도 핵심가치인 예수님께 충실했는가? 스스로 결산해 본다. 그런데 내 마음에 답이 시원치 않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