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교회들이 긴장하며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수험생들은 그동안 오로지 수능시험일 단 하루 만을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며 시험 준비를 해 왔을 터이다. 그리고 수능시험일 마지막 답안지를 제출하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억압과 짐을 벗어버릴 것이다. 수능시험만을 위해 살아 온 인생들이기에 혈투가 끝난 이후의 삶은 ‘무한자유’의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수능시험 직후 수험생들은 인생에 있어서 가치관과 삶의 가장 큰 혼돈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수능시험만이 인생의 최종목적이라고 세뇌당하면서 닦달을 당해온 예비대학생들을 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천 수험생이라고 별반 그 삶의 정황이 다르지 않다. 그동안 옥죄였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교회출석이나 신앙생활은 자유를 구속하는 또 하나의 굴레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점수가 발표되기 이전까지 몇 번의 수시전형에 응하기 위해 화려한 대학가 주변에 머문다. 그동안 동경해 왔던 대학문화를 맛볼 수 있는 기회는 그들의 마음을 세상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을 입학하면 놀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대학캠퍼스 속에서 신앙생활은 그들의 삶 속에서 생경하고 잊혀져가는 단어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타 지역 출신으로 집을 떠나 공부와 의식주 문제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기독 청년들이 자발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교회출석과 신앙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대학신입생 14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대학신입생 종교생활 및 의식조사’ 결과가 증명해 준다. 조사결과를 보면 초·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출석을 하다가 대학을 입학한 후에도 교회를 다니는 비율은 27.2%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직시한다면 수능이 끝난 직후 과연 교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시급하고도 실제적인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수험생들이 해방감과 자유를 누리되 신앙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영적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크리스천 수험생들을 보내는 지역교회와 대학이 있는 도시의 교회가 연대하여 수험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입을 경험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해방감을 맛본 때는 주로 논술과 면접으로 진행되는 수시전형 시기라고 한다.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대학가를 왔을 때 내재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결국 수험생들을 보내는 지역교회와 대학가 주변 교회들이 연대하여 수험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적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수험생들을 혼자 모델에서 재우지 말고 하룻밤 숙소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나아가 시험을 치르는 대학에 다니는 선배와 연결시켜 주는 실제적인 프로그램도 준비할 수 있다. 이 같은 준비를 통해 필자가 섬기는 영적 공동체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오는 대학생과 청년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르는 상황이다. 매년 각 교단이 총회 때 마다 보고하는 교세현황을 종합해 보면, 대학청년부의 비율은 전체 교인비율의 5% 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젊은 세대를 품는 것은 어느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다. 수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뜻 있는 교회들이 연대하여 64만 여명을 헤아리는 수험생들을 향한 영적이고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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