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서 중국 남부 지역에 파송한 선교사 한분이 지난 해 중국 정부로부터 추방령을 받았습니다. 그 선교사는 자신의 실수와 부덕으로 인해 추방을 당한 것으로 여겨 심히 자책했고 본 교회에 돌아와 인사하는 것조차 힘들어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혼자 한국에 남게 된 외로움, 그리고 파송 교회의 성도들을 보기에 민망한 마음과 혹시나 파송교회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등으로 인해 약간의 우울증이 생겼고 건강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 선교사는 당분간 서울의 먼 친척 집에 머물며 건강도 추스르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본 교회에 오겠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한 달이 지난 후 그 선교사는 상심한 얼굴로 본 교회로 찾아왔습니다. 다른 선교사들의 추방 소식을 종종 접했지만, 정작 본인이 추방되고 나니 마음에 타격이 꽤 컸던 것 같습니다. 본 교회의 선교위원장과 저는 그 선교사의 지난 사역들과 추방 과정의 전말을 오랜 시간 들어 주고 격려와 기도로 상심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서로 상의했습니다. 저는 그 선교사에게 중국선교를 계속하기 위해 무엇이 가능한지를 물었습니다. 다행히도 특별한 범법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객으로 단순 방문하여 한 달 체류하는 비자를 받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선교사에게 두 가지 사역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먼저는, 연 2회 정도 관광비자로 중국에 들어가 한 달씩 머물며 가족을 만나고 섬기던 교회와 신학교를 지도하기 위해 사역하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항공료도 많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중국에 머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역에서도 그동안 훈련시켜 온 현지의 교수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기를 권면하였습니다. 중국 현지 지도자들은 이런 사태를 온전히 대비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사명과 책임을 위해 더욱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역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의 이 지역이 더 중요한 사역지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유학 와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우리 교회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중국어 예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초창기에는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몇 분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습니다. 중국어를 잘하면 신학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곤란했고, 반대로 신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아직 언어와 문화에 미숙하여 곤란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사역했던 그 선교사가 아주 열정적으로 중국 유학생들을 전도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주일 여러 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등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러 동역자들의 수고의 열매이지만, 그래도 어학도 가능하고 믿고 맡길 만한 분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 선교사는 여기에서도 훌륭하게 중국 선교사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곳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지역의 선교가 훨씬 중요합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한 상당수의 중국 유학생들은 친절하게 다가 온 학교의 동료들을 따라 신천지를 간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중국 현지 경험을 충분히 가진 선교사의 중국 유학생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와 문화적 이해, 그리고 실제적 조치로 많은 유학생들이 복음으로 바로 양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지에 가서 선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은 바로 이곳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 분을 불러내어 이곳에 와 있는 귀한 일꾼들을 더 안전하고 훌륭하게 양육하는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선교의 길은 다양합니다. 지금 많은 외국인들이 와 있는 이곳이 바로 선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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