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내려앉은 담장 아래
앙증맞게 고개 내민 수선화
노랗게 피어 환하게 웃는다
나, 여기 있었어요

향기 좋은 꽃이
온실에만 피는가
한겨울 눈비 맞아야
빛깔 곱고 향기 진하다지 않는가

보도블럭 틈새 민들레
소나무 숲 진달래
바닷가 모래밭 해당화
무인도 절벽 풍란
생명의 신비 강인함이여

내 인생의 흑암 터널
저 끝에 비치는 광명한 새날
일어나라, 패자부활!
눈물 옥구슬 한 송이 꽃 피우리
나, 여기 있었어요.

내가 봄에 쓴 詩 [다시 피는 꽃}이다. 겨울이면 보이지도 않던 수선화가, 봄이면 고개 내밀고 올라오는 것처럼, 세상 풍파로 죽어지내던 사람이 패자부활의 승리자로 다시 일어나서 ‘나, 여기 있었어요’하고 외치는 ‘인간승리’를 노래한 것이다.

수 년 전, 센트루이스에서 부흥집회 인도를 마치고,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있는 박영실 목사님을 만나서, 승용차로 함께 워싱턴D.C.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서 고생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개척교회인 우리 교회 되어가는 상황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눈물로 간증했다.

1981년, 동산교회를 개척했을 때, 그는 전남대학교 재학생으로 나와 함께 했던 개척교인이다. 그러니, 정이 두터웠다. 10시간 넘게 가면서 찬송을 불렀다.  "참으로 많은 일 있었지요 주님을 영접한 후에도/ 그러나 나의맘 속에는 언제나 기쁨이 넘치네/ 슬픈 일도 있었구요 괴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맘속에는 언제나 감사함 넘치네..."

지금도 그 때 그 사람들을 만나면 이 찬송을 부른다. 교회를 시작했을 때 대학생 몇이 들어왔다. 교회 환경이 열악하고, 짐이 가득한 소수 교인인데도 불구하고, 개척 비전을 함께 나누며, 유초등부와 중고등부를 맡아줬다. 참 좋은 개척교회 동역자이고, 30대 젊은 목사인 나의 힘이 되어 주었다.

둘은 총신대학원을 나와 목사 안수를 받았고, 한 분은 독일로, 한 분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청년들이 한 밤을 지내며, 송별회 겸 기도회를 가졌다. 유학비가 넉넉하지도 못했고, 있을 곳도 마땅치 않으니, 하나님의 은혜만을 의지했다. 그날 밤 촛불기도회는 진한 눈물로 드리는 찬양과 기도였다.

박 목사님이 미국 유학중에 편지를 보내왔다. "목사님, 어렵고 지칠 때는, 화엄사를 출발하여 노고단으로 오르던 가파른 돌계단을 생각합니다. 배낭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발끝만 들여다보며 걷다보니 정상에 닿았고, 산바람에 땀을 식혔습니다. 임걸령으로 뱀사골로 다니던 지리산 등산을 생각합니다..."

지난 날 극기 훈련이 믿음의 연단이 되었던 것이다. 일본에 있는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였다. 80세 고령 모세를 불러서, 이스라엘의 출애굽 지도자 사명을 주셨다. 그리고 그 길에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동행하셨다. 그 하나님은 오늘도 여전히 사명자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던 한 자매가 눈물을 닦더니,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강의실 문을 나갔고, 다음 시간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국내에서 어렵게 살다가 일본에 와서는 고생 끝에 제법 나아진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 후에 사기를 당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서야 다시 하나님을 찾았고, 신학교에 들어왔다가 했다. 나는 일본을 떠나면서 그 자매에게 편지 한 장을 남겼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성경 구절을 소개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음으로 굳게 서라고 위로와 격려 내용을 담았다.

복음성가가 이렇게 이어진다. "친구여 당신도 보게 되리 나약한 그대 모습을 그때는 서둘러오세요 예수님 품으로 오세요" 오래 전에 불렀던 복음 성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의 애창곡이다. 교회를 개척하며 지내오는 동안 만났던 사랑스러운 교인들 얼굴이 떠오른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 물은 계곡을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 피어있는 꿩의 바람꽃. 작년에 피었던 그 자리이다. 나, 여기 있었어요. 나는 그를 반겨 들여다보고, 카메라에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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