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

▲ 한목협 저, 도서출판 URD, 2013-05-30, 518쪽, 38000원
제한된 시간을 고려하여 본서의 공헌과 기여를 중심으로 간략히 서평에 가름하고자 한다. 오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발간한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 201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의 서평을 준비하면서 바로 두 주 전에 발간된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 지속가능한 한국교회를 위한 최초의 미래학 보고서』(최윤식 지음, 생명의 말씀사)라는 제목의 책을 동시에 접하게 되었다. 보수장로교단 목사로서 미국 휴스턴 대학교에서 미래학을 연구하여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미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의 책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 세계화의 변화추이에 기초한 거시적이고 깊이 있는 안목과 분석을 통해 “앞으로 10년이 한국교회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예측하고 있다. 10년 내에 한국교회 안팎으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것인데, 이 파도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빠르게 몰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편으로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지속가능한 부흥을 위한 영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와 관련된 책이 두 주 간격으로 출판된 것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로 다가온다. 금년은 한국개신교 선교 130주년을 바로 1년 앞 둔 시점이자, 미래적으로는 향후 10년 일찍이 없었던 엄청난 위기와 변화가 예측되고 있는 중대한 시점이다. 바로 이 점에서  본서의 발간은 무엇보다도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90년대 이후 계속 제기되어 왔고,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는 이제 식상할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그 목소리들이 대부분 객관성이 결여된 피상적, 주관적인 것이었을 뿐 아니라, 그 초점이 주로 한국교회의 ‘오늘’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던 중, 한미준(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약칭)에서 98년도와 2004년도 2차에 걸쳐『한국개신교인의 교회활동과 신앙의식』을 통계에 기초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한국교회 최초로 한국갤럽을 통해 출간하였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오늘 이 시점에 앞선 두 보고서의 연장선에서 그와 비교하는 시계열적 분석(Time-series Analysis) 자료를 출간한 것이다. 중요한 변화는 금번 보고서가 한국교회의 ‘내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방법이나 내용면에서는 이전 한미준의 두 차례 보고서와 대동소이하지만 3부에 추가된 크리스천 여론선도층 심층면접조사 자료에서 이 점이 부각된다. 쇠퇴기에 들어선 한국교회 문제점에 대한 현상 진단과 해결방안, 나아가 미래예측 및 발전방향 제시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귀 기울여야 할 본서의 가장 중요한 공헌 내지 기여라 생각된다.

본서 출간의 두 번째 기여는 통계자료에 나타난 한줄기 소망의 빛이다.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부정일변도의 어두운 한국 교회상에 비추어 볼 때, 본서에 나타난 통계자료들은 그래도 아직은 한국교회에 소망의 빛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교인들의 신앙수준별 비율, 교회출석율, 개인 신앙생활 모습 등에 나타난 자료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종교화, 세속화의 추세를 따르는 다수의 신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상당수 의식있는 양질의 신자들이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이번에 추가된 2부 목회자 생활의식 조사부분에서도 한줄기 소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목회자의 자기정체성과 자긍심, 개인 경건시간, 설교사역, 기타 목회활동 면에서 예전에 비해 훨씬 힘들고 어려운 목회환경 속에서도 다수의 목회자들이 비교적 건강한 의식과 성실성을 가지고 목회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목회자의 신앙생활과 설교사역에 대한 설문과 분석이 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그 동안 여론을 통해 지나치게 왜곡된 한국교회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아직 남겨두신 ‘남은 자들’을 통해 변함없이 일하고 계심을 믿음으로 바라보게 한다.

본서 출간의 마지막 기여가 있다면 한국교회의 미래와 사활이 걸린 핵심적이고 본질적 사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두 차례의 한미준의 보고서와 비교해 볼 때, 2-30대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통계상 유의미한 변화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 있었는데 그곳은 목회자의 자질에 관한 것이다. 신자들의 현교회 목회자의 만족도 면에서도 이전 통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었고, 비종교인들의 눈에도 목사의 자질이 천주교와 불교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목회자 자신들도 이 점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학적 깊이의 부족, 신앙실천의 부족, 언행불일치, 지나친 양적성장 추구 등 목회자 자질의 한계와 부족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목회자들의 긍정적 측면과 연계해서 고려해 볼 때, 목회자 자질문제는 오늘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목회자로서의 기본적인 의식과 성실성은 있지만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부족 내지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서는  한국교회의 미래 갱신과 부흥의 관건이 목회자의 자질향상과 변화임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증언하고 있다. 이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한목협을 중심으로 범교단적 차원에서 신학생 및 목회자 재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나님은 시대마다 특정 개인과 단체를 통해 시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게 하셨다. 요셉을 애굽의 총리로 세워 14년 후 다가올 절체절명의 국가적 재앙을 미리 대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금번『한국 기독교 분석리포트』출간을 통해 임박한 미래의 한국교회 위기를 미리 대비하게 하시는 섭리를 찬양하며, 그분의 손에 붙들려 요셉의 역할의 한몫을 담당한 한목협 임원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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