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정오면 예배당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록도 신성교회 정오기도팀이다.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고,

전동차를 타고 오는 분도 있다. 한센병 후유증 장애로 몸이 불편한 분들로 나이 60이 넘은 분들이다. 교역자의 관리가 없이도 자원해서 모이는 기도팀이다.

장인심 권사(76세)가 인도한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하고는 찬송을 드린다. 순교자들이 불렀던 오래 전 복음성가도 즐겨 부른다. 장 권사는 60년 전, 16세였던 1952년에 소록도에 들어왔다. 불신 가정에서 자란 그녀가 교인들 따라 신성교회에 나가서 믿음을 가졌는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지금은 교인이 1백 명이 조금 더 되지만 한 때는 7백 명이나 되었고, 정오기도팀도 백 명이 넘어 모였다.

지금은 기도팀이 열댓 명이다. 다 몸이 불편하신 노인들이다. 장 권사가 성경을 읽고 간단히 말씀한 후에 함께 기도할 내용을 제시하면 합심하여 기도한다. 기도제목을 물었다. 첫째, 소록도 여섯 교회의 목회자들과 장로들을 위해, 해외 선교사들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도록, 나라와 대통령 위해, 남북 평화통일과 김정은을 회개시켜 주시도록, 북한 교회가 회복되도록, 나라와 생명을 지키는 육해공군 장병과 경찰 위해, 경제가 발전하여 못 사는 나라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입원한 성도들과 기도를 부탁한 분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황영준 목사를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소록도 정오기도회가 언제부터인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기도팀에게 한국의 전통적인 정오기도회를 하는 교회가 여러분뿐일 것이라며, 살아 남은 분이 두 사람이나 한 사람이 될 때까지 정오기도 역사를 이어가라고 권고하며 손을 붙잡아 주었다.

소록도 정오기도회는 애양원교회를 맡고 있었던 손양원 목사님이 가르쳤는지 모른다. 애양원교회도 정오기도회를 모였다. 예배당에서는 정오 종소리에 맞춰 기도회를 시작했다. 집에 있거나, 논밭에서 일하거나, 길을 가다가도 종소리가 들리면 일을 멈추고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에서 기도했다. 말하자면 ‘기도의 성지’였던 것이다. 쟁기를 끌던 소도 걸음을 멈추었단다. 주인의 정오기도가 짐승들은 쉬는 시간이었다.
 
손 목사님은 평생을 한센인들을 위해 사역하다가 6․25때 순교했다. 일제 때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감옥에 갇혔다가 8․15 조국 광복으로 풀려나자 소록도교회 부흥회를 인도했고, 김정복 목사를 담임목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관계를 보면 애양원이나 소록도 한센인들이 그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이다. 

한국 교회의 정오기도회 역사는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불씨가 되었던 1906년 선교사들의 정오기도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블레어(William Newton Blair 한국명:방위량)가 쓴 ‘속히 예수 믿으시기 바랍니다’에 정오기도모임을 소개했다. 선교사들이 1907년 1월에 평양에서 모일 ‘겨울남자사경회’를 위해서 1906년 8월부터 매일 밤 모여서 기도했다. 교회의 분쟁과 분열, 죄에 대한 방관적 태도를 마음 아파하면서 성령의 임재를 간구했다.

1907년 1월 2일, 사경회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정오기도회’를 가졌다. 장대현교회에 1천 5백명 이상이 참석했다. 주일 밤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교회는 사람들로 꽉 찼는데 어떤 것(악령)이 줄곧 예배를 방해하는 듯하였다.” 선교사들은 운동회에서처럼 지친 몸으로 돌아갔다. 월요일 정오에는 부르짖어 기도했다. 야곱처럼‘축복할 때까지 하나님을 보내 드릴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그날 밤이었다. 교회 안이 하나님의 임재하심으로 가득한 것을 느꼈다. 예배 후 기도회에 회중의 기도가 터지고 죄를 고백하는 강력한 성령의 역사가 임했다. 한국 교회 역사에 놀라운 부흥의 불길이 일었다. 

나는 정오기도 역사와 현장을 보고 핸드폰 알람을 정오에 맞췄다. 알람에 맞춰 어디서나 기도한다. 세상에 나가 일하고 있는 믿음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설교나 성경을 가르칠 때도 ‘정오기도 알람’을 권한다. 다니엘이 하루 세 번씩 기도한 것처럼 ‘삶의 현장 정오기도’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