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협)는 성탄절을 맞아 20일 오후 7시 30분에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에서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에는 납북인사 가족들과 한목협 소속교회 목회자, 성도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6.25전쟁 납북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혈육과 생이별을 경험했음에도, 그간 위로는 커녕 '가족이 북에 갔다'는 이유로 오히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연좌제' 때문에 사회로 진출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납북인사 대부분이 가정의 '가장'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했다.

설교를 전한 상임회장 윤희구 목사는 "그간 여러분들께 관심을 갖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주님처럼 작으나마 여러분들에게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냉대와 질시 속에 오랜 시간 살아온 이들에게 남아있던 상처와 응어리는 이날 행사로 조금이나마 풀린 듯 했다. 현황을 소개한 납북인사 가족 김성호 목사(북한인권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김 목사는 "피난 시절 부산에서 강원용 목사님과 청년운동을 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목사님이 계시던 경동교회에서 이런 행사를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사회도 정부도 그간 저희들을 외면했는데,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며 감격해 했다.

이미일 이사장도 이날 감사인사에서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한목협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내밀어 주신 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예수님의 피 묻은 손"이라며 울먹였다. 이 이사장은 "소외되고 고통받던 저희들을 사랑으로, 하나님 은혜로 초대하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저희들도 이제 받은 사랑을 작은 자, 억눌린 자들 위해 나누면서 우리 문제도 해결하고, 나라 발전도 도우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장소를 제공한 박종화 목사는 "저희 교회도 함경도 피난민 출신들이 주축이었고 지금도 이산가족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토요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때가 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아픔들을 뭉쳐놓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인사했다.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는 "여러분들께서 연좌제로 의심도 받고 고통도 많으셨을텐데 함께 좋은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위로를 전해드리고, 김정일 사망 이후 남북관계도 화해와 교류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탄선물 전달식이 이어졌다. 상임회장 추연호 목사가 납북자가족을 대표해 김항태 어머니께 성탄선물을 전달하며 따뜻한 포옹으로 사랑을 전했다. 이날 드린 성탄선물은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납북인사 가족들에게 택배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어서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가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에게 '물망초 캠페인 후원약정서'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목협은 회원교회들의 성탄헌금 총액 중 10%를 성탄예배 헌금으로 책정하고, '물망초 배지 달기' 캠페인을 후원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은 '저를 잊지 마세요(forget-me-not)'라는 꽃말처럼 잊혀져가는 전쟁납북자 포함 10만명의 납북자들에 대한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

서기 김찬곤 목사가 낭독한 호소문에는 △한국교회가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고 기도해 힘써 달라 △정부와 관계당국은 전쟁납북자 관련입법 활동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힘써 달라 △정부와 국제사회는 전쟁납북자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시간은 예배에 참석한 한목협 운영위원에게 전쟁납북자 가족들이 물망초배지를 달아주며 한국교회가 전쟁납북자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놓지 말자는 의미의 순서를 가졌다. 앞으로도 한목협은 이땅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며, 복된 성탄을 맞아 아기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깊이 묵상하며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원했다.




2011년 성탄절 6.25전쟁납북자가족을 향한 관심과 배려를 구하며 한국교회와 사회에 드리는 호소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을 지향하는 15개 교단 목회자들의 협의체로서 1998년 11월 26일 창립한 이래 성탄절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그동안 강남구룡마을판자촌주민, 조선족 동포들, 외국인 노동자들, 노숙인, 탈북 동포들, 청소년들, 자연재해를 당한 이웃들, 미혼모 자녀들, 결혼 이민자 가정, 지역아동센터,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예배하고 사랑을 나누어 왔습니다. 이번 2011년에는 6.25전쟁 이후 지난 60여 년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하여 사회적 냉대를 겪어야 했던 6.25전쟁납북자(이하 ‘전쟁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1953년, 한국전쟁은 중단되었지만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이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 중 약 8만여 명의 남한 민간인을 사전계획 아래 조직적으로 선별하여 납북하거나 전쟁수행에 동원했습니다. 휴전 이후, 북한에 억류되었던 외국 민간인들은 북한의 자발적 석방조치와 유엔군 측의 관심으로 귀환했으나 납북된 남한 민간인의 경우 북한은 그 존재를 부정하고, 납북범죄 사실을 계속해서 은폐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남겨진 가족들은 북녁땅을 향해 애를 태우며 오늘도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납북자 가족과 함께하는 2011년 성탄예배를 준비하며 이들이 직면하였던 60여 년의 기나긴 슬픔과 고통을 낮은 곳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위로하며 한국교회와 사회, 그리고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음과 같이 힘써 줄 것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첫째, 한국교회는 6.25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고 기도에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전쟁납북자 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다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과 감시, 그리고 사회의 냉대를 겪으며 그동안 남모를 고통을 삭이며 숨죽여 살아야만 했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느라 자신들의 억울함조차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기나긴 시간 슬픔과 고통가운데 살아야 했던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에 전쟁납북자 가족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며, 이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실 것을 한국교회에 호소합니다.

둘째, 정부와 관계당국은 6.25전쟁납북자 관련입법 활동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홀로 싸워왔던 남겨진 이들의 노력으로 2010년 ‘6.25전쟁납북자특별법’이 제정되어 2011년 8월, 정부는 1차로 55명의 전쟁납북자들을 ‘납북피해자’로 공식 인정하였습니다. 6.25전쟁 당시 전쟁납북자들은 수도 서울을 사수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피신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책무임에도 납북피해자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60여 년간 소외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탄원해 온 전쟁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정부와 관계당국은 관련입법과 정책시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북한과의 대화에 더욱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셋째, 정부와 국제사회가 6.25전쟁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협력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전쟁납북자 가족들의 간절한 바램은 납북된 가족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입니다. 정부가 ‘6.25전쟁납북자특별법’을 만들고 납북피해 진상규명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현안에 묻혀 모든 노력들이 아직 구체적인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의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의 한계가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물망초 배지달기 캠페인’을 비롯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와 가족들이 벌이고 있는 납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전쟁납북자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구체적인 해결 방안들을 마련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2011년 12월 20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명예회장 손인웅 / 대표회장 전병금
사회봉사위원장 김원교 외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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