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김찬곤 목사(안양석수교회), 김재철 목사(장성교회),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
진행/ 이상화 목사(사무총장)
사진,정리/ 유성문 실장(홍보실장)


이상화
  지난 몇 년 동안 연이은 사건들로 교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데 교회는 점점 둔감해지고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교회가 시대를 밝히기보다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지경이다.

김경원  정말 목사 하기 어려운 시대다. 목사 안수를 받은 후로 지금처럼 ‘목사’란 이름이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을 보고 옥한흠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뭐라고 하실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한국교회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데 너 뭐하고 있냐?” 하고 호통을 치셨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교갱협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도 개혁은 둘째 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이상화  개신교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는 존경받지만 교회 밖에서는 타종교 지도자는 물론 일반 직업군보다 낮은 신뢰를 받고 있다.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가 세간의 화제인데 기윤실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개신교가 신뢰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교회 지도자와 교인들의 언행 불일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실제적으로 개선이 안 되는 것이다.



김재철  이론적인, 원칙적인 답이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만큼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지, 어떻게 적용시키고 있는지 그게 문제다.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것을 포기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세속적인 것을 누려가면서 살아가니까 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요즘 ‘진짜 목회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교갱협에서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 것도 그런 대안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이런 운동이 우리의 삶 가운데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찬곤  ‘거룩’이란 결국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인데 한국교회 안에서는 하나님을 닮아가는 사람, 거룩함에 대한 구분이 너무 강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의 경우 알게 모르게 따라가야 할 대상이 큰 교회를 이끄는 성공적인 목회자 아니면 가난하고 힘들어도 거룩하게 살아가는 목회자로 두 극단으로 양분되는 것 같다. 결국은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 극단적으로 펼쳐져 있고 성공적인 목회자라고 하면 대형교회 목회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후배 목회자들이 그렇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실제 거룩함과는 상관없는 세속화된 사고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그게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70~80%의 목회자는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한쪽에서는 도가 넘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교회가 이원화되면서 추구하는 바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교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화  CTK와 가진 인터뷰에서 옥한흠 목사님은 교회 침체가 아니라 교회 본질이 파괴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교회가 성경에서 상당히 떠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교회 본질은 결국 목회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경원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윗물은 흐린데 다음 세대가 그대로 답습해 버린다는 데 있다. 욕 하면서 따라간다. 교회가 소위 자정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천년 기독교 역사상 위기는 늘 있어왔다. 자정능력이 있을 때 교회는 스스로 정화되었지만 그 능력을 상실했을 때에는 타의에 의해서 정신을 차리도록 하나님이 다루신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그런 자정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자정능력이 있다고 하고, 이미 그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경계선에 와 있다고 본다. 이 선을 더 넘어가 버리면 진짜 소망이 없다. 그러니까 이 시점에서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찬곤  성도들에게는 거룩하게 살라고 말하지만 목회자의 세계 속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김재철  특별한 회복운동이 우리 스스로에게서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힘들지 않겠느냐?

이상화  연초 교갱협 임원수련회 때 논의한 회개 기도회는 목회자인 우리 자신이 먼저 회개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또한 이벤트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김재철  이번에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열지만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운동이 자꾸 일어나야 한다. 이건 하나의 시발점이다. 이를 계기로 목회 현장으로 돌아가서 자꾸 퍼뜨려나가야 조금이라도 회복될 것이 아니겠는가? 한번 모이고 그걸로 끝나버리면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은 “너희만 기도하냐? 우리는 그렇게 안 하고도 거룩하게 살려고 한다. 솔직히 그렇게 모이는 너희들이 문제 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만 삶의 현장에 직면했을 때 이런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운동이 계속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김경원  교갱협이 그동안 목회자 자신의 갱신을 위해 힘써 왔지만 소망과는 달리 한국교회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교단 선거풍토의 혼탁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창립한 교갱협의 정체성은 이런 때일수록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도회는 교갱협이 친목단체가 아니라 갱신단체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상화  한미 FTA 등을 계기로 교회음악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 등이 서서히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교회가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사회봉사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 인권, 대량살상무기WMD, 세계빈곤 등의 아젠다도 개교회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는데 우리 교단에는 한국교회 전체를 보며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김찬곤  소위 능력 있는, 목회를 건강하게 잘한다는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목회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판에 짜인 공식 같은 말인데 총체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없는 사람들이다.



김경원  그러니까 문제는 1%도 안 되는 목회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다. 99%의 목회자들은 이 문제와는 상관없이 진짜 충실히 목회하고 있는데 1%에 해당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것이 전체인 양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 1%가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 문제다.

김재철  성도들은 매일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인데 개인의 신앙 양심에 따라 맡겨놓은 부분도 많다. 문제 제기도 하고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어른들보다는 젊은 층이 이런 거룩함에 대한 열망이 강하지 않겠나? 정치 현장에 들어가더라도 바른 정치를 하도록 권유하고, 젊은 후배들한테 계속적으로 가르쳐주고 심어주면 조금씩 거룩함의 모습들이 회복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상화  과거처럼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하기 어려운 시기다. 이제 개교회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공동체,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깊이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한 것 같다.

김경원  문제는 결국 세속화다. 무엇이 세속화 되었는가? 첫째는 목회자의 세속화다. 목회자의 세속화는 결국 소명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목회자로 부름 받은 소명에 충실하지 못하니까 그에 따라서 생기는 문제가 목회자 자신의 거룩성의 상실이다. 그렇게 되면 목회자의 의식이나 삶, 모든 부분에서 세상을 닮아가게 된다. 지금 한국교회에 생겨나는 모든 문제가 목회자에서 비롯되었는데 목회자의 문제가 바로 거룩성의 상실이다. 그 다음 세속화의 현상은 교인들의 세속화다. 교인들의 교회에서의 삶과 세상 속에서의 삶이 구별되지 않는다. 교인들조차도 세상 사람들과 똑같아지고 세상을 따라간다. 그게 세속화다. 마지막으로 교회 방법론의 세속화다. 교회, 목회자가 세상 사람들과 구별되지 않고 같아져 버린다. 목회자가 세속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성공지향적인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난 그렇게 진단한다. 이것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장봉생  일정한 선을 넘어가면 돌아올 수가 없다. 사람의 역할도 있지만 하나님이 하셔야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든 교단적으로든 하나님께서 치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선을 벗어나는 일들이 좀 더 생기면 결국은 체질이 굳어진 사람들조차 허물어지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때쯤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상화  ‘갱신’이란 말 자체가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교회를 돌아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실질적인 실천에서 약화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성찰과 성숙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운데 적절한 조화가 아쉽다.

김경원  답은 있다. 목회자부터 가슴을 찢는 처절한 통회자복이다. 목회자의 원래 위치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지금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목회자 자신을 하나님 앞에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것이 뭐냐? 여러 가지 대답이 있겠지만 목회자의 자성, 거룩성 회복을 위한 가슴을 찢는 기도가 시발점이 되는 거다. 완성이 아니라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김재철  전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목회자 세습 문제가 항간에 이슈화가 되면서 서서히 교회에 대해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일반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문제가 교회 안에서 다 도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 스스로 회개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자정시킨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부분들이 우리 자신을 원칙으로, 본질로 돌아갈 수 있게 하나님께서 주신 또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경원  종교개혁 시대에도 이렇게 가다가 안 되겠다고 다시 방향전환을 했듯이 현 상황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지금 나타나는 문제는 세습이 포함된 원로와 후임 목회자 간의 갈등, 금권 선거, 자리를 둘러싼 잡음, 그리고 부끄럽게도 여자 문제다. 다 드러난다. 일부지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것을 어느 한 사람에 대한 비판과 비난보다도 목회자 전체의 문제인 줄 알고 우리가 끌어안고 언제든지 그럴 가능성을 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면서 깨어있자는 것이다.

장봉생  소리지나 수련회, 포럼 등을 통해서 그런 역할을 하지만 그런 기회를 자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함께 모여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자꾸 얘기를 들어야 자각이 일어날 것이고 또 거기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것이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꾸준하게 모여서 함께 얘기를 나누어야 한다.

김경원  그러면 우리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포럼을 갖는 것도 좋겠다. 이런 소리가 있다는 것을 자꾸 알려야 한다.

이상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녹여내어 잘 전달되고 증폭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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