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독교 이미지 평가 보고서

▲ 데이비드 키네먼/게이브 라이언 저, 이혜진 역, 살림출판사, 2008-07-30, 447쪽, 19000원
퍽이나 자극적인 제목이 달린 이 책은 미국의 기독교 전문 리서치 그룹 ‘바나 그룹’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과학적 조사 방법으로 분석해 소개한 책이다. 국내에서는 ‘나쁜 그리스도인’이라고 번역됐지만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그리스도인’이 보다 정확한 의미에 가까울 듯하다.

조사팀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표적 집단에 대한 심층면접과 10여 차례가 넘는 대규모 계층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조사 대상은 모자이크 세대(1984년에서 200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와 버스터 세대(1965년부터 198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즉 미래 세대들이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행태에 대한 외부인들의 시각은 너무나 적대적이고 냉담했다.

6가지로 분류된 이미지. 첫째는 그리스도인은 위선적이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인은 전도에만 열을 올린다. 세 번째, 그리스도인은 동성애자를 혐오한다. 네 번째로 그리스도인은 안일하다. 다섯 번째 그리스도인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여섯 번째 그리스도인은 타인을 쉽게 판단하려 한다.

각각의 이미지마다 함께 소개된 외부인들의 적나라한 목소리는 더욱 충격적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인이 위선적이라는 파트에는 24세 미혼모 빅토리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제가 다니는 교회 사람들은 저마다 내가 아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에 관해 충고하려 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지적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충고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더 이상 교회에도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이 다른 이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외부인들은 심한 반감을 갖고 있음을 사례로 보여주는 식이다.

조사팀은 각각의 주제마다 심층면접에서 얻은 외부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싣고 있다. 사실 너무 직설적이고 생생해서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무척 불편할 정도다. 더구나 외부인들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결정적 배경은 기독교인들과의 직·간적접인 접촉, 교회에서의 경험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외부인들이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는 나쁜 이미지의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을 통해 형성됐다는 점이다. 조사팀은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결국 기독교인들 스스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모색해 보고 있다. 저명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조언을 각각의 주제마다 붙여놓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다른 만큼, 동성애 문제라든지 일부 내용은 한국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어느 때보다 ‘안티 기독교’ 정서가 심한 2008년 한국의 현실을 생각할 때 한번쯤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시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어떤 식으로 이를 접목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사실 미국의 ‘안티 기독교’ 정서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극복해 나가려는 미국 기독교인들의 고민과 노력이 더 크게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연구 결과를 스타벅스에서 펼쳐보고는 너무나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던 공동저자 게이브 라이언. 그는 스타벅스에서 “나는 기독교인입니다”라고 고백할 경우 사람들이 연구 결과에서 보여준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소망을 품을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방향은 한 가지, 긍정적인 쪽일 수밖에 없다”고.

그가 그런 희망을 품었던 것처럼,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국 교회의 이미지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씩 나아질 일만 남은 것은 아닐까. 더구나 우린 이미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라는 최고의 해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알 때 최적합의 수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세상 사람들의 불만과 비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정확히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따금 우리는 최고의 해법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원인 분석에 다소 소홀하진 않았는지도 함께 돌이켜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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