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드러커 저, 이재규 역, 청림출판, 2012-12-14, 386쪽, 16000원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1909~2005가 21세기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동시에 “어떻게 자기실현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쓴 경영관련 저서이다. 그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울 정도로 경영학의 대가로서 <경제인의 종말>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21세기 지식경영> <미래의 조직>  등 30여 권의 저서를 남기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빈 김나지움을 졸업한 후에 독일로 와서 함부르크대학교 법학부에서 공부하고 나중에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1931년. 그는 이미 18살 때 독일에서 면세품 수출회사의 견습생으로 사회 경험을 하고, 20살에 신문기자로 일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 영국으로 가서는 런던의 큰 보험회사에서 증권분석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1937년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최초의 저서 <경제인의 종말>을 출간했다. 그후 여러 대학을 거쳐 1950년~1971년에는 뉴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1971년 이후에는 드러커 경영대학원 사회과학부 석좌 교수로 재직했다. 동시에 그는 많은 기업의 컨설턴트로, 저술가로 노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도 무려 92세에 저술한 것이다. 정말 그의 삶은 여러 면에서 프로페셔널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인류사회가 노동집약적 사회에서 자본집약적 사회로, 그리고 기술혁명 시대를 거쳐 다시 지식정보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것은 책 1부의 제목처럼 “새로운 사회의 거대한 변화”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부터 10년 또는 15년 후의 사회와 경제는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며 “오늘날 소위 미래학자들이 예언하는 것과도 또한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사회는 전문화된 지식에 기초하여 건설되어야 하며,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이 새로운 사회를 맞아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전문가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는가? 과연 새로운 사회의 삶의 정황Sitz im Leben에서 교회의 전문가로서 정체와 심지어 쇠퇴의 길을 가고 있는 한국 교회를 굳게 세우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특히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가진 교회와 교단과 사회를 영적으로 갱신하고 개혁할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아니 혹 우리는 프로페셔널답지 못해 한국 교회의 성장을 저해하며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방해하는 자리에 있지는 않는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2001년라는 인사말에서 프랑스와 미국이 각각 200년과 125년에 걸쳐 사회경제적으로 이룩한 것을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폐허 위에서 25년 만에 성공적으로 이룩했음을 칭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한국이 이룩한 것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일은 고도로 교육을 받은, 성취 능력이 뛰어난 지식 근로자를 창출한 것인데, 그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말들을 한국 교회사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교회사 학자들이 인정하듯 한국 교회는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 이후에 일제를 거치면서 부흥했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60~7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 교회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을 했다. 그것은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장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면, 한국 교회는 민족의 역사와 고난과 기쁨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에도 그런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한국 사회를 리드할 만한 목회자들이 “고도로 교육을” 잘 받고 있으며, “성취 능력인 뛰어난” 영적인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미래를 위해 일반 성도들과 신학생들을 잘 교육하면서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는가? 혹 우리는 현실에 안주해서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않으며, 심지어 이미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과거의 목회 방법에 매달려 있지는 않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가?

그런데 저자는 거대한 변화를 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 “프로페셔널로서의 자기관리”(제3부)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을 먼저 언급하고, 이어서 “자신의 강점 파악”,”시간 관리 방법”,”중요한 일에의 집중”을 기술하고 있다. 이런 주제들은 우리 모두의 삶과 사역에 정말 필요한 지혜가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필자는 그 내용을 다 말하기 보다는 그가 경험했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을 중심으로 필요한 교훈을 언급하고자 한다.

목표와 비전을 가져라

저자는 첫 번째 경험을 통해 “목표와 비전을 가져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열여덟 살 때에 당시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uiseppe Verdi, 1813~1901의 오페라 폴스타프Falstaff를 함부르크에서 관람하고 완전히 매료되었을 뿐 아니라 큰 도전을 받았다. 당시 건강한 사람의 평균 수명이 50세 정도에 불과했는데, 그 작품은 베르디가 80세(1893년)에 작곡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르디는 “그 나이에 왜 굳이 힘든 오페라 작곡을 계속하는가”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로서 나는 일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때문에 나에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 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저자는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살아가는 동안 완벽은 언제나 나를 피해 갈 테지만, 그렇지만 나는 또한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리라”고 다짐했다. 그런 그였기에 무려 92세에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이 책도 쓴 것이다. 그렇다면 영적 프로페셔널로서 이런 완벽함의 추구가 나에게 있는가? 그런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신들이 보고 있다

저자는 두 번째 경험을 통해 “신들이 보고 있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역시 청년 때에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 페이디아스Pheidias, 480~430 BC의 이야기를 읽고 얻은 교훈이다. 페이디아스의 작품들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 위에 지금도 서 있다. 그런데, 당시에 모두가 칭송한 작품이었지만, 도시 재무관은 작품료 지불을 거절하면서 조각은 전면밖에 볼 수 없는데 아무도 볼 수 없는 뒷면 작업에 들어간 비용까지 청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페이디아스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아무도 볼 수 없다고? 당신은 틀렸어. 하늘의 신들이 볼 수 있지.” 이 이야기에서 저자는 “나 역시 제발 신들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한 적이 많았다”고 고백하면서, “오직 신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지라도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 받았다고 했다. “신들”이 아니라, 만물을 창조하고 만사를 주관하시며 온 우주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믿고 고백하는 나는 어떤가? “하나님이 항상 보고 계신다”는 의식으로 사역하고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Coram Deo”의 의식을 늘 가지고 일하는가? 눈가림 식으로 살지는 않는가?

새로운 시각과 방법에 개방적이 되라

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문기자를 하면서 세 번째 경험을 했다. 당시에 그는 퇴근 후에 저녁과 밤 시간을 이용해 국제법, 일반 역사, 재무 등 많은 공부를 했고, 이후에 3~4년마다 60년 이상 다른 주제를 선택해 통계학, 중세역사, 일본미술, 경제학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래서 그는 다방면에 상당한 지식을 쌓았고, 새로운 시각과 방법에 개방적이 되었다.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

또한 그 즈음에 네 번째 경험으로 편집국장의 훈련을 통해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는 교훈을 배웠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 여름만 되면 2주일간 시간을 따로 내어 지난 1년 동안 한 일들을 점검했다. 그 결과 잘한 일들, 잘못한 일들, 더 잘했어야 하는 일들을 체크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 새로운 계획들을 수립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설교와 교육을 통해 말씀을 더 잘 전하기 위해, 성도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 교회를 더 굳게 세우기 위해, 영적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신을 점검하고 있는가? 마치 30~40년 전의 강의노트를 가지고 앵무새 같은 강의만을 하는 무능한 교사 같은 목회자는 아닌가? 자기반성이 없는 우매자는 혹 아닌가?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것을 배워라

저자의 다섯 번째 경험은 1933년에 런던에서 개인은행의 경제분석가로 일을 할 때에 하게 되었다. 그 이전에 그는 보험회사의 증권분석가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은행에서는 시니어 파트너의 수석비서로 일을 하다가 창업자에게 질책을 당했다. 새로운 직무에 효과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것을 배워라”는 귀한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과거에 이미 성공을 했다하더라도 새로운 일, 새로운 목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21세기 시대상황에 필요한 새로운 목회를 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는가? 한국 교회는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피드백 활동을 하라

저자는 여섯 번째 경험으로 1937년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15~16세기 역사를 연구하면서 “피드백feedback 활동을 하라”는 교훈을 얻었다. 근대 유럽의 지배세력인 가톨릭의 예수회와 프로테스탄트의 칼뱅파는 똑같이 성공적인 학습 원리를 채택했는데, 바로 피드백 활동을 잘한 것이었다. 그 결과 자신들의 장점을 알고, 동시에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그들은 성공적인 조직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50년 동안 꾸준히 피드백 활동을 했다. 중요한 일들을 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미리 예상되는 결과를 기록해 두고, 시간이 지난 후에 실제 결과와 비교해서 장단점을 점검하고, 성경에 비추어 평가하는 일은 교역자들의 사역에 꼭 필요한 습관이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마지막 일곱 번째 경험으로 저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의 부친은 20세기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 1883~1950, 하버드대학 교수를 가르친 스승이며 오랜 친구였다. 그런데 1950년 초에 그와 부친은 슘페터를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부친은 대화 도중에 슘페터에게 “죽은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답이 젊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명성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죽은 후에 교회의 성도들에게, 동역자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진정 사람을 변화시킨 사역자로 기억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의 명저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고, 또한 이렇게 정리하면서 다시 자문하게 된다. 나는 우리의 신앙과 삶의 유일한 법칙인 성경 연구와 설교와 말씀교육에 있어 프로페셔널인가? 자신과 교회와 민족을 위한 기도와 성도들을 돌아보는 심방과 영혼 구원을 위한 복음 전파에 프로페셔널인가? 성경적 교회를 위한 모든 행정과 치리에 프로페셔널인가? 이 땅에서는 성도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이후에 하나님의 심판보좌 앞에 섰을 때에는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영적 프로페셔널인가?

"오, 주여! 용서하소서! 한 없이 부족한 저를 긍휼히 여기시고, 새 은혜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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