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취미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만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작은 것도 크게 보이고, 희미한 것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주제를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작은 소리가 큰 외침이 되기도 하고, 의미가 강하게 부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목회자인 저에게 있어서 사진 생활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의 힘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취미 생활은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취미는 누군가의 억지나 강요가 아닌 자기 스스로 즐기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대상(피사체)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과 감동을 느끼는 멋이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취미는 넓고 깊은 교양에 의해 배양되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취미가 작품에 반영되어 사회 속에서 어떤 양식(樣式)을 형성할 때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취미는 주로 인간의 감정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주관적인 면이 강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요구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취미 생활은 개개인의 취향적인 선택이지만 하나님을 향한 신앙(믿음)은 모든 인생에게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취미 생활은 단순한 자기만족의 대상이 아닌 신앙의 한 영역이 되어야 합니다.

 ⓒ 최현성 목사

취미가 교회를 만났을 때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만나는 문화적인 충격 중에 하나가 바로 “동호회 문화”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든 같은 취미와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며 공유하는 동호회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신분과 세대를 초월하여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젊은 세대들 중에 인터넷 동호회(클럽, 블러그, 카페 포함)에 한 두 곳 정도 가입하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넷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면서 종종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수많은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은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취미의 일반적인 공유를 통한 만남과 교제는 목회 현장에서도 그 영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교회에서의 사적인 모임은 불가능했었습니다. 허락된 모임이라고 하면 법조인 모임, 교직자 모임, 경제인 모임, 예술인 모임 등 전문적인 그룹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지식인이나 특정 계층의 전문가 그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자기 계발적인 모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등산, 스포츠 등과 같은 건강과 관계된 모임이나 요리 교실, 사진 교실 등과 같이 교실이나 학교라는 이름까지 붙여 전문적인 지식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교회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문화적인 요소들을 통하여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남자들을 전도하기 힘들었던 고민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축구 모임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활성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축구라는 취미 생활로 교회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 여자들의 경우는 탁구 교실이나 요리 교실 같은 모임을 통하여 복음을 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외국어 교실, 독서 교실, 농구 교실 같은 경우는 많은 교회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골프 회원 모집”이라는 모집 광고가 교회의 게시판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교회의 규모나 정서나 계획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 취미 생활을 통한 복 음전파는 이미 선교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취미의 여러 부분들을 복음 전파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의 규모가 최하라고 할 수 있는 개척 교회라는 점에서 준비된 인력과 조건은 거의 제로Zero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 생활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접촉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척 교회를 시작하면서 목회자 부부의 취미 생활이 목회 현장의 선교 사역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두 가지 예를 소개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하나님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다

저는 전문적인 사진가는 아니지만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매주 목회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 주보 일면에 싣고 있습니다. 화려한 칼라로 인쇄되지는 않지만 주보에 실린 작은 얼굴에도 환한 미소를 짓는 성도들을 볼 때면 저도 함께 즐거워집니다. 특별히 어린이들의 사진은 교회를 출석하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교회와의 관계를 아름답게 형성하는 좋은 징검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 행사에서도 가족이나 형제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사진에 담아 인화해 보내 주면 부모님들의 반응이 참 좋습니다. 이런 접촉점을 계기로 아직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부모님들을 봄 야유회 때나 가을 야유회 때 초대하면 기꺼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교회를 소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진으로 여러 교회들을 섬기기도 합니다. 제가 속한 노회 안에는 미자립 교회나 시골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런 교회들이 임직식이나 기타 행사 때마다 사진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사진관에 맡기면 재정적인 부분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을 사진을 통한 선교라는 측면에서 촬영에서 인화-때론 대형 액자-까지 즐겁게 감당해 주고 있습니다.

현재 사진을 취미로 하는 목회자들과 평신도로 구성된 사진을 통한 선교 모임(한국기독사진가선교회)은 농어촌 시골에 속한 교회를 중심으로 복음 전파의 좋은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오지나 낙도에 거주하는 이들을 위하여 진행하고 있는 가족사진 촬영이나 노년층을 위한 장수사진, 그리고 작은 분교 학생들의 졸업 앨범 촬영 및 제작을 통한 사진 선교는 침체된 지역 교회의 역할에 활력소가 되고 주민들의 마음 문을 열게 하는 좋은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통한 선교는 군 선교의 한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고, 더 나아가 ‘기아대책기구’와 같은 기관과 함께하는 국내외 행사들을 통한 선교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데에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최현성 목사
ⓒ 최현성 목사

차(茶) 한 잔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담고

우상적인 요소가 많아서 타종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차(茶)와 같은 경우도 우상적인 요소들과 비성경적인 요소들을 제거하여 일반적인, 혹은 기독교적인 측면에서의 차 문화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차는 모든 식물과 열매를 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기독교 세계관을 추가한 새로운 차문화로 복음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입니다.

최근 학교의 교육 현장에서 일반적인 차문화는 “전통 예절”이나 “다례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의 초ㆍ중ㆍ고등학교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교육 과정에도 “다례 교실”은 중요한 체험 학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요즘 교육 현장의 모습입니다. 차를 통한 만남의 대상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다양한 종류의 차(茶)가 준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차 한 잔의 여유를 맛 볼 수 있습니다. 제자 훈련이나 성경 공부 때도 “차 나눔 시간”(Tea-Time)을 통하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주간의 삶을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새가족이 등록하여 신앙 상담을 할 때도 정성껏 차를 우려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문이 훨씬 쉽게 열리게 됩니다. 비그리스도인과의 만남에서도 한 잔의 차는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쉽게 교회에 다가가기 어려운 이들도 차 한 잔으로 쉽게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예로 늘 술에 취해 사는 분을 만나 종종 목양실에서 숙취에 좋은 차를 권하며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었습니다. 교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던 이들 중에는 농담 삼아 목양실을 다방이라고 부를 정도로 교회를 대하는 인식이 차 한 잔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사모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섬기다 보면 보이지 않는 제약(制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내는 차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며 목회에 적용하는 일에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부실한 예배당의 열기에 지친 성도들을 향해 사모의 정성으로 우려낸 홍차에 시원한 얼음을 넣어 한 잔씩 나누다 보면 어느 덧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최근에는 교회 밖의 공간을 확보하여 차를 나누며 복음을 전하고자 교회 앞 아파트 상가의 미용실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미용실은 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주변의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내는 전통 예절(다례)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면서 교회 안과 밖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의 접촉점을 찾아 나설 계획입니다. 특별히 유치원이나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예절 교실(다례 포함)을 통한 학원사역을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향한 이러한 만남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응답하라

목회자가 기쁨을 가지고 목회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목회를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하여 즐겁고 행복한 삶의 응답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즐겁고 행복한 목회와 신앙 생활을 위하여 목회자와 성도들의 취미가 목회 현장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어질 때 취미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즐겁고 행복한 목회를 위해 때론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의 관심을 주제로 하는 멋진 작품을 꿈꿉니다. 차 한 잔을 우리며 창조주 하나님을 묵상해 봅니다. 지치고 목마른 영혼을 향해 한 잔의 차에 복음을 담아 전하다 보면 그곳이 어디든 그리스도의 향기가 가득한 천국을 맛보게 됩니다.

이제 교회는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선교적인 측면에서도 일방적인 전파가 아닌 효과적인 전파의 도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는 목회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안으로는 교회 안에 잠자고 있는 다양한 일꾼들을 찾아낼 수 있고, 밖으로는 지역 사회가 교회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도 얻게 될 것입니다. 취미 생활이 자기 계발이나 자신만의 영역을 깨고 다시 태어날 때 취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큰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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