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안양병원과 안양석수교회, '긴급환자 지원시스템' 구축

지난달 샘안양병원 사회사업팀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얼마 전 뇌출혈로 급하게 응급실로 이송된 이모씨에 대한 개략적인 프로필과 함께 긴급재정지출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모씨는 올해 75세의 독거노인으로 경기도 하남에 홀로 지내시다 변을 당하신 것이다. 응급상황이었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하남에서 샘안양병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소식을 듣고 중국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던 첫째 아들이 급히 오셨고 파주에서 어렵게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둘째아들과 오래 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셋째아들이 있었지만 모두다 형편이 안되어 진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병원 사회사업팀에서 긴급환자 지원시스템을 맺고 있는 우리교회로 연락을 한 것이다.

김찬곤 목사와 샘안양병원, 각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찬곤 목사와 샘안양병원, 각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샘안양병원과는 5년 전 경로식당을 시작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가져왔다.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경로식당에 점점 노숙자들이 많아지면서 응급환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구역모임을 위해 경로식당을 쉬는 금요일을 제외하고서는 매일 100여 명의 노인과 5,60명의 노숙자가 찾아오게 되고 토요일은 멀리 서울역과 수원역 등지에서 오는 노숙자까지 합쳐 100여 명이 넘는 노숙자들이 무료급식을 위해 점심마다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의 상당수가 알콜중독자들이었는데 어떤 분은 추운 겨울 깡소주에 모닥불을 피우고 자다가 불이 이불과 옷에 옮겨 붙어 심각한 화상을 입어서 겨우 교회까지 오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심한 동상으로 피부가 썩어 들어가 다른 노숙자에게 업혀서 오기도 했으며, 또 어떨 때는 노숙과 알콜중독으로 인해 탈진상태로 교회까지 와서 교회 앞마당에서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일반 병원에서 꺼리는 이러한 환자들이 무료급식에 올 때마다 교회는 어려움이 참 많았는데 마침 샘안양병원에서 기꺼이 이분들을 받아주고 여러 면에서 잘 도와주셔서  자연스럽게 병원과 교류가 있게 되었다.

이 무렵 샘안양병원 역시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치료비 부담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분들이 많아 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더군다나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하지만 재정지원이 없어 수술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2005년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인 아니스(당시31세)라는 무슬림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 구토가 심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검사결과 위암 초기였다. 약 300만원의 수술비만 있으면 완치가 가능한데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점점 수술시기를 놓치게 되어 우리교회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고 교회는 기꺼이 돕게 되었다.

얼마 후 무사히 수술을 하고 건강하게 귀국하는 아니스의 소식을 들으면서 그의 가슴 속에 육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서 받아야 할 많은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교회가 가질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샘안양병원과 안양석수교회는 안양지역의 독거노인과 생활보호대상자,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수술비 마련을 하지 못해 수술시기를 놓칠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환자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러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 병원의 요청에 따라 교회는 긴급하게 수술비를 지원하게 되었다. 교회 역시 교회가 섬기고 있는 지역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긴급환자가 생겨났을 때 샘안양병원으로 모셔가 진료 및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 후 첫 해 5,6명 안팎의 긴급환자들이 이 지원시스템을 통해 수술을 받았고 그 수는 매년 늘어가게 되었다.

이미 지난 10여 년간 교회는 경로식당, 아기학교, 석수봉사대, 긴급재난봉사대 등 다양한 사역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필요를 채우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갈수록 지역사회의 필요는 늘어가고 그러한 필요를 채우기 위한 교회의 사역이 늘어갈수록 교회는 피로도가 높아져갔다. 그러던 차에 샘안양병원과의 ‘긴급환자지원시스템’은 더 이상 교회가 모든 사역을 직접 다 담당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다양한 자원들과 연계하여 좋은 방안들을 마련하면 더욱 효과적인 사역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장애인 사역은 전문선교단체인 밀알선교단과 연계하여 장애우 학습 및 재활과 같은 실제적 사역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안양시와의 연계는 각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들을 통해 지역사회의 실제적 필요를 보다 현실감 있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까지도 동사무소를 통해 거부감 없이 도울 수 있었고 복지사들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교회에 스스럼없이 부탁할 수 있는 관계형성이 되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복지자원과의 연계방안들은 사역이 늘어갈수록 가중되는 교회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에 공신력 있게 섬길 수 있는 실제적인 Network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사회는 점점 ‘관계’를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사회의 복지자원과의 연계방안은 교회는 섬기는 자가 되고 지역사회는 도움을 받는 수혜자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그래서 교회와 지역사회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호 섬김을 통해 앞으로 우리교회가 지역사회 가운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 뿐만 아니라 “더불어 함께 섬기는 삶”을 누룩처럼 확장시켜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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