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광장과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2005'의 대회장을 맡은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 그는 요즘 한국기독교 120년 역사 속에서 교회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펼쳤던 구제와 봉사의 행적들을 모아 널리 알리고,개교회의 사역을 네트워킹하는 일에 바쁘다. 얼마전 그는 사랑의교회 후원으로 옥한흠장학재단을 설립해 인재키우기에도 나섰다.

옥 목사는 10년 전에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를 만들어 교계의 선거풍토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태동시키는 등 교회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CCMM빌딩 12층 우봉홀에서 그를 만나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의 개최 배경과 그의 목회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이승한 종교부장 (국민일보)

오는 8월24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2005'의 대회장을 맡으셨는데 이 행사의 개최 목적과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은 한국교회가 가장 열심히 했습니다.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했지요. 그러나 열심히 해 온 것에 비해 사회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사업의 70%는 교회가 감당하고 있다는 말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신뢰와 신망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타 종교에 비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라는 오해가 생겼습니다. 이런 점은 개선돼야 합니다. 성경에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은 개인적 자랑을 하지 말라는 뜻일 뿐, 교회나 단체가 하는 것을 숨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를 움직이고 감동시킬 만한 계기와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사회봉사 사역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목사님은 지난 1일 옥한흠장학재단을 설립하셨는데 어떤 성격의 장학재단인가요?

교회 안과 교회 밖의 어려운 가정 자녀들을 돕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꼭 신학생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50%는 기독교 가정 안에서 유능한 학생을 발굴해 사람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50%는 사회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것이지요. 크리스천 가정에서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들을 돕고, 또 기독교 가정 안에서 미래 한국교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워가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오정현 목사가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교회성도들이 지원, 38억원이 조금 넘는 규모로 시작합니다. 현재까지는 종자돈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10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100억원 정도의 장학재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10년 전에 총신대 총장 선임문제로 목사님을 만났는데 원칙과 합의를 중시하는 목사님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후 목사님은 예장합동 교단 내에 교회갱신을 위한 교갱협을 창립했습니다. 벌써 10년이 흘렀는데, 교갱협 창립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교갱협은 1996년 3월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NGO입니다. 직접적 동기는 총회 선거 현장의 혼탁함 때문이었습니다. 9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이같은 현상이 심화됐고 세상 정치판에서도 보기 어려운 상황까지 갔습니다. 이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뜻이 있는 목사님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갱신이라고 붙였지만 선거제도를 개선해 보자는데 초점을 맞췄고 그에 따른 동기 부여에 힘썼습니다. 합동 교단의 총회 풍토(문화)를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하기로 한 것이지요.

교갱협 발족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가장 큰 성과라면 부총회장 선거를 제비뽑기로 바꿨다는 것이지요. 후보자에 대해 총대들은 하나님이 선택하신다는 믿음으로 제비뽑기를 했습니다. 특히 2004년 총회에서는 상비부까지 제비뽑기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으니 이는 교단의 대전환이며 일대 사건입니다. 쉽게 말해 돈선거를 할 수 없는 풍토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타 교단에도 적지않은 충격과 자극을 줬습니다. 100% 깨끗해 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선거 브로커나 돈 봉투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교갱협을 10년간 섬기시면서 교회 갱신의 과정에서 아주 어려웠거나 보람이 있었던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큰 어려움은 밖이 아닌 나 자신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교회 문제를 밖에서 비판하고 소리 치는 것보다 교회 안에서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이 '고쳐라,바로 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10년 교갱협을 섬기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세상에 못할 짓이 개혁이며 갱신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스스로의 위축감에 더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외부의 공격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합동의 정서가 아직까지는 건전하다고 봅니다.

교회 갱신과 개혁 운동을 계속 할 계획입니까?

아무래도 해야될 것 같습니다. 묘지처럼 조용한 것보다는 광야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교갱협을 통해 14개 교단이 함께 하는 한목협도 생겼습니다. 한목협은 8년간 한국교회 미래와 건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는데 한국교회의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나 스스로 평가해 봅니다. 이를 위해 초심을 지키는데 힘쓸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인생을 살아 오시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죠.

저라는 사람이 모자라고 둔합니다. 그래서 좌우명도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주님이 맡기신 나의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주님이 평가하시니까 늘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지요.

목회를 해 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을 꼽으신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평신도를 사장시키는 목회는 성경적 목회가 아닙니다. 평신도는 결국 교회이며 교회 주체는 평신도가 돼야 합니다. 평신도가 소명자로서 제 자리에 설 때 세상을 바꾸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가 교회 안에서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사역자의 역할입니다. 교역자를 위해 평신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이야기하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며 제가 제자훈련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1세기에 진입한 한국교회가 큰 틀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긍정적인 부분을 보기 위해서는 부정적 시각도 가져야 합니다. 안 좋은 것, 위험한 것을 바른 식견으로 바라보고 이를 지적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에는 긍정적 측면 뿐 아니라 부정적 부분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21세기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부자병'에 걸려 있습니다. 의를 위해 핍박 받고 생명을 던져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정신이 희박해졌습니다. 사회는 능력있는 교회를 원하지만 정작 교회는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한국교회를 이끌어온 고 한경직 목사님이나 김준곤 목사님, 조용기 목사님 같은 분들이 준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나님의 비상 개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놀라운 부흥이나 남북 통일을 통해 북한의 지하교회가 일어나 한국교회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적이 없다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상개입을 성령운동으로 봐도 좋을는지요?

그렇습니다. 결국 성령운동입니다. 1907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성령운동의 특징은 은사가 아닌 회개운동이었습니다. 21세기 한국교회도 1907년의 성령운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하루일과를 어떻게 보내는지 소개해 주시죠.

바쁩니다. 그러나 목회 때와 다른 것은 짜여진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본인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제 국민일보가 한국교회의 중심 채널이 됐다고 봅니다. 매일 국민일보와 만나는 것도 일과입니다. 미션면 보는 재미로 국민일보를 받아 보고 있습니다. 한가지 바랄 것은 이단성 있는 교회나 단체의 광고는 철저히 검증해 줬으면 합니다.

:: 이 원고는 국민일보 2005년 6월 15일자에 실린 기사를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