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 사진 수상집

▲ 옥한흠 저, 국제제자훈련원(DMI), 2007-10-12, 121쪽, 14000원
2000년 영성수련회 집회 시간에 옥한흠 목사님은 목회자로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이 적합치 않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 이유인즉, 무더운 여름에 하얀 백로를 찍기 위해 백로가 떼를 지어 사는 숲에 가서 백로의 분비물 냄새를 참으며 소나무 아래에서 몇 시간을 웅크리고 있다 보니 문득 내가 주님을 위해서 이렇게 땀을 흘리고 기도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옥한흠 목사님은 이미 전시회와 사집집을 출간한 바 있는 프로에 버금가는 아마추어 작가로서 최근 네 번째 사진집 <자연 & 동심의 행복>이 출간되었다. 목사님의 마음이야 어떻든 목사님의 사진을 고대하던 나로서는 아주 감사할 따름이지만, 사실 그러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볼 기회도 없었고 애써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처음으로 사진의 촬영 당시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접하게 되니 사진 한 장 한 장을 그냥 예사로이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디카의 기술이 발전하고 보편화된 시대에 무거운 장비를 들고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 현상, 인화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옥 목사님은 아직까지 필름을 고수하고 계시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통의 필름을 소모하며 다양한 노출로 사진을 담은 다음, 그 중 원하던 색감의 사진이 나오면 어린 아이 같이 좋아하신다. 국내는 물론 사막 한가운데, 알래스카,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닷가 절벽, 차로 몇 시간을 가야 하는 깊은 내륙, 로키 산맥 등 장소를 가리지 않으신다.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추위에 떨며 다리가 풀릴 때까지 걷다가 그곳의 절경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거기에 더해 사모님과 동행한 사진여행으로 인해 부부가 함께 하는 행복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감사해 하신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행사 위주의 사진만 주로 찍다 처음 마음을 잃어버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진관련 동호회 사이트에는 멋진 풍경의 포인트를 안내하는 정보가 가득하고 세세한 사진 정보라든지 포토샵의 도움을 받아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는 사진이 넘쳐난다. 그래서 눈이 높아진 것을 실력이 높아진 것으로 착각한 나는 아무리 멋진 풍경사진을 봐도 내심 '나를 거기에 데려다 놓아봐라. 그럼 나도 그 정도는 찍을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버렸다. 대단한 착각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사람이라면 소위 말하는 포인트에서도 다른 구도, 다른 느낌을 찾아낸다. 나에게 제 아무리 비싼 렌즈로 무장한 카메라를 쥐어주고 그 장소에 데려가도 절대 그런 사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운전은 할 수 있지만 F1 드라이버가 되기는 힘든 것처럼 사진도 입문은 쉬워도 내공을 쌓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목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 속을 채우는 것은 목회자가 무엇을 바라보는가, 어떠한 비전을 품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사진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카메라의 필름이나 CCD, CMOS로 된 촬영소자에 기록된다. 최신 디지털카메라는 천만 화소를 자랑하니 각 픽셀을 성도 한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카메라는 천만 명이 들어가는 예배당이라 할 수 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카메라에 있는 각각의 픽셀을 풍부한 색으로 채우면 훌륭한 작품이 나오겠지만, 노출이 과하거나 부족하면 픽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색을 잃고 말 것이다. 결국 목회자의 역할은 수많은 조건 하에서 조리개와 셔터를 잘 조절함으로 가장 아름다운 빛이 렌즈를 통해 각 사람에게 풍부하게 전달되어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한 사진과 목회와의 연관성으로 인해 옥 목사님 뿐만 아니라 사진을 취미로 가지신 목회자 분들이 늘어나며 그 퀄리티 또한 매우 출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목회자의 마음이 곧 하나님이 우리를 보시는 마음일 것이다. "그날 나는 힘차게 배를 몰고 가는 어부의 야무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돌릴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에게는 낭만적으로 보였겠지만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힘든 삶의 현장임에 틀림없었다"(p.48)

다만 이 사진집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 면이 고려되었겠지만 풍경을 담은 사진집으로서 이만한 크기로는 아무래도 원본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힘을 담기에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원본사진의 그 풍부한 색감과 스케일이 주는 감동이 여러 이유로 저하된 것이 특히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옥 목사님이 그동안 찍어온 사진의 정수를 한 번에 만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기에 소장할 가치는 충분하다. 덧붙여 말하면 그 흔한 모나리자 그림도 실제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그림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옥 목사님의 사진도 가능하면 원본 그대로 감상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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