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3월 7일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를 창립하고 어느덧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년 이라는 시간 동안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이 가지는 양상에 대해 동일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모인 동역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엎드려 기도하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애써 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교회갱신을 위한 우리의 자세와 우리가 행하고, 또한 하고자 하는 모든 사역에 대한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간 동안 모든 동역자들이 함께 동역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룬 부분도 많이 있지만 막상 교회갱신의 깃발을 들고 보니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더 많이 있고, 더욱 중대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달려온 길보다는 달려갈 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기간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교회갱신사역은 시대적 요청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동시대에 같은 책임을 맡은 우리들이 더욱 갱신의 의미를 새롭게 하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함께 생각을 모아야 될 필요성이 있기에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갱신의 초점을 정확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롭게 되는 영성이 필요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초석이라도 놓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우리 모두는 갱신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딪힌 어려움은 갱신의 영역과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라는데 있었습니다. 실제로 깃발은 들었지만 어디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고 나아가야 할지 두리번거리기도 했고, 갱신의 과녁을 정하고 그것을 향해 몸부림치다 보면 어느새 그 목표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마는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갱신 2년차를 향해 나아가야 할 사명이 있는 지금 우리는 갱신의 초점을 정확하게 추출해 내어야 할 당면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람의 제한적인 지식과 지혜로는 거대하고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흐름과 그 방향성을 정확히 읽어낼 수 없는 난점이 있는 만큼 위로부터 오는 지혜를 얻어야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성이 날마다 새롭게 되어 예리한 통찰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갱신의 초점을 집어내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을 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둘째, 교갱협 회원 자신이 먼저 자신의 사역과 삶의 현장에서 썩는 밀알이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대로 한국 교회의 풍토나 교계의 풍토는 갱신의 마음은 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못해 그저 한숨만 쉬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이 못된 관습을 깨뜨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한 관행과 체질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릇된 관습들이 우리로부터 완전히 일소될 때까지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체적인 갱신의 초점이 설정되고 움직여야 할 방향과 대안적 지침이 마련되었을 때, 그것을 우리가 사역하는 현장에 적용시키는 실천적 모습이 나타나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남을 갱신하자는 것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우선적인 문제는 갱신을 위해 뜻을 모은 우리부터 먼저 갱신을 향한 썩는 밀알이 되고자 자원하고 헌신하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좀 더 뜻과 힘을 모으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갱협이 출범할 당시 157명이었던 회원수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그 수가 확대되어 500여 명의 회원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갱신을 향한 갈증들이 그만큼 우리 교계 안에 잠재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명목상 회원수가 늘어간다고 해서 갱신화 운동이 더욱 확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재 가입된 회원들의 면면을 볼 때 각기 맡아 있는 사역현장에서 전인격을 바쳐 사역하는 귀한 분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문제는 갱신에 대한 뜻이 없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회원들의 형편이 갱신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갱신을 향한 하나님의 시대적인 요청은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한 요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맡은 사역지에서 영혼 살리는 일에 생명을 걸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교갱협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뜻을 발견하고 갱신의 부름에 동참한 만큼 더욱 모든 회원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힘을 모으며, 갱신사역을 위해 동지적 가슴으로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넷째, 미래를 위한 구체적 준비를 위해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갱협 설립목적 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 교회와 우리 교단에 비전을 심어주자는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을 내다보고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나름대로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의 장도 만들고, 또 30~40대의 젊은 사역자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초보적 걸음이지만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식의 전환 없이는 한국 교회와 우리 교계가 곧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이제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만큼 보편의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식만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봅니다.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세대에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어리석은 작업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놓지 못한다면 한국 교회와 교계의 미래는 자명하게 쇠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다음 세기를 이끌고 나갈 젊은 세대들을 위해 우리 교갱협이 작은 디딤돌이라도 되고자 하는데 뜻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이런 우리의 노력들이 희미하고 미약하게 보이지만 모든 동역자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수고로 인해 마침내 한국 교회와 교단의 체질이 바뀌고 새로운 부흥의 전환점이 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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