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회당 정문에 95개조에 달하는 면죄부 반박문을 붙이는 것을 종교개혁의 출발로 본다면 종교개혁은 올해로 488주년을 맞이한다. 무엇이 개혁이고 갱신인가? 갱신과 개혁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갱신 -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개혁 -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 갱신이 포괄적이며 원리적인 것을 강조한다면, 개혁은 갱신의 결과로서 또는 갱신의 실천을 위해 제도와 기구, 조직 따위를 새롭게 고치는 것이다. 따라서 갱신과 개혁은 함께 가야 한다.

갱신이 우선 실천된 다음에 또는 동시에 개혁도 추진되어야만 한다. 성경적인 교회를 향한 지상(地上)교회의 갱신과 개혁은 중단될 수 없는 지상(至上)의 과제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을 볼 때 개혁교회의 부패가 종교개혁 이전의 로마 캐톨릭과 결코 다를 바 없는 부패상을 보인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지금 개혁교회는 제 2의 종교개혁을 요청받고 있다. 물론 주님의 재림과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성경적인 교회 본질을 회복하고 새롭게 하는 것은 제2, 제3 아니 그 이상의 끝이 없는 과제가 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성경의 권위를 철저하게 주장하는 한국 개신교의 주류인 소위 보수주의 교회가 오히려 갱신과 개혁에 저항하며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것은 복음, 교회 본질, 하나님 나라 등을 교회 전통이나 제도와 동일시하는 착각, 아니면 근본주의 교리로 말미암은 폐쇄성을 진리 보수 또는 갱신과 개혁인 것처럼 오해함에서 말미암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혁과 갱신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본질(복음, 성경)과 제도 및 문화의 관계성에 대해서 바르고 균형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교회의 성경적 의미를 충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현대교회들이 이런 기능(코이노니아, 디아코니아, 케리그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회의 성경적 의미를 충실히 지킨다는 것이 어떤 형식을 절대로 변경시켜서는 안 된다거나, 어떤 용어를 새롭게 고쳐서는 안 된다거나 또는 어떤 행동을 절대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언제나 교회가 존재하는 그 시대의 세상 속에서 증거해야 한다. 교회가 마차 타고 다니던 시대 내지는 19세기 후반, 아니면 20세기 초반의 모습만 하고 있다면 20세기 후반 또는 21세기의 시대에 속한 세상을 향해서는 제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할 수 없다. 형식을 바꾼다는 것이 곧 그 기능까지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교회 본래의 사명은 변함이 없다. 교회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도전은 그 본래의 사명을 그 시대에 맞게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 (제임스 E. 카터)

"20세기 복음주의 교회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비절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진게츠)

이처럼 신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고정 관념이란 복음의 증거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가로막는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목회 구조는 거의 초기 한국 교회의 구조이거나, 1980년대 중반까지의 성장 일변도(성장 지상주의)를 위한 구조였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와 급변하는 사회 및 문화를 직면하고도 보수주의 교회들의 고정 관념과 편견 때문에 개혁과 갱신이 되지 않는 요지부동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교회의 죽음과 무기력 및 사회에서의 영향력 소멸, 젊은이 및 다음 세대의 교회 이탈로 생생하게 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개혁교회의 끊임없는 개혁과 갱신만이 성경적인 교회의 권위와 능력, 영향력의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선 갱신과 개혁을 진리 보수에 대한 도전이나 신성불가침의 교단 전통과 제도에 대한 도전이나 범죄로 여기는 시각부터 부수어야 한다. 아울러 무엇이 불변의 진리이며 무엇이 끊임없이 변화되어야 할 대상인지를 성경적 세계관과 진리의 기준을 따라 뚜렷하게 분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진리 보수를 외쳐도 보수주의 교회의 근본주의 성향과 폐쇄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세상에서 버림받고 하나님께 외면당하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다.

종교개혁 488주년을 맞이하여 지금 한국 보수주의 교회는 시급히 성경으로 돌아가는 교회 갱신과 개혁, 회복운동을 펼쳐야 한다. 시대의 파도를 타고 복음의 전파를 이루어내는 창조성과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단과 신학, 제도, 전통, 조직이 절대화되어 하나님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유일하고 절대적이며 불변의 것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하나님의 통치가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밖에 없다. 물론 시류에 영합하는 것을 개혁과 갱신으로 알거나, 개혁과 갱신이란 이름의 독선과 정죄를 통해 교회를 파괴하는 것을 엄밀히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참된 갱신과 개혁은 멈춰서는 안 될 개혁교회의 지향점이다. 더욱 지금 한국 사회는 계층 사이의 갈등,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립이 도를 넘어 공동체의 파멸을 가져올 정도로 극단의 대립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마저 그 장단에 춤을 추며 세상의 이데올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외친다면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느니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의 선언은 무엇이 되겠는가? 다시 한 번 한국 교회의 철저한 갱신과 개혁을 통해 사회, 국가와 민족이 방향을 정하고 새로워지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충만히 임하는 기적의 그 날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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