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 후엔 교단 최대의 행사인 총회가 시작된다. 이번 총회에서 특히 초미(焦眉)의 관심사는 서북노회 산하 이단교회 가입 건과 타 교단에서 제명, 출교 당한 교회의 가입 건이다. 나는 요즘 교단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혼란, 회의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진리보수를 생명처럼 여기고 목숨을 던져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파수했던 합동교단이 불의와 탐욕, 거짓과 배교로 뭉쳐진 합동교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조적인 생각조차 들 정도이다.

 

모태교인이란 말이 있듯 필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합동교단에 소속된 50대 중반의 목사이다. 조부와 부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속한 교단을 사랑하며 특히 교단의 신학인 칼빈주의와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단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공연한 배교 행위와 범죄는 나의 자긍심을 철저하게 붕괴시키며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교회의 문제와 복음에서의 변질은 하루아침의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단이 아닌 이상 정통교단은 나름대로 최소한의 신학과 신앙 정체성만큼은 굳게 지켜왔다. 그것마저 무너지면 그것은 더 이상 교회도 교단도 아닌 사이비 종교집단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최대의 개신교단이며 보수 신앙과 정통 및 장자교단이라고 입에 닿도록 외쳤던 우리 교단에서 드디어 이단 시비가 있는 교회를 총회 산하 노회가 가입시키는 영적 폭거(暴擧)가 발생했다. 나는 하나님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백주에 저지르는 악행을 보며 두려움을 넘어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에 대한 경각심을 백골이 송연(松烟)할 정도로 느끼고 있다. 만일 우리 교단이 이 문제를 진리와 공의를 따라 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살아계신 하나님은 반드시 이를 심판하실 것이다. 아니 심판하셔야만 한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하나님의 영광이 교단에서 떠나는 이가봇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면 그것은 저주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단과 악인들의 공통된 특징과 모습은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악한 영에 붙들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돈과 모함, 술수, 배교, 폭력 등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며, 진리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의인들을 핍박한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진리의 파수와 영적 투쟁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순교자의 피로 복음이 뿌려지며 교회가 세워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지금 하나님은 우리 교단에서 바로 그런 깨어있는 거룩한 파수꾼과 하나님 나라의 그루터기로 남아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찾고 계신다. 누가 이사야처럼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할 것인가!

비록 시대마다 악이 성행하고 불의와 비진리가 득세하는 듯 보여도 하나님은 바알과 아세라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명의 사람들을 남겨 두셨음을 믿는다. 어둠은 절대 빛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이 사실을 굳게 믿으며 하나님께 기도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단을 위한 간절한 기도와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나님께서 바로 이 때를 위하여 우리를 이 교단에 두심이 아닌지!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근본이 붕괴되지 않도록 합심하여 기도하자. 아니 진리와 공의가 세워지도록 하나님께 엎드리자. 이로 말미암아 교단이 더욱 진리에 굳게 서고 한국 기독교의 선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전화위복이 되기만을 소망한다. 지금 한국 기독교의 모든 지도자와 성도들, 아니 하나님은 엄중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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