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생활'이라 불리는 섬기는교회의 여름수련회 모습
'공동체 생활'이라 불리는 섬기는교회의 여름수련회 모습

어느 정도 교회가 성장해 성전 건축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기획하고 있다면, 의례 그려지는 보편적인 교회와 담임목회자의 상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게는 널리 일반화 된 것들이 섬기는교회(박정식 목사)에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울 상계동에 위치한 섬기는교회는 한마디로 공동체를 추구하는 교회다. 교회의 존재 목적을 세상을 섬기는 것으로 삼고 있는 이 교회는 18년 동안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 왔다. 사도행전적 공동체를 지향해 그간의 재정 운영을 '외부'로 집행해 왔고 구호가 아닌, 진정한 나눔 차원에서 상당히 모험적(?)인 결단도 내려 왔다. 개척 초기엔 박 목사를 포함해 교역자들이 24시간을 함께 기거하며 용돈을 나눠쓰는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는 '나눔의 헌금'은 형편이 어려운 교우를 위해 무명으로 헌금할 수 있는 지정헌금제도로 섬기는교회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섬기는교회는 재정독립이 안된 상황에서 어려운 교회들을 돕고 빈민구제를 추진했다. 자체 예배당도 없는 교회가 지교회를 분립개척하기도 했다. 교인들도 담임목회자를 닮아 회식비나 여행비 등에 교회 재정을 쓰지 않는다. 섬기는교회는 교회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로 그 흔한 교회 차량도 없이 수년을 보냈다. 교회 재정은 교회 본질 차원에서만 집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18년간 교회 구석구석 뿌리내렸고 교인들은 가전제품 하나 바꾸는 것도 상당한 고민을 할 정도다. 박 목사가 진정한 제자의 삶은 신용카드, 밥상, 전자상품 구매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친 적용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굶주려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교회와 신자는 매순간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야 합니다. 절제된 밥상,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해야 합니다."

더욱 놀라운 건 박 목사 자신이다. 그는 동연배의 목회자들에게 부여되는 수준의 배려를 누리지 않는다. 스스로 거절했다. 사택도 없어 여동생의 집에서 저렴한 전세비를 내고 살고 있다. 차량도 10년 넘은 소형 승용차를 끌고 다닌다. 게다가 2년 전엔 월단위의 사례도 받지 않겠다고 교회에 선언했다. 대신 교인들이 내는 지정헌금으로 생활한다. 사례 받던 시절의 1/4 수준에 불과한 액수다. 사실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나눔과 공동체 목회를 주장하는 목회자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고 사모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마음은 편하다. 18년간 키워 온 공동체 사역이 이제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전을 통해 극대화 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공동체 사역이 섬기는교회 안에 농익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포천시 가산에서 이를 펼쳐 보이기 위한 건축을 시작한다. 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비전을 시연하기 위해 믿음으로 내린 결단이다. 이를 위해 박 목사는 조기은퇴까지 선언했다. 이미 동사목사까지 부임했다. 54세에 불과하지만, 선교사에 대한 부르심과 함께 그간의 목회 비전인 공동체 사역의 정착과 발전을 위한 결정이다.

퍼주기로 공동체적 교회를 시연해 온 섬기는교회가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아니 보다 강화된 변신을 준비 중인지도 모른다. 담임목회자와 교인들이 18년간 키워 온 공동체 목회의 꽃을 새로운 터에서 개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이고 참 교회적인 것. 박 목사와 섬기는교회는 결코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가치있는 확고한 소신으로 한국 교회에 명확한 자리매김을 준비하고 있다. 파격적이긴 하나 본질적인 교회가 되겠다는 꿈. 그 꿈이 가져달 줄 파급효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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