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은희 저, 산해출판사, 2002-11-10, 214쪽, 8000원
읽던 책을 접고 몇 번이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인가?'

아이들 세계의 '왕따' 현상도 어른 세계의 큰 '집단 따돌림'도 결국은 불의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 탓이라고 이 책의 지은이 문은희 소장(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은 말한다(4월 이야기). 사랑도 정의감도 메말라 버린 무감각한 마음이 혹 내 마음은 아닌지.

나는 "딸 아이가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겠다고 짬짬이 자원봉사도 할라치면 '그러고 다니면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 한 적이 없는지(마음의 병).

"자기 아이가 가진 다른 모든 사랑스러운 특징은 보려하지 않고 학업성적, 그것도 겨우 몇 시간이 면 잴 수 있는 그 알량한 학력을 가지고 아무 의심도 없이 아이를 평가하려 하는, 아이들의 숨통 을 막는" 그 어른이 내가 아닌지(우리 나라에 태어나기 싫다).

묻자마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늘 시간을 들여 생각한 뒤 대답하는 아이라,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잠시 미소짓는 것을, 왜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하냐며 다그쳤다는, 참을성 없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모습과 특징으로 사랑해주지 못한 그 주일학교 선생이 혹 나는 아닌지(우리가 사는 방식).

조는 아이 한 명 골라 때려, 학급 전체가 '정신바짝 차리게' 하는 체벌 효과를 기대하는 몰인정한 교사가 바로 내가 아닌지(사랑의 매라니).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 필요한 기초생활비를 올려달라고 단식투쟁하다가, 아이를 못보는 괴로움과 이 사회의 냉담함에 질려 항의하며 삶을 포기한 뇌성마비 걸린 한 여인이, 아직 살아있을 동안에 는 그 "아파하는 것을 보고, [그] 신음과 절규를 듣고, 그 아픔을 함께 느끼지 않고" 있다가는 그 여인이 죽기를 기다려, 기사거리 취급하는, 중증장애 사회의 중증장애 언론의, 나는 중증장애 기자가 아닌지(우리가 장애인).

책을 덮은 내 마음은 왜이리 저린지 모르겠다.

나도,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나 혼자라도' 용기있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소수의 용기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나도 때로는 "팔레스타인 사람이고, 보스니아 사람이고, 이라크 사람이고, 북한 사 람이고, 정신대 할머니"가 되어, 세상의 약한 이들을 섬길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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