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함께 '이라크 기독교인'(Iraqi Christians)이 기독교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이들은 '미지의 기독교인'에 가깝다. 시리아가톨릭교회, 칼데아교회, 아시리아교회, 시리아정교회, 아르메니아가톨릭교회…. 이들을 부르는 이름조차 낯설고 혼란스럽다.

이들 가운데 시리아정교회는 고대 5대 교회의 하나인 안티오크(안디옥) 교회를 계승한 정교회이며, 아시리아교회는 에베소공의회의(431) 결의를 따르지 않고 정교회에서 떨어져나간 네스토리우스파 교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시리아가톨릭교회와 칼데아교회, 아르메니아가톨릭교회는 로마가톨릭교황을 교회의 수장으로 받드는 가톨릭교회에 속한다.

이렇게 이라크교회는, 상위의 범주로 묶으면, 정교회, 오리엔트교회, 가톨릭교회로 크게 분류된다. 그렇지만 이 교회들의 역사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라크 교회 내부에서는 자기네 정체성을 둘러싼 명칭 논쟁과 역사 논쟁이 결말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스스로 '아시리안'이라고 부르고 이라크 기독교회 일반을 '아시리아' 교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세운 교회의 현재 공식 명칭은 동방 성사도 가톨릭 아시리아 교회(The Holy Apostolic Catholic Assyrian Church of the East), 줄여서 동방 아시리아 교회(Assyrian Church of The East)다.

이 명칭에는 자신들을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후예라고 확신하는 강렬한 민족주의와 종교적 열광주의1)가 깔려 있다.

기독론을 둘러싼 네스토리우스 논쟁으로 갈라서 있던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아시리아정교회는 1994년 11월 당시 양 교회 수장인 교황 요한바오로 2세와 크난야 딘카 4세 총대주교가 '공동 기독교 합의'에 조인하면서 상당히 가까워졌다.사진 | Assyrian Church of the East.
기독론을 둘러싼 네스토리우스 논쟁으로 갈라서 있던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아시리아정교회는 1994년 11월 당시 양 교회 수장인 교황 요한바오로 2세와 크난야 딘카 4세 총대주교가 '공동 기독교 합의'에 조인하면서 상당히 가까워졌다.사진 | Assyrian Church of the East.

아시리아 교회의 정체성은 19세기말 한 고고학적 발굴의 성과를 통해서 더욱 깊어졌다. 일찌감치 로마가톨릭교회에 병합된 칼데아교회와는 달리, 오랫동안 독자적 동방교회로 남아있던 이들은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유적이 발굴되면서 '아시리아'라는 명칭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아시리아 기독교인들은 주전 1300년부터 600년까지 현 이라크 북부 지역을 통치했던 찬란한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유산을 물려받은 민족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이라크 북부 지역에 독자적 민족 국가를 세울 꿈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 '아시리아 교회'라는 명칭에 시리아교회 쪽은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이 명칭이 서방교회의 식민주의 선교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에 들어온 서방 선교사들이 이 지역 교회들에 '분열과 통제' 정책을 적용해 네스토리우스파 동방교회와 시리아정교회를 분열시킨 다음, 다시 말해, 네스토리우스파에 대한 정교회의 영향력을 차단한 다음, 접근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판단한2) 네스토리우스파를 집중 선교하기 위해 그들에게 붙여주고 부추긴 명칭이라는 주장이다.

칼데아교회와 아시리아교회도 각자의 이름 때문에 서로에게 어색할 수밖에 없다. 고대 아시리아 제국은 칼데아(갈데아) 곧 신바빌로니아 제국에 멸망당했다. 두 교회는 역사적 대립 또는 원한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두 고대 제국에서 각자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아시리아교회와 칼데아교회 ‘일치를 위한 공동 위원회’ 대표들
사진 | Assyrian Church of the East.

시리아교회는 칼데아교회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먼 훗날 각자 '칼데아교회'와 '아시리아교회'로 불리게 될 두 교회는 원래 한 줄기였다. 5세기 전반(428~431년)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 키릴로스와 안티오크의 총대주교 네스토리우스 사이에 벌어진 기독론 논쟁에서 네스토리우스 편에 서면서, 431년 이후 '동쪽'(지리적으로 안티오키아교회의 동쪽을 말한다), 즉 당시 페르시아제국 지역에서 독자적인 교회를 이루고 있던 네스토리우스파 교회는, 1551년부터 다시 서방 로마교회와 연합을 시도하고 1830년에 이르러 로마가톨릭교회에 완전히 통합된다.

511년 이 교회의 수장(총대주교)이 로마가톨릭교회의 신앙을 고백하자 로마가톨릭교회 교황은 '이단 네스토리우스파'로 불렸던 이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칼데아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사한다. 이후 몇 차례 통합 단계를 거쳐 이 교회는 1830년 '칼데아가톨릭교회'라는 이름의 동방전례 로마가톨릭교회, 곧 교회 전례는 동방 교회의 그것을 유지하지만 로마가톨릭교회의 권위를 '완전히' 따르는 교회로 변모했다. 현재 칼데아교회의 수장은 로마가톨릭 교황이 임명하는 바빌로니아 총대주교가 맡고 있으며, 이 교회의 총대주교청은 한때는 모술에 있었지만 지금은 바그다드에 옮겨와 있다.

이러한 역사를 들어, 칼데아교회는 '서방' 로마가톨릭교회가, 아시리아교회는 '서방' 프로테스탄트교회가 '붙여준' 이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시리아정교회(정식명칭은 안티오크의 시리아 정교회)는 고대 '안티오크 교회'의 정통성을 계승한 교회로 자부한다. 그러면 왜 자신들을 그냥 '안티오크' 정교회라 하지 않고, 안티로크의 '시리아' 정교회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들은 자신들을 '아람-나하라임'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히브리어 '나하라임'은 구약성경에 그리스어 '메소포타미아'(강들 사이, 곧 티크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로 의역되어 나온다. '아람-나하라임'은 곧 '두 강 사이의 아람인들'이라는 뜻으로, 시리아교회는 자신들을  고대로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거주해 온 아람인의 후손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칼데아교회 교인들이 2007년 6월 30일 미시건 주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탄압에 고통당하고 있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안전 보장을 기원하는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www.CHALDEAN.org

이 고대 아람인의 후손들 가운데서 예수를 영접하는 이들이 나왔고 그들이 바로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린 안티오크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아람인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하기 위해서 아람 기독교인이라는 명칭 대신 '시리아인'3)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한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보고서에 의하면, 고대 교회와 고대 역사에 뿌리는 두고 있는 기독교인들과 극소수의 아시리아 또는 시리아 프로테스탄트교회 및 오순절교회 기독교인들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라크 교회의 인구는 현재 이 나라 전체 인구 약 2700만 명의 4%에도 못 미치는 소수이다.4) 그렇지만 이라크 전쟁 이후 지금까지 이 나라를 떠난 난민의 40%가 기독교인이다.

이 수치도 오늘 이라크의 소수(minority), 기독교인들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

각주

1) "그 날에 애굽에서 앗수르로 통하는 대로가 있어 앗수르 사람은 애굽으로 가겠고 애굽 사람은 앗수르로 갈 것이며 애굽 사람이 앗수르 사람과 함께 경배하리라. 그날에 이스라엘이 애굽 및 앗수르와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 주시며 이르시되 내 백성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하실 것임이라" 이사야 19장 23~25절.
"무리가 모였을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심판 때에 니느웨 사람들이 일어나 이 세대 사람을 정죄하리니 이는 그들이 요나의 전도를 듣고 회개하였음이거니와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누가복음 11장 29~32절.
이사야의 예언과 예수의 말씀 기대어 아시리아(앗수르) 기독교인들의 자기네 민족 교회에 대한 종말론적 대망을 키우기도 한다.
2) 시리아교회의 입장에서는 필립 샤프도 서방교회의 식민주의자로 보일 것 같다. 교회사학자 필립 샤프는 이렇게 말했다. "…5세기의 그리스도론 이단들인 네스토리우스주의와 단성론은 오늘날까지 조직을 갖춘 분파들로 존속한다. 동방의 이 분리주의 교회들은 고대 교회사의 중요한 장들이 화석으로 고스란히 남은 잔재들이다. 현재 이들은 무지와 미신으로 전락해 있다. 그러나 그리스정교회보다 서방 기독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 있으며, 로마 교회와 개신교 교회들에게 흥미로운 선교지가 되고 있다. 특히 네스토리우스주의자들과 아르메니아인들이 더욱 그러하다." 필립 샤프, 교회사 전집 제3권 - 니케아 시대와 이후의 기독교, 이길상 옮김(고양: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4), 635쪽.
3) 시리아교회는 현대 '시리아' 이슬람 공화국과 자신들은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현 시리아 국가의 이슬람 아랍인들과 자신들 곧 시리아 기독교인들을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공식 영문 표기를 '시리안'(syrian)에서 '시리악'(syriac)으로 바꾸었다.
4)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아랍계 절대다수와 15%를 차지하는 쿠르드족 대다수를 포함해 이 나라 인구의 97%는 무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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