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2005년 8월 29일 전 세계가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다름 아닌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온즈를 비롯한 미국의 남부지역을 휩쓴 것이다.

언론들이 앞 다투어 전하는 처참한 광경 앞에 전 세계인들은 먼저 허리케인이라는 위력적인 자연재앙 때문에 놀랬고, 또 미국이라는 초대형 국가가 힘없이 무너진 것에 대해 망연자실 했다. 재앙이 일어난 뒤 약 2주가 지난 시점인 9.11 참사 4주년이 되는 날 미국정부는 걸프전과 이라크전쟁을 치른 비용과 맞먹는 약 3,000억 달러 정도의 피해액을 추산했다.

새삼스럽게 약 3년 전 미국땅에서 일어났던 재난을 떠올리는 것은 당시의 치명적인 재난 앞에 그 지역의 미국 교회가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당시 미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 가운데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는 "많은 교회들이 틈새 영역을 찾았고, 정부의 실패한 재난 대응의 공백을 채우는 미니구제단체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나 등의 유력 언론들도 9월 4일 첫 주일의 상황에 대해 이재민들이 '폐허 속에서도 예배를 통해 소망을 찾았다'는 논조로 카트리나 참사 이후 첫 주일을 지난 표정을 보도했다. 당시 언론들이 교회에 대해 쓰고 있는 보도 내용들을 보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하나의 '이웃'으로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형제'로 각인되고 있었다.

자연재해는 아니지만 지난 12월 7일(금) 충남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의 화물창이 파손되어 10,500kl(66,000배럴)이 기름이 쏟아진 이후 1월 11일(금) 현재까지 약 100만 명의 자원봉사들이 서해안 기름띠 제거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최소한 절반 이상, 많게는 약 70만 명이 한국교회 소속 자원봉사자라는 보도를 접했다. "태안주민 여러분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기름유출사고 이후 서해안 곳곳에 붙어있는 것도 확인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되어 섬기고, 섬김으로 하나되자!'는 구호를 외치며 '서해안살리기 한국교회 봉사단'을 꾸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기름제거에 앞장서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린다.

차제에 미국인들이 자연재앙 앞에서 꼭 필요한 현장에서 앞장서 섬기는 교회를 이웃이 아니라 형제로 여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한국교회 역시 견디기 어려운 재앙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이들과 한국사회 속에 여러 이웃들 가운데 하나의 이웃이 아니라 '형제로, 또 가족으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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