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의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리면서 시시각각 쏟아지는 지식 정보량은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상황도 그렇지만 미래사회의 지식 정보량 증가는 가히 핵폭발과 같은 양상일 것임이 분명합니다. 어떤 미래학자는 앞으로 2020년이 되면 73일마다 기존 지식이 2배로 증가되고, 2050년에는 현재 지식의 1%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나 교계의 모든 단체들 역시 나름의 정보를 쏟아내 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예외 없이 이 흐름에 편승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현실은 표면적으로 볼 때 정보 부족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는 점점 많아지고 빨라지는 정보흐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통찰력을 갖는가?'가 현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갱신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새로운 대안과 정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오히려 더욱 중요하고 힘든 것은 '잘 듣는 일(경청)'이라는 것을 체감합니다.

듣기 위해 귀만 열고 있으면 되는 일이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모름지기 '잘 듣는 일'이 어떤 일을 이루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고, 말하는 것 보다 잘 듣는 일은 훨씬 힘든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어느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며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실제로 누군가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우선 딴 생각을 할 수 없고, 눈을 계속 마주치면서 시선과 표정으로 탐색전을 거쳐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적절한 시점에 맞장구도 쳐야 하고, 자신이 말할 내용 역시 상대방이 말하는 것과 어긋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말하는 시점 역시 잘 포착해야 합니다. 결국 상대방의 의중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도 잘 들어야 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잘 듣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깊이 교제하는 목회자가 아닌 믿음의 선배로부터 "이 시대에 말씀을 받아 사는 목회자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직언을 들었습니다. 곧 다가오는 종교개혁 기념주간을 앞두고 무엇이 교회갱신 사역을 지속성 있게 담보할 것인가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잘 듣는 일'을 우선해야 하겠다는 대답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는 일, 앞서 걸어가는 신앙선배들의 말씀을 잘 듣는 일,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동역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 후배들의 진심어린 충고를 경청하는 일…

점점 깊어가는 가을,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우리의 내면은 더욱 성숙하게 된다"는 철학자 볼테르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교회갱신의 지속성을 위해 겉으로만 듣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경청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온 신경을 곤두세워 보다 더 집중해서 듣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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