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결실의 계절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을 돌이켜보면 자연재해적 광풍이 휘몰아친 한 달 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8월 29일 미국 뉴올리언즈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선진국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사정없이 구겨놓았습니다. 뒤이은 허리케인 리타의 등장은 남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주민 130여만명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대피령이 내려지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휴스턴 일대 고속도로 160km가 대피 차량들로 인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리는 사상 최대의 피난 행렬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9월 29일자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중미 카리브해에서 최근 새로운 열대성 폭풍이 형성되고 있어 허리케인으로 발전할지 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좌우간 지난 9월 한 달은 폭퐁의 계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습니다.

자연적 폭풍은 아니지만 지난 주간에 있었던 총회현장을 지켜보면서 폭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의 제90회 총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개회 전부터 총회현장을 쩌렁쩌렁하게 메아리치던 총신대신대원 학생들의 외침과, 본당입구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총회현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팽팽한 긴장감 그 자체였습니다. 교회개혁을 위해 각 교단의 총회 현장을 모니터하던 모 단체의 실무책임자 한 분은 긴 한숨과 함께 "누구를 위한 총회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개회 당일의 액면 그대로만을 본다면 총회현장은 어떤 발전적 기대나 소망을 가지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절망적으로 경험했던 허리케인과는 달리 예장합동 교단 총회의 폭풍을 통해서 나타난 결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폭풍 속에서도 끝까지 '견디는 법'과 '기다리는 법'으로 인내한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두 번의 정회와 폐회 시간에 회무시간을 연장하는 흔하지 않는 파란이 있었지만 교단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발전을 위해 이단성 있는 교회의 영입과 한국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교회의 영입은 끝내 거부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대한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성경 사용은 한국 교회가 하나의 성경을 사용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의명분 앞에 마침내 허락되었습니다.

가만히 정리해 보면 폭풍을 통해 상처받고, 재기가 어려운 절망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폭풍 속에서 세밀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새로운 소망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제90회 총회가 끝난 후 총회 현장에서 끝까지 기도하고 있었던 한 신대원 학생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립니다. "총회 현장을 보면서 신학교를 그만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는데 총회 마지막 결론을 보고 새로운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절망은 소망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폭풍 같은 소용돌이가 일었던 총회였고 절망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시간이었지만 끝까지 소망을 꺽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움직였던 분들이 있었기에 교단과 한국 교회에 새롭고 긍정적인 미래가 세워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제 결실의 10월 한달, 주님의 능력으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게 되는 교회와 교단, 한국 교회 전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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