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교단들이 9월부터 11월 사이에 정기총회를 여는 만큼 교계에 있어서 9월은 가히 교단 총회시즌이라 할 만합니다. 교계 언론들마다 톱으로 꾸미는 기사는 거의 교단 총회 관련 기사들입니다. 신문의 내면들을 들여다보면 더욱 총회와 관련된 기사들이 넘쳐납니다. 내용인즉 "00총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고, 또 00총회는 무엇이 쟁점이며, 전년도에 이어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총회를 여는 교단은 00교단이며…"

넘치는 기사들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금년에 열리는 각 교단 정기총회도 한국교회의 미래를 여는 대안이나 비전을 놓고 진중하게 토론하는 장(場)이기보다는 오히려 비본질적인 쟁점들만이 쟁쟁거리는 총회가 될 것 같다는 예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기사들을 따져 분석해 보니까 각 교단들마다 불필요한 소모적 쟁점이나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은 교단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오죽하면 '올바른 교단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같은 교계 NGO가 결성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여기에 더하여 교단이 당면한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하고, 총회의 전폭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기도회와 운동도 일어나고 있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단 총회를 앞두고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에 흥미 있는 기사를 모 일간지에서 발견했습니다. 습관대로 1면 사진을 대충보고, 손에 잡히는 대로 신문의 다른 면을 펼친 순간 '3無 유엔'이라는 제호를 단 박스기사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내용인즉 유엔의 제재를 받던 이라크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구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1996년 12월부터 2003년 12월 사이에 유엔의 관리 아래 예외적으로 석유수출을 허용 받은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검은 거래로 얼룩졌다는 사실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검은 뒷거래를 조사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유엔이 "능력-책임-도덕성 잃었다"고 비판했고, "유엔이 21세기형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2005년 들어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유엔의 권위가 땅에 곤두박질 쳐져버린 것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의 교단명을 달고 있는 대부분의 교단들은 금년 총회를 거의 '제90회 정기총회'라고 명기하면서 90년의 긴 역사를 가진 총회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 듯합니다. 총회 역사와 관련하여 9월 둘째 주간에 총회를 치른 대한예수교장로회 모 교단에서는 정기총회 장소에 내걸린 플래카드와 배부된 회의자료에 '제90회'가 아닌 그보다 적은 회기수가 표기되었다고 해서 총회역사 해석을 두고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60년 역사를 가진 유엔도 자신들이 시행한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추문 때문에 '능력도, 책임도, 그리고 도덕성도 없는 3무(無) 유엔'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을 바라보면서 어떤 공동체가 긴 역사를 자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 공동체를 지켜주는 방패가 더 이상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고, 세계평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방대한 조직과 천문학적인 경비를 쓰는 공동체이지만 도덕성 때문에 60년을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공동체가 '3무(無) 유엔'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각 교단의 총회와 관련해서 "우리 총회 역사는 90년이 되었다"는 은연 중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있는 듯한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계언론들을 통해 보도되는 각 교단 총회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유엔이 받고 있는 평가처럼 역사는 길고 덩치는 클 지 모르지만 '능력도 책임도, 그리고 도덕성도 없는 3무(無) 교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그래서 각 교단이 금년에 여는 정기총회를 통해 '3무(無) 교단'이 아니라 '능력과 책임, 그리고 도덕성'이 있는 총회로 한국 교회의 모든 성도들에게 인정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