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들어서면서 국내외적으로 또 교회적으로 '사죄와 반성'과 관련하여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들을 대별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를 향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에 관한 것입니다. 2005년은 익히 알려진 대로 한국과 일본의 불행한 역사가 시작된 을사조약 100주년이 될 뿐만 아니라 군국 일본의 패망과 우리의 해방 60주년, 한일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독도망언을 비롯한 과거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 출간, 그리고 이에 더하여 진정한 사죄와 반성에 있어서 전혀 개전의 의사가 보이지 않는 일본의 태도는 한반도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둘째는,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일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죄와 반성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26년간 교황으로서 일한 업적을 정리한 몇 가지 연보들을 살펴보면서 중요하게 기록되고 있는 항목 한 가지는 그가 2000년에 행했다는 가톨릭교회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었습니다. 거의 예외 없이 그에 관한 주요 연보에는 '2000년 3월 13일 : 타 종교인 박해 포함 가톨릭의 지난 과오 용서구함'이라는 항목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추측컨대 소위 대희년이라고 일컬어졌고 새로운 세기로의 전환이라는 시점이었던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고 가톨릭의 잘못된 과거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죄하고 반성한 것이 아마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으로 짐작됩니다.

셋째는, 4월 10일부터 14일 사이에 대통령이 방문하고 있는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자세입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그에 따른 과거기억상실증 환자와 같은 모습과는 달리 독일이 보여주는 과거사에 대한 자세는 그 나라를 방문 중인 대통령의 평가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독일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존경한다"고 했고,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실천을 한 노력이 오늘의 유럽연합(EU) 통합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일 지도층과 국민들의 과거사 청산과 반성 노력은 오래 전부터 진지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1951년 9월 콘라드 아데나워 총리가 "나치 범죄 피해자에 대한 물질적 배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후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 1956년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보상법을 제정해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오는 2030년까지 약 600억 유로를 보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금전 보상 외에 독일 전역에 26개의 유대인 수용소를 보존하고 전시장화 해서 나라 전체가 과거사 반성 전시장이라 일컬어지리만큼 과거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70년 12월 브란트 당시 총리는 폴란드를 방문하던 중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Ghetto)에서 무릎을 꿇었고, 헬무트 콜전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광기의 시대에 관해 독일지도자들의 반성은 철저합니다. 그래서 전쟁의 가장 큰 피해국가인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속에 조차도 독일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입술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수반한 '사죄와 반성'이기에 진정성을 별로 의심받지 않는 실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넷째로 눈여겨 볼만 한 것은 4월 8일에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주최한 "제가 잘못했습니다"는 주제 하에 열린 교계 원로목회자들의 공개적인 회개기도회입니다. 그런데 기도회 현장에 참여하면서, 또 기도회가 끝난 이후에도 내내 저의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원로 목사님들께서 고백한 '사죄와 반성'이 허공에 흩뿌려지는 말로서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삶을 새롭게 하고 다잡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존 스토트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하나님 앞에 털어 놓을 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님과 죄 자체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4월 들어 유독히 '사죄와 반성'에 관련된 의미있는 사건들을 많이 접하면서 진정성과 구체성을 담보한 '사죄와 반성'이 우리 한국교회와 사회에 넘실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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