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주관으로 1999년 3월 25일, "한국교회 희망의 새천년을 향하여 - 일치·갱신·섬김으로" 라는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열린대화마당을 위해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 함께 모였다. 이 대화마당에서 한국교회의 원로 목회자들과 지난 삼십년 동안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해 헌신해온 한국기독교신풍운동 지도자들, 그리고 한국기독교 목회자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은 희망의 새 천년을 바라보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 기간에 개최된 이 대화마당에서 우리는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하나님의 은총을 뜨거운 감동으로 확인하였다.

우리는 고난의 현대사 속에서 선배목회자들이 이 민족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뜻에 순종하여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였으며 교회가 지닌 영적 권위를 가지고 민족의 고통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었던 지난날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아울러 우리는 지난날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민족 앞에 참회할 일도 적지 않았음을 진솔하게 토로하면서 지난 110여 년의 한국교회사 속에 나타난 수치스러운 허물들 - 신사참배, 교리지상주의와 교파 분열, 권위주의적 교권주의, 기복신앙과 정교유착 등 - 을 아픈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이제 이러한 지난날의 성숙치 못함과 부끄러움을 떨치고 희망의 새 천년을 향한 목회자의 사명을 다시금 새롭게 다짐하고자 한다.

한국교회는 일치(Unity)되어야 한다.

우리는 주님의 몸된 교회가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확인하며 삼위일체 신앙 안에서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도록 힘쓸 것임을 다짐한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교회의 분열이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서로를 용납하며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을 힘써 지켜야 한다. 개교회주의의 이기성과 편협함을 떨쳐 버리고 연합운동에 힘쓰며, 나누어진 교파는 하나됨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궁극적으로는 다같이 하나되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한국교회는 갱신(Renewal)되어야 한다.

우리는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자신을 부단히 갱신하는 일에 힘쓸 것을 다짐한다. 물질주의, 권위주의, 성장제일주의, 참된 영성의 빈곤은 경이적인 교회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서와 교회의 권위를 추락시켰다. 이제 21세기를 바라보면서 한국교회는 상실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참된 섬김의 질서를 세우며, 말씀의 생명력과 성만찬의 본질과 감격을 되찾고, 평신도의 참여를 고양시켜야 한다. 모든 은사는 동일한 가치로 존중하며, 여성에 대한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말씀의 진리에 든든히 서서 민족과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먼저 자신을 갱신하여야 한다.

한국교회는 섬김(Diakonia)에 힘써야 한다.

우리는 막힌 담을 허시고 화해케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동과 서로 반목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 속에서 화해의 사도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 또한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소외당하는 이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하고 섬기는 일 -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 노숙자, 위기가정, 결식아동을 돌보는 일, 장애우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일, 기아와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동포와 제3세계의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민족화해를 위한 노력, 창조질서 회복운동, 생명을 살리는 일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형제들과 피조세계에 새하늘과 새땅을 향한 소망의 사역이 되도록 한다.

한국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바로 서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제3의 천년의 문 앞에 서있다. 역사의 전환기요, 위기의 때이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교회를 교회답게 갱신하고, 민족을 새롭게 하며, 인류에게 새 희망을 주기 위해서 힘써 노력하여야 할 때임을 인식하면서, 하나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고 섬기시게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일치·갱신·섬김'의 삶의 모범을 보일 것을 다짐한다. 오늘 모인 우리 모두는 이 대화마당에서 나누어진 비젼이 민족과 교회의 소망의 새순임을 확인하며 겸손히 주 앞에 서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복종하고 깊은 기도와 영성과 경건의 훈련으로 우리부터 새로워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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