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은 경제성장을 바라는 전 세계 나라의 모범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부끄럽게도 대내외적으로 급속한 경제적 몰락을 겪으면서 어디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교훈을 주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경제 분석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경제가 국제 경쟁력의 확대와 내실적인 면을 키우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와 허울 좋은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조금이라도 뜻 있는 목회자라면 한국 교회, 좁게는 우리가 사랑하는 교단이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와 너무 닮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세계에서도 크고 멋있는 예배당이 있고, 매년 신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엄청난 수의 목회자 지망생들이 있으며, 가장 많은 수의 교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 교단이라는 것에 흥분했고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이 우리 모두는 본래 가지고 있었던 영적 자산과 정체성을 많은 부분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안과 할 말도 상실한 채 침묵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의 징조를 알아차려야 할 때다.

세상과 차별성 있는 영적 자산과 통찰력을 가지고 나름대로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인 것이다. 만약 여전히 장자 교단의 명분만을 앞세우고 숫자 놀음에만 민감한 채 허세를 부리면서 주저앉아 있다면 새로운 천 년에 우리에게 기대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악습(뜻있는 사람들이 탄식하고 걱정하는 일들)을 일소하고 후배들에게 더 이상 달갑지 않은 유산들을 남기지 않을 자신 있는 선배들이 함께 한 건강한 교단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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