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신대학 총장이 지난 4월 11일 선출되었다. 학내분규사태와 3년 여 동안의 임시이사체제를 겪고 선출된 총장이며, 무엇보다도 신대원 미달 사태와 같은 학교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리더의 선출이었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 교계 언론인은 이번 총장선거를 “잔인한 선거”로 정의하였다. 금권 선거는 물론이고, 총장 후보자들의 언론 광고나 인터뷰도 금지하고, 오직 공개적인 발전계획발표와 총장추천위원회, 법인이사회의 심층면접을 통해서만 당선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총장추천위원회의 간결하고 탁월한 진행과 이사들의 신중한 선택으로 총장 선거는 잡음 없이 마무리 되었다. 혼란한 시기 학교를 섬기신 전임총장의 노고를 기억하며, 이제 새로운 총장의 취임을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학교 발전을 위해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총장은 학교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학교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학내사태로 인하여 교수 사회는 상호 간 많은 대립과 갈등을 경험하였고, 아직도 온전한 치유를 위한 많은 과정이 남아 있으며, 직원들도 사당과 양지 캠퍼스 사이에 부인할 수 없는 ‘이질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런 분화(分化)된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를 하나 되게 하는 리더십은 공평과 정의로움에서 시작될 것이다. 치우치지 않는 공정과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이 모래 알 같이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을 진흙과 같이 응집된 견고한 공동체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총신의 교직원들이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누군가’ 구심점이 되어 그 열정에 불을 붙일 수만 있다면 총신은 회복을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신임 총장이어야 한다. 총신은 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코 내일과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둘째, 교단과 전국 교회는 총신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총신대학은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교단의 목회자와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며, 교회의 서고 넘어짐을 결정하는 신학의 산실이며, 교회의 젖줄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독일의 경건주의 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슈페너(Philip Jacob Spener)는 그의 소책자 <경건한 소원(Pia Desideria, 1675)>에서 신학교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슈페너는 종교개혁 이후 형식적 신앙에 함몰되어 생명력을 잃어가던 당시 교회의 상태를 진단하고, 교회 개혁을 위한 6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신학교육의 개혁” 이었다. 교회 개혁은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신학교의 개혁에 있으며, 경건과 학문을 균형 있게 공부한 신학생들이야 말로 교회의 미래라고 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각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장 선출을, 어느 단체, 어떤 계파의 승리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고, 또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방관자로 서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교회와 총신이 처해있는 상황이 위중하기 때문이다. 개교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신대원 미달사태는 단순한 신학교의 위기가 아니라, 교단의 위기요, 교회의 위기로 읽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교단과 교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심폐소생술을 통해서라도 총신을 살려 내야 한다.

셋째, 학교의 브랜드 가치 회복과 학교 발전 방안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

에큐메니컬 운동으로 교단이 분열될 때, 우리 교단의 형편은 심히 미약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른 신학’이었다. 하나님께서 그런 우리 학교를 세계적인 개혁신학의 보루로 서게 하셨고, 'Chongshin'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하셨다. 그러나 최근에 그 명성을 잃어가는 듯하다. 신대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가운데, ‘단연 총신’이 아니라, ‘총신’과 아울러 몇몇 학교를 동급으로 놓고 진학을 고민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총신은 더 이상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학교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수교원을 영입하고, 학생들의 영성과 면학 분위기를 고취할 특단의 방법이 실행되어야 한다. 신임 총장은 발전계획에서, 칼빈이 제네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구라파 여러 교회에 보낸 편지 글을 인용하였다. “우리에게 통나무를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불타는 장작을 만들어 보내드리겠습니다.” 신임 총장의 인용대로, 총신은 학생들의 영성과 학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고, 미래 목회자요 기독교 지도자들인 학생들을 길러낼 발전계획을 중단 없이 진행해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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