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신아 장로 추모

소록도에 자주 드나들었다. 어느 해에는 3개 월 동안 소록도 교회들 주일예배와 수요 예배를 맡아 광주에서 소록도까지 시간 맞춰 다니며 예배를 인도했었다.

섬겼던 광주동산교회 여자 성도들이 김치를 담가 남성교회에 나눠주러 갈 때면 중앙리 병사病舍에 들려 김신아金新牙 장로를 만났다, 부인은 중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소록도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서 혼자 생활하고 계셨다.

그러고는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에 맞춰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것이 큰 은혜와 감동이었다. 또 그가 지은 복음성가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찬 바위에 밤은 깊어가고/ 겟세마네 쓴 잔 내게 아파도/ 잔을 함께하면 영광 같으리니/ 주께서 마신 잔을 내 어이 사양하리까

80을 넘긴 고령. 앞을 못 보는 약한 몸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지나간 세월을 간증하듯 조용 조용히 찬송을 부른다. 깊은 계곡을 흐르는 옥같이 맑은 물 소리,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깊은 심령의 노래에 우리 일행은 은혜에 젖는다.

자신을 붙들고 떠나지 않는 서럽고 한 맺힌 몹쓸 병, 헤어진 가족의 그리움, 한평생 같은 병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지팡이를 잡고 길잡이가 되어주다 병상에 누어버린 아내를 생각하며 부르는 찬송이다. 눈물이고, 한숨이고,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는 기도일 것이다. 그래서 장로님 댁을 먼저 찾는 것이다.

그가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부끄러운 한센병을 숨기려고 조심했지만, 숨길 수 없게 몸에 증상이 나타났다. 부모의 피눈물 나는 아픔과 염려와 슬픔, 형제들의 근심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병이 심해졌는데, 그때의 일을 이렇게 썼다.

“숨어 살다시피 하던 나에게 친구들 몇이 있었다. 송 군은 노래를 좋아해서 ‘봉선화’, ‘고향 생각’ 같은 곡을 자주 들려주었다. 일제의 탄압에서 좀처럼 부르기 어려운 곡이라, 노래를 부르던 우리의 마음을 울려주고는 했다. 특히 ‘고향 생각’ 노래 가사들이 나에게 왜 그토록 감동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나이 40대에는 시력이 점점 어두워졌고, 결국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력장애자가 되어버렸다. 영락없이 지팡이에 의지해서 출입하게 되었고, 아내가 항상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렇지만 소록도 청소년들을 위하여 성실성경학교의 음악교사를 맡았고, 소록도 7개 교회가 연합으로 드리는 예배 때면 연합찬양대 대장을 맡기도 했다.

어느 해에는 자신이 지도하는 찬양대원들과 전국에 있는 한센인 수용 시설을 순회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위로하고 믿음의 소망을 나누기 위해 찬송 집회를 인도했다.

교회 기도의 자리에 앉으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부활 하사 하늘의 영광 보좌에 않으신 예수를 바라보았다. 세상을 불 수 있는 육안肉眼은 잃었으나 믿음의 눈, 신령한 세계를 바라보는 영안靈眼은 열렸던 것이다.

겟세마네 동산,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차디찬 바위에서 기도하던 예수님께서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어지기를 원하나이다.” 하던 그 절대 순종과 헌신이 김 장로의 믿음이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눈이 안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못 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세상만 바라보았던 내가 예수 믿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사람임을 깨닫고 감사합니다. 사도 요한이 밧모 섬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것처럼 우리는 이곳 소록도에서 주님과 함께 삽니다. 소록도는 나의 밧모 섬이고 우리 한센인들의 밧모 섬입니다.”

그렇다. 소록도가 한센인들의 예수 천국이고 모두가 하나님의 교회이다.

자신의 이름을 ‘김신아’라 합니다. 새로운 신新, 움 아牙,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거듭난 사람, 영안으로 예수님을 바라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는 소록도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1924~2007. 9. 22)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를 남겨두고 먼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나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천국에서 위로를 받을 그를 생각하며서 두 손들고 축복했다.

그가 지은 복음성가 ‘주와 함께’를 불러본다.

주와 잔을 함께하면 영광 같으리니/ 주께서 마신 잔을 내 어이 사양하리까
손과 발 옆구리 피가 흐르고/ 수욕의 가시관 내게 아파도
주와 함께 못 박히면 영광 또한 같으리니/ 주께서 쓰신 가시관

내 어이 사양하리까 『찬미예수 1500』 p.1320 ‘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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