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스티 신드롬’(EST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25년 전에 미국교회와 한국교회가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윌로우크릭교회를 담임했던 빌 하이벨스 목사가 ‘리더십 서밋’이라는 목회자콘퍼런스에서 강의할 때 했던 말이다. 원급도, 비교급도 아니고 최상급은 대부분 ‘~est’로 끝난다. 그는 위험한 지도자에게 항상 ‘이에스티 신드롬’이 있다고 했다. 그때 나는 한국에서 목회하기 전이었지만 가슴이 뜨끔했었다.

위험한 지도자의 마음 속에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박관념처럼 강하기 때문에 항상 가장 크고, 가장 강하고, 가장 높은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섬기면 하나님께서 크게 해 주신다는 말씀일 것이다. 목회자가 목회를 잘해서 교회가 크게 성장하는 것은 분명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목회자 자신에게는 보람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욕심이 들어가게 되면 ‘이에스티 신드롬’에 걸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회 이름과 같이 큰 꿈을 품고 사역하는 동안에 예배당도 크게 짓고, 후세에 길이 남을 만한 업적을 만들어보려고 힘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2020비전”이라는 구호로 열심을 냈지만, 하필이면 꿈을 이루는 해로 정했던 2020년이 되자마자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왔다.

하나님의 집을 건축하는 일에 당신의 마음에 합한 다윗에게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마음에서 떠난 솔로몬에게 허락하셨을까 생각하면서 볼멘 기도를 드린 적도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시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기뻐하시는 뜻대로 여전히 ‘이에스티’를 누구에게나 주신다.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게 하심인 것 같다.

예전에 시카고에 있는 무디 기념교회에서 예배드린 적이 있다. 그날 설교하신 목사님은 같은 지역에서 큰일을 해온 윌로우크릭교회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는데, 어려운 가운데 있는 성도들을 위로해달라는 기도를 하자고 했다. 나는 적지않게 놀랐다. 미국과 한국 교회에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가장 큰(biggest) 교회의 최고(highest)의 목회자가 추락하고 말았다. 그것은 분명 우리가 ‘이에스티 신드롬’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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