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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높아지기를 소원한다면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돼 있는 권력의지를 잘 다루지 못하면 그 자신과 이웃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게 된다. 모두가 남을 다스리는 자리에 오를 수도 없거니와, 설령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할지라도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끝없는 갈등과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지를 승화시켜 봉사의지로 전환하는 지혜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오랫동안 출세에 대해 자극을 받아왔다. 곧 입신양명에 대한 원초적 갈망을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로 대물림해 왔다. 우리가 아는 대로 입신양명은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모은 효경에 나오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에서 따온 말이다. 곧 내 온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며, 온 몸으로 수행공부하여 후세에 이름을 드높여 부모님의 이름을 드러내 알리는 것이 효의 끝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어릴 때부터 받아왔기에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에 대한 높임과 형제우애의 빛을 제공했다. 그러나 자신의 가문 중심적 사고는 때로는 그림자가 돼 출세 지향적 경향으로 표출됐다.

이러한 출세 지향적 사회구조가 성공자와 실패자, 가진 자와 못 가진자, 배운자와 못 배운자, 양반과 보통사람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내어 사회를 계층화하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무관하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권력의 맛을 보면 십중팔구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땀 흘려 얻은 자리이기에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수고의 열매를 독점해도 된다는 보상의식이 자리 잡게 된다.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휘두르고 싶은 욕망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게 됐다. 급기야 변질된 권력의지는 오만, 자만, 교만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교만한 권력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만한 권력자는 자신은 물론, 타인을 쓰러뜨린다.

역사의 전무후무한 지혜의 왕으로 불리었던 솔로몬은 교만의 속성에 대해 간파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16:18).' 참된 지혜자가 결코 서지 말아야 할 자리가 교만의 자리임을 천명한 것이다. 교만이 스스로를 망하게 만든다면, 반대로 겸손은 상생의 복을 가져다준다. 솔로몬은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니라(잠언 18:12)'고 했다. 그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알려 줬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겸손한 사람에게 칭송과 복이 머무는 원리를 보여준다. 성 어거스틴은 그의 '고백록'에서 "사람이 가져야 할 미덕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겸손한 사람은 결코 자신을 무가치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한 사람은 이웃을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반면 교만한 사람의 속성은 타인의 약점을 낚아채어 이웃에게 수치를 안겨준다. 늘 주목의 대상이 돼 독야청청하기를 힘쓴다. 자신의 이익이 보장될 때에야 동료를 찾아 나선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친히 겸손의 본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관점은 세속적 가치와는 판이하다. 삶의 현장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메시지이지만 예수님께서 교훈하신 이 역설적 진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제 우리 모두의 품에 새해가 안겨졌다. 우리의 삶이란 시간과 인생의 합작예술품이다. 주어진 일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수놓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사명의 자리를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시대의 숨겨 놓은 보화라 여겨진다. 새해에는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이웃과의 까칠한 관계의 종지부를 찍고 나만의 소중한 자긍심을 계발해 스스로를 세워가는 보람을 경험하기를 소원해 본다. 진정 높아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낮은 마음으로 가족과 일터의 동료들을 섬기면 어떨까. 겸손한 영혼만이 삶이란 경작지에서 만족이라는 남모르는 추수의 기쁨을 맛볼 것이리라.

오정호 목사  새로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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