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다. 은퇴하고 10년 만에 다시 서게 된 나의 설교 강단.

며칠 전부터 기도하며 준비한 설교를 마음에 담고 주일 예배에 나온 성도들을 만난다. 부담도 되지만 그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서로가 나눌 은혜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기도하며 읽고 묵상했던 성경을 들고 강단에 서는 것은 큰 기쁨과 감사와 행복이다.

교인들도 은퇴한 원로 목사의 변한 모습(늙어가는)과 설교를 들으며 많은 생각과 추억들이 그림을 보듯 떠오르리라. 개인의 마음에 아련한 추억들로.

2009년 3월에 동산교회 원로목사로 추대를 받을 때 “오늘이 마지막 설교입니다.” 고 말씀했으니 은퇴 후로는 예배에 참석하면서도 설교는 하지 않았다. 후임으로 서는 담임 목사가 교인들과 마음을 맞춰가려면 나는 한쪽으로 물러앉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설혹 마음 불편한 일이 있어도,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 본 척, 안 들은 척, 상관없는 것처럼 그냥 침묵했다. 교회를 개척하던 때로부터 30년이나 정들었던 교인들 그리고 사소한 일까지 관심을 가졌던 크고 작은 일에 침묵하는 일이 무척 힘들고 어렵고 공허했다.

새로 부임한 목사가 상당 기간 마음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교인들도 호흡을 맞추느라 인내하며 애를 많이 쓴 것이 느껴졌다.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이루는데는 소통과 배려와 관심과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담임 목사님이 모처럼 미국에 가서 방송에도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볼 일이 있다며 2주간 설교를 맡아달란다. 당연히 원로목사의 몫이라 생각해서 “염려 말고 잘 다녀오라”라며 책임을 맡았다.

‘설교는 어떤 내용으로 할까’ 여러 날 깊은 생각 끝에 신앙생활에 힘들어하는 성도들을 생각해서 “아브라함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히 11:8-10), “하늘에 보좌를 베풀었고”(계 4:1-4) 하는 두 편의 설교를 준비했다.

어느 때나, 누구나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믿음의 소망을 굳게 붙잡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고 영원한 천국 소망을 든든하게 붙잡게 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나이 들어가는 원로목사가 가르쳐주고 간증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젊은이들만 아니라 누구나 세상은 힘들고 어려운 목마른 광야이다. 믿고 기도하면서도 낙심하는 일이 많다. 근심 걱정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속의 말씀을 믿음으로 굳게 서야 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나아가지만 가는 곳마다 일마다 어려웠다. 순탄치가 않았다. 역경이고 부딪힘이고 깨어짐이었다. ‘믿음 장’에 강조하는 한 마디 “갈 바를 알지 못하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동행하시며 일마다 때마다 선한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는가. ‘벼랑 끝’ 같은 일을 겪어도 낙심 말고 믿음에 굳게 서면 하나님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신다고 강조했다. 피할 길도, 감당할 힘도 주신다고 선포했다.

갑작스러운 사별(死別)도 많았다.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낼 때 그 슬픔이 얼마나 큰가. 누가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는가. 믿음뿐이다. 성도들이 사후에 가는 길은 어딘가를 말해주려고 요한계시록 4장에 “하늘에 열린 문이 있는데…”라는 말씀을 택했다. 죽은 자들이 들어갈 천국 문 아닌가. 예수님이 “내가 양의 문”이라 하셨으니, 그의 십자가 보혈로 구속하셨고 그의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렸다고(계 5:9) 하셨다. 육신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 영원한 천국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숨질 때까지 불러야 하는 찬송가 중에 하나가 “날 위하여 십자가에 중한 고통 받으사 대신 죽은 주예수의 사랑하신 은혜여”라고 선포했다.

설교를 마치고 교인들이 퇴장하는 출입문에 먼저 나와 한 사람씩 손을 잡았다. 수고와 섬김에 대한 감사와 격려였다. 짧은 인사말 한마디지만 생각을 나누는 깊은 소통이었다. 은퇴하고 10년. 사랑하는 교회 앞에 믿음으로 말씀을 선포하고 반가운 얼굴을 바라본 하루가 내게도 교인들에게도 무척 행복했다.

사도 바울의 한 마디가 새삼스럽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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